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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후쿠시마 생선을 어떻게 먹어요"…수산물 소송 뒤집은 韓

극적이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는 12일 1심 판정을 뒤집고 ‘한ㆍ일 후쿠시마산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WTO가 다루는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 관련 분쟁에서 1심 판결이 바뀐 적이 전혀 없었던 탓에 판결 직전까지 패소를 기정사실화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패소 시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컸기에 극적 효과는 더 컸습니다. 원전 사고가 터진 지역의 물고기가 밥상에 오를 수도 있었으니까요. WTO가 최종 판결을 내리기까지 내용을 철저히 감추는 탓에 불안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정부는 오죽했을까요. 판결을 앞두고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TO로 인력을 급파해 대기시켰다고 하네요. 상소위원들이 회의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결과를 캐묻기 위해서요. 서너시간 뒤면 WTO 홈페이지에 판결 전문이 공개될 터였지만 이조차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초조함이 컸다는 얘기겠죠.





앞선 스토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우리나라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후쿠시마현 등 일본 8개 현 수산물 50개 품목을 수입 금지했습니다. 2013년 원전 사고 복구 현장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8개 현 수산물 전 품목으로 금지 조치를 확대했습니다.

일본이 문제 삼은 건 2013년에 이뤄진 조치입니다. 고등어 등 2014년 이후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지 않았는데도 28개 품목을 금지한 게 지나치다는 겁니다. 일본은 WTO 협정이 금지한 ‘부당한 수입 제한 조치’에 해당된다며 2015년 WTO에 한국을 제소했습니다.

지난해 1심 판정에서 한국은 완패했습니다. 왜일까요.

한국은 방사능 오염도를 검사할 때 세슘을 우선 측정합니다. ‘자연 상태‘의 경우 세슘 농도를 측정하면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능 물질의 오염도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세슘과 다른 방사능 물질 간에 일정한 비례 관계가 있는 만큼, 세슘이 기준치 이하면 다른 방사능 물질도 적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일본은 “수산물에서 세슘이 안전기준 이상 검출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의 논리를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1. 자연 상태에서 세슘 농도로 다른 방사능 물질 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2. 그런데 한국은 세슘 농도가 기준을 넘지 않은 식품에 대해서도 수입을 금지했다. 3. 세슘 뿐 아니라 다른 방사능 물질 오염 위험이 없는데도 수입을 막은 만큼 부당한 조치다.

한국은 사고 이후 일본의 상황이 ‘자연 상태’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정리한 일본 논리 구조 중 ‘1’을 겨냥합니다. 세슘과 다른 방사성 물질 간의 비례성이 깨졌다는 지적인데요. 세슘 농도가 기준치 아래여도 다른 방사능 물질 농도가 높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본은 다시 맞불을 놨습니다. “수산물 400여개를 표본 검사해봤다”며 “세슘의 수치가 기준을 넘지 않는다면 다른 방사성물질 농도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반박했습니다. 1심은 이를 받아들여 일본의 손을 들어줍니다.

2심은 달랐습니다. 일본의 상황이 자연 상태가 아니라는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는 400개의 표본 검사만으로 ‘세슘이 없으면 다른 방사성 물질도 없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는데, 이 부분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일본 논리 구조의 전제가 흔들리면서 승리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슘 검사만으로는 또 다른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 등을 단정해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상소기구가 이런 잠재적 위험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일본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판결 직후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우리의 주장이 인정받지 못한 것은 진정으로 유감”이라며 “한국에 대해 모든 제재 조치 폐지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일본의 입장일 뿐입니다. 이번 무역 분쟁에서 승소하면서 8개 현의 수산물은 한국 식탁에 오를 수 없게 됐습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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