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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북핵, 트럼프, 그리고 美민주당

손철 뉴욕 특파원





지난 2월 말 열린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은 ‘노딜(no deal)’로 끝났지만 북핵 해결을 위한 험난한 현실적 제약들을 온 국민이 오롯이 인지하는 성과를 남겼다. 1년 가까이 이어진 북미회담과 남북대화 와중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강조돼왔지만 실상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는 별 뜻이 없음을 하노이회담을 통해 이제 초등학생도 알게 됐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기만적 비핵화 의지를 적잖이 알고도 익지 않은 남북관계 개선의 과실만 좇던 문재인 정부도 미국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뒤통수를 맞고 좀 더 냉철하게 외교·안보 상황을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측이 주장한 영변 핵시설 폐쇄와 미국의 대북제재 일부 완화 혹은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남북 경제협력 허가쯤은 상응 조치로 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빅딜을 직접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련 없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한국 정부가 ‘노벨 평화상’ 수상 등 장밋빛 청사진으로 비위를 맞췄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정치 상황과 자신의 연임을 먼저 챙기며 ‘작은 합의’조차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한반도 비핵화, 나아가 미국의 동북아 외교 정책보다 트럼프 정부의 곤궁한 처지 돌파에 집중한 덕택인지 하노이회담 결렬 선언 후 드라마틱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줄곧 의문과 비판을 제기해온 미 민주당과 주요 언론은 성급한 합의보다 ‘노딜’에 후한 점수를 줬다. 특히 하노이회담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긴장시켰던 러시아와 트럼프 선거캠프 간 공모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마침내 ‘무혐의’로 종결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재선 가도에 힘을 싣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여유 공간에 정부도 오는 4월11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성사시키며 북미 중재역에 재차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달 만에 180도 바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만 살펴 미국의 대북 비핵화 접근이 온건해지거나 북측 입장을 전향적으로 반영하도록 중재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러시아와의 공모 의혹을 털어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이슈를 내년 대선에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을 경계하며 한미 공조와 대북 압박을 강화해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끌어내는, 현 상황에서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정치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완전한 비핵화 콘텐츠가 없으면 향후 북미 간 협상 진전이나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제2의 하노이 파국은 언제든 재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기실 트럼프 대통령이 혼신의 노력 끝에 정치적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러시아 특검의 수렁에서 빠져나왔지만 미국 여론을 보면 내년 대선에서 그가 연임에 성공할 확률은 높게 쳐도 ‘반반’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조차 “미국 대통령이 천재적 거짓말쟁이에 온갖 성추문에 휩싸여 있음을 아는” 판국에 민주당이 흠 없는 후보만 잘 세우면 정권교체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래서 순항을 거듭하는 미 경제와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미국 3대 지상파인 NBC방송이 28일 보도한 ‘만약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누가 승리할까’라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가 각각 43%의 지지로 동률을 이뤘던 것이다.

최근 20년 넘게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마주해온 한미 정권이 각각 보수-진보나 진보-보수로 색깔을 달리했던 아이러니 속에 다시 정권이 바뀌면 대북 정책도 혼선에 빠지며 비핵화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일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 “트럼프 정부에 좋은 것이 문재인 정부에도 좋을 것”이라는 좁은 시야에 막연히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청와대와 정부는 물론 집권여당도 이번 기회에 깊이 성찰했으면 한다.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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