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22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합의하자 자유한국당이 황교안(사진) 대표의 대구 방문 일정까지 전격 취소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취임 두 달째에 접어든 황 대표에게 이번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패스트트랙 이행이 자칫 한국당의 ‘고립’은 물론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까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황 대표는 좌파 독재정권 연장을 위한 입법 쿠데타, 경제 폭망 등을 앞세운 ‘강대강’ 대치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
황 대표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왔던 23일의 ‘문 정권 경제실정특별위원회’ 대구시당 현장회의 참석을 취소할 정도로 패스트트랙 합의를 대하는 자세가 엄중하다. 그 대신 황 대표는 비상의원총회를 주재하는 한편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에서 ‘패스트트랙 저지 대책회의’를 총지휘한다. 23일 연이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주재로 열리는 회의에는 염동열·김명언 의원을 비롯한 원내부대표단, 상임위 간사 등이 참석해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합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특히 대책회의·긴급의원총회를 거쳐 장외투쟁 등 앞으로 있을 대(對)여 투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1야당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인 만큼 대대적 장외투쟁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의 대구 방문 일정은 몇 주 전부터 준비해온 사안이나 이날 갑자기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는 당 지도부가 현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여 투쟁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한국당이 정부 여당의 대규모 추경을 앞두고 ‘임시국회 거부’라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한국당은 “민생법안을 챙겨야 한다”며 임시국회는 열어야 한다는 뜻을 고집해왔으나 23일 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임시국회를 거부하고 대규모 장외투쟁에 돌입하는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당은 임시국회에 참여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대여 투쟁을 하는 투트랙 전략을 써왔으나 앞으로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국회 파행의 원인을 선거제법 등 패스트트랙 추진으로 규정하고 더 나아가 좌파 정부의 정권연장이라는 이슈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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