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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찬란한 '혁신의 봄' 기다리며

첨단제품 부재에 비판 쏟아져

기술만 있다고 변화 못이끌어

제도적 기반 쌓아야 혁신滿開

이병권 KIST 원장




혁신의 둔화·실종·부재…. 최근 언론에 부쩍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인공지능(AI)·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들이 산업지평을 바꾸고 당장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듯한 요란함이 넘쳐나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다. 그런데 왜 최근 이런 우려의 말들이 광범위하게 회자되는 것일까.

해외 유수 언론 또한 ‘혁신의 겨울(innovation winter)’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최근 선보이는 첨단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 부재 현상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던 모바일 통신기기 언팩행사마저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그렇다면 혁신에 대한 시장과 소비자의 탄성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우선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 세계로 확산 중인 고립·보호무역의 여파에서 찾을 수 있다. 반도체·통신장비 등 중국의 첨단산업을 정조준한 미국의 공세는 주요2개국(G2)뿐 아니라 세계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 동력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세계적 싱크탱크들은 기술냉전(technology cold-war)의 도래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다음으로 혁신의 피로감을 들 수 있다. 블록체인·드론·자율주행 등 수많은 혁신기술이 쏟아지고 있으나 경기 침체기를 겪는 글로벌 시장이 소화하고 받아내기에는 피로감을 느끼는 듯하다. 혁신에 둔감해진 소비자와 활력을 잃은 시장이 밋밋한 혁신에 신선함을 느끼며 탄성을 자아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혁신과 혁신의 가속화를 뒷받침하고 혁신주체를 자극할 정치·경제·사회를 아우르는 제도 전반과의 미스매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생물학에서는 서로 다른 종이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진화해 가는 것을 공진화(co-evolution·共進化)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나비와 꽃, 꽃가루의 관계에서 보듯이 자연이란 생태계에서 공생과 기생, 포식과 피식, 연결과 확산과 같이 각 생명체는 생존에 적합한 형태로 상호보완적 관계를 만들어내며 함께 진화하고 있다. 그 어떤 생명체도 이 같은 자연의 섭리에 예외일 수 없고 혁신의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이제 기술혁신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 혁신과 제도적 기반은 역사적으로 서로에게 도전과 기회를 안겨주며 공진화를 거듭해왔고 그 공진화가 급격히 이뤄진 시기를 우리는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즉 산업의 혁명적 변화는 기술과 제도의 결합을 통해 발생한 폭발적 에너지 없이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지난 1500년대부터 아랍 등지에서 그 개념이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폭발적으로 제작·활용되며 산업혁명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영국의회가 존 로벅, 매슈 볼턴 같은 투자자들이 충분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특허 보존기간을 연장한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첨단기술들이 한데 얽힌 공유 플랫폼 서비스에서 볼 수 있듯이 혁신의 사회화·복잡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혁신성장의 성패는 기술이 아닌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혁신친화적인 생태계를 갖춘 나라로의 글로벌 인재 유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혁신은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 없이는 만개는커녕 싹도 틔우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과학의 달 4월, 이제 완연한 봄이다. 하지만 혁신에 있어서는 여전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느껴지는 분위기다. 온기 있는 혁신의 제도적 기반을 성숙시켜 ‘혁신의 겨울’을 보내고 ‘혁신의 봄’을 맞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어느 시의 한 구절처럼, 나는 기다리고 싶다. 이 땅에 혁신성장이 싹을 틔우고 일자리가 들꽃처럼 피어나는 ‘찬란한 혁신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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