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 위기를 맞고 있는 MG손해보험에 우리은행이 손을 내밀었다. MG손보의 경영개선을 위해 우리은행이 새로운 대주단으로 참여해 900억원의 기존 대출을 저금리로 재융자(리파이낸싱)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우리은행의 이번 참여가 우리금융지주의 MG손보 인수를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MG손보가 제출한 이 같은 내용의 경영개선안을 3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MG손보는 실적악화로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권고기준인 150% 밑으로 급락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경영개선 권고를 받았다. MG손보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경영개선안을 당국에 제출했지만 퇴짜를 맞고 이번에 세 번째 제출하는 것이다. 이번 자구안의 핵심은 우리은행이 MG손보의 새로운 대주단으로 참여해 리파이낸싱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과거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900억원 상당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할 계획이다. MG손보의 최대 주주인 자베즈펀드는 지난 2013년 NH농협은행과 새마을금고중앙회·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각각 400억원, 300억원, 200억원을 대출받아 MG손보(당시 그린손보)를 인수했다. 고금리로 빌렸던 자금을 우리은행이 리파이낸싱을 하면 MG손보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MG손보의 경영정상화를 전제로 자베즈가 MG손보 인수 당시 일으킨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위한 딜을 제안한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일부에서는 우리은행의 이번 리파이낸싱 참여는 장기적으로 MG손보 인수합병(M&A)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그룹은 전체 자산의 40%를 비은행으로 구성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보험사나 증권사·저축은행 등 비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1월 “M&A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한 비은행 분야를 키워 중장기적으로 은행과 비은행 비중을 6대4까지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MG손보는 이번 경영개선안에 리파이낸싱과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해 2,4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오는 5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3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MG손보의 경영개선 계획안을 심사하는 한편 의결 결과를 MG손보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당국은 지난달부터 한 달간 MG손보의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고 RBC비율과 지배구조 전반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개선안이 당국으로부터 불승인 결정을 받을 경우 MG손보는 영업정지 나 강제매각 등의 경영개선 명령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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