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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이상직 중진공 이사장 "혁신벤처 원스톱 지원...넥스트 유니콘으로 키울 것"

중기 해외진출 위해 알리바바 티몰 이어 인니 홈쇼핑 등과도 MOU

美 시애틀·中 중관춘 등 글로벌 혁신거점에 청년창업사관학교 설립

최저임금 인상 방향 맞지만 순서 뒤바뀌어 중기·자영업 힘겨운 상황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권욱기자




대담=정민정 성장기업부장 jminj@sedaily.com

“중소·벤처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원스톱으로 지원해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중소벤처기업의 성공 파트너’가 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올해의 중점과제는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는 것으로 이들의 스케일업을 위해 자금지원부터 해외진출까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습니다.”

이상직(56·사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난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넥스트 유니콘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올해 중진공이 나아갈 방향”이라며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민의 실질소득 증가까지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취임해 2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 이 이사장은 회사원에서 시작해 창업은 물론 중소기업 경영까지 고루 거친 중소벤처기업 생태계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제19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직능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대기업의 갑질을 막기 위한 하도급법 등을 발의하는 등 중소기업을 위해 힘쓰기도 했다. 그는 “과거 현대증권에서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인터파크와 같은 혁신형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성장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을 창업해 항공 시장의 재벌 대기업 독과점을 깨뜨렸을 뿐 아니라 직원의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힘겨웠던 일명 ‘죽음의 계곡’을 넘어온 만큼 중소벤처기업의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를 기존 5개소에서 17개소로 확대한 일을 꼽았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진공의 대표적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이지만 그동안 안산과 광주·경산·창원·천안 등 5곳에 그쳐 다른 지역에 사는 창업가들이 장거리를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권욱기자


그는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확대한 것”이라며 “그동안 창업 정책에서 소외되던 경기 북부와 강원·제주·전북 등에서도 청년창업 붐이 이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출발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광양 등 여타 지역에서도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추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지역의 입장에서는 비용은 적게 들면서 성장 잠재력이 큰 방식이 바로 이 같은 스타트업을 키우는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올해 중점목표인 스케일업 육성을 위해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에도 팔을 걷어붙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알리바바그룹의 대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플랫폼이자 중국 내 판매량 1위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Tmall)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티몰은 중국 온라인 시장의 66%를 차지하고 있으며 광군제에는 하루 34조원의 판매액을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쇼핑몰이다. 이번 MOU에 따라 중진공이 소싱한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우수제품이 티몰에 입점할 수 있으며 메인 홈페이지 등에도 노출된다. 이 이사장은 “티몰은 원래 정품만 판매하는 곳인데 일명 ‘짝퉁’ 제품이 범람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라는 고민이 있었고 이에 대한 판별을 부탁하기 위해 중진공을 찾아왔다가 중진공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좋은 제품을 소싱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이번 협약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제품이 알리바바에 입점하는 것을 넘어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나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진공의 차별화된 장점이 알려지면서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문의가 쏟아졌고 조만간 베트남 방송국과 인도네시아 홈쇼핑 업체와도 MOU를 맺을 예정이다.

해외 액셀러레이터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스케일업도 적극 추진한다. 국내가 아닌 미국 시애틀과 중국 중관춘 등 혁신 거점으로 불리는 곳에 글로벌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설립해 해외진출을 돕는 방식이다. 정부가 팁스(TIPS) 등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부족한 만큼 유망 기업을 해외시장으로 내보내 액셀러레이터로부터 선택을 받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이사장은 “실리콘밸리와 중관춘 등에 국내 스타트업을 입소시켜 수개월간 그곳에서 소통하고 교육을 받게 하는 것만으로도 스케일업하는 데 상당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 액셀러레이터들이 그곳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혁신 거점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프로 스포츠의 드래프트(신인 지명 회의)에 오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로 내보낼 정도의 우수한 스타트업의 경우 글로벌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주하는 순간부터 해외 액셀러레이터의 주목을 받아 투자가 이뤄지고 스케일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권욱기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짙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방향은 맞지만 순서가 뒤바뀌면서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이 힘겨운 상황에 놓였다는 이유에서다. 이 이사장은 “제로페이와 임대료상한제 등 인프라 측면에서 먼저 접근한 후 순차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했으면 정책의 당초 목표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이 순서가 뒤바뀌면서 중소기업은 물론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고 당연히 (정책의 선의와 상관없이)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게 됐다”면서 “내일채움공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미 신용불량 등으로 임금을 압류당하는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큰 방향이 정해진 만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앞장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화 교육을 진행하고 제조공장의 스마트화를 위한 자금 집행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중소벤처기업을 스마트화하고 혁신기업으로 성장시켜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도 중진공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방안으로 남북 경제협력에도 힘쓸 생각이다. 중진공은 2000년 남북협력지원팀을 신설해 1,600억원의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등 개성공단에 입주한 145개 기업을 지원한 바 있다. 특히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안동대마방직과 평화자동차 등 북한 내륙에 진출한 기업을 지원한 경험을 살리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과거 중국 칭다오에는 5,000개의 기업이 있었으나 인건비와 생산성을 이유로 이 중 상당수가 베트남으로 이동해 현재 약 2,000개의 회사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개성은 인건비와 생산성 측면에서 베트남보다 우수한 만큼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미중 무역분쟁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처한 현재의 힘겨운 상황을 돌파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넘어 북한 내 인재를 발굴하고 기업을 육성하는 일에도 나설 방침이다. 평양과학기술대학과 MOU를 체결해 평양에 수출 인큐베이터를 설치하고 중장기적으로 현지 합작법인도 설립한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이 이사장은 “평양과기대의 인재를 직접 채용하거나 북한이 2대 주주로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하노이회담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행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베트남의 완성차 업체 빈패스트인 것은 북한이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만큼 평양의 인적자원과 남한의 기술을 연계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합작법인을 설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권욱기자


이 이사장은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뛰어온 지난 1년간의 노력이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을 기초로 5,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는 스케일업 금융 예산 1,000억원을 확보한데다 글로벌혁신성장센터와 스마트공장배움터 등 각종 정책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1년이 중진공을 환골탈태하고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생태계 조성의 씨앗을 뿌린 한 해였다면 올해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중진공의 내일이 과거 40년과는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간 중진공이 중소벤처기업에 정책자금과 수출, 마케팅,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기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생태계 조성, 사람 중심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뛰는 기관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중진공 사업의 성과는 예산 집행 등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벤처기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만들었는가 하는 장기적 성과로 측정돼야 한다”며 “이 같은 새로운 기준에 맞춰 핀테크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독과점 산업 생태계를 깨뜨리고 공정경제의 기반을 조성하는 혁신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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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전북 김제 △1981년 전주고 졸업 △1989년 동국대 경영학 △2005년 고려대 경영학 석사 △1989~2001년 현대증권 펀드매니저 △2001~2012년 이스타항공그룹 회장 △2001~2012년 케이아이씨 회장 △2010~2012년 중앙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2010~2012년 굿월드자선은행 대표 △2010~2012년 삼양감속기 회장 △2012~2016년 제19대 국회의원 △2017~2018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2018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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