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당당한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정단비(31·사진) ‘혼족의제왕’ 대표는 3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혼족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혼족의제왕은 ‘뉴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플랫폼’을 표방하고 지난 1월 출범한 서비스다. 이른바 ‘혼족’, 혼자서 하는 각종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혼족이라고 하면 우선 1인 가구나 미혼남녀, 각종 미디어에 많이 소개된 혼자서 밥먹거나(혼밥) 술마시는(혼술)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혼족에 대한 정 대표의 정의는 다르다. “결혼 여부, 혼자 사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혼자 하는 경제활동이나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게 정 대표의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기 위해 ‘혼족의제왕’을 론칭했다는 것이다.
혼족의제왕은 혼족의 일상을 공유하는 게시판, 혼족들이 각자 관심사에 따라 친목하는 소모임, 혼족을 위한 각종 정보와 생활팁 등 크게 세 가지 서비스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다. 정 대표는 “서비스 슬로건을 ‘널리 혼족을 이롭게 하라’로 정했다”면서 “다양한 업체들을 섭외해 혼족들에게 더 많은 제휴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이미 널리 알려진 혼밥, 혼술 뿐만 아니라 혼자서 공연을 보는 ‘혼공’, 혼자서 여행을 가는 ‘혼캉스’, 골프장에 혼자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조인해 골프를 치는 ‘혼골’ 등 홀로 즐기는 경제활동의 범위가 많이 확대됐다. 배달앱을 통해 1인분을 배달해주는 식당도 크게 늘었다. 바야흐로 1인 경제 시대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가구원 수별 가구 수를 볼 때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다는 통계청 발표를 보고 이 분야의 전망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지난 2015년 27.2%로 2인 가구를 처음 제치고 1위가 됐다. 이후 2016년 27.9%, 2017년 28.6% 등 1인 가구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실제로 소형 주택 수요가 늘고 편의점 음식이 다양해지는 한편 싱글페어 같은 박람회가 열리는 등 1인 경제가 꽃피고 있다. 그러나 1인 경제 관련 온라인 플랫폼은 그동안 없었다.
정 대표는 어릴 때부터 혼자 하는 것을 즐겼다고 했다. “넷플릭스, 티빙, POOQ 등 온갖 TV 주문형서비스(VOD)를 다 봐요. 시간이 어디 있냐고요? 뛰어넘기, 빨리 감기를 하면서까지 챙겨 봅니다. 대학생 때부터 스스로 ‘나는 TV를 전문적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TV뿐만 아니다. 혼자 식사하는 것을 좋아해 온갖 편의점 음식을 섭렵했다. 몇 년 전 이사를 갈 땐 근처 편의점 주인과 눈물의 작별을 할 정도로 정이 들었단다. 고급 레스토랑에 혼자 가서 식사하는 것도 즐긴다. 안내 직원이 구석 자리를 권하면 거부한다. 탁 트인 테이블에 혼자 앉아 당당히 스테이크를 썰어 먹는다.
정 대표는 “저처럼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혼족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혼족의제왕 플랫폼에서 만나게 하겠다”면서 “혜택을 늘려 혼족의 모든 것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성 혼족 안심귀가 캠페인을 벌이고 혼족 대상 반려동물 입양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올해 안에 혼족의제왕 스마트폰 앱 5만 다운로드를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다.
정 대표는 “혼족들이 관심을 갖는 또 하나의 분야가 워라벨”이라면서 “향후 연구소를 발족해 혼족들이 보다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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