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새벽 2시. 따뜻한 침낭 속으로 단잠을 깨우는 속삭임이 파고든다. “김 상병님, 경계근무 나갈 시간입니다.”
현역이나 예비역 누구나 한 번은 겪었을 군(軍) 생활의 한 장면이지만, 5세대(5G)가 일상이 될 가까운 미래에는 드론이 경계를 대신하며 ‘옛날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사격을 못 해 ‘라면 한 봉지 값’ 총알을 낭비했다고 얼차려 받을 일도 사라진다. 가상현실(VR)로 충분히 사격훈련을 받으면 누구나 명사수가 될 수 있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초고화질·초저지연·초고속 특징을 지닌 5G가 산업과 일상은 물론 군사분야까지 탈바꿈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변화는 드론이 이끈다. 최근 LG유플러스(032640)는 육군 31사단과 함께 해안수색과 주둔지 경계 등에 롱텀에볼루션(LTE) 방식의 통신망을 활용한 스마트드론 군사작전을 시연했다. 현재는 드론이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눈’ 역할이지만, 앞으로 5G와 더불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같은 ‘머리’를 얹으면 작전의 중심에 설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5G로 고화질 영상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지고, 이상 징후를 발견했을 때 민간인과 수상한 사람을 선별하는 능력까지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간 오지나 외딴 섬의 소초에는 드론이 군수물자를 대신 나르고 미래에는 공격과 방어 같은 실제 전투에도 투입될 전망이다.
지뢰 제거 같은 위험한 업무도 5G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지뢰는 외부 자극에 예민하므로 굴삭기로 흙 속에서 지뢰를 파낼 때 운전자의 민첩한 손놀림과 즉각적인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5G는 원격 제어 시 1~2초도 허락하지 않는 초저지연성과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완전한 무인화를 가능케 한다. 국방부는 LG유플러스 등과 함께 내년 5월까지 이 연구 과제를 진행해 앞으로 군사분계선 인근 미확인 지뢰 탐색과 제거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VR과 증강현실(AR)도 초고속·고용량 5G 기반 위에 군사용으로 널리 활용될 채비를 하고 있다. SK텔레콤(017670)(SKT)과 육군사관학교가 추진 중인 △VR 기반 정밀사격훈련 시뮬레이터 △AR 기반 지휘통제훈련 시뮬레이터 등이 시범 적용을 거쳐 전군에 도입될 경우 장병 개개인은 물론 단위 조직의 전투능력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VR을 활용하면 악천후나 야간 등 일반 훈련에서 접하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에서 훈련할 수 있고, 여러 총기와 총탄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순간의 판단과 정보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전장에서 AR글래스 등은 작전 지역의 지형과 주요 건축물, 아군과 적군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 지휘관이 최고의 선택을 하도록 도울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구 감소와 복무기간 단축 등으로 군사부문 무인화 필요성은 더 커졌다”며 “5G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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