정부가 신성철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추진을 사실상 보류했다.
이장무 KAIST 이사장은 오는 28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리는 정기이사회에 총장직무정지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학교에 통보했다고 KAIST가 25일 밝혔다. 앞서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요구한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안 의결을 유보하고 다음번 이사회에 상정하기로 봉합한 바 있다.
이사회에는 이 이사장을 포함 9명의 이사 중 과기정통부·기획재정부·교육부 국장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이 이사장과 정부의 뜻이 맞아 떨어졌다. 신 총장은 제척사유로 투표권이 없다. 이는 작년 11월 30일 과기정통부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아직 신 총장에 대한 피의자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 총장 직무정지안이 이사회에 상정되더라도 통과될 확률이 낮다고 본 것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에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공동연구를 하며 장비사용료를 부당 송금하고 현지 제자를 부당 지원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LBNL가 불법이 없다고 반발하고 카이스트 교수와 동문, 과기단체도 “과학이 정치에 흔들리면 안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KAIST의 한 교수는 “신 총장 임기가 2년이나 남았는데 이렇게 계속 가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나.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결자해지하면 좋은데 (KAIST 교수인) 조동호 장관 후보자에게 무거운 짐을 주고 떠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인사에 대한 소위 ‘찍어내기’가 되풀이됐다. 이명박 정부는 과학기술계 수장급을 대상으로 일괄사표를 제출받아 선별 수리했고 박근혜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따로 관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조무제 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임기철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등이 석연찮은 이유로 임기 도중 사퇴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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