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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보조금 中퍼주기]WTO제소하자니 보복 우려...'기울어진 통상'에도 속수무책

中,보조금지급절차 불투명...문제점 짚어내기 쉽지 않아
韓 승소해도 中 비관세장벽으로 맞대응하면 득보다 실
품질수준따라 보조금 차등지급 등 '플랜B' 검토 나서야

  • 김우보 기자
  • 2019-04-23 17:44:12
  • 기업
[전기차보조금 中퍼주기]WTO제소하자니 보복 우려...'기울어진 통상'에도 속수무책

[전기차보조금 中퍼주기]WTO제소하자니 보복 우려...'기울어진 통상'에도 속수무책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NECC)에서 열린 2019년 상하이모터쇼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 웨이라이가 ‘es6’를 선보이고 있다./상하이=연합뉴스

중국 업체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전기버스는 63대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 최대 전기버스 판매업체인 현대자동차(56대)를 앞질렀다. 국산 제품보다 1억원가량 저렴한데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보조금이 지급되는 터라 가격경쟁력에서 한국을 압도할 수 있었다.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에 애를 먹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자동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해왔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뉴 위에둥 일렉트릭’를 출시하고도 한국산 배터리를 쓴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자 배터리를 중국산으로 바꿔 넣기까지 했다.

분명한 차별대우지만 대응이 쉽지 않다. 국제기구에 끌고 가 법적 분쟁을 벌일 경우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 위해서는 심사기준 중 무엇이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중국이 심사기준을 투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국산·수입산 가리지 않는 전기차 보조금=우리나라는 일정한 인증을 거치고 평가항목에 부합할 경우 국내산이건 수입차건 동등하게 전기차 보조금을 주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되려면 먼저 자동차관리법·대기환경보전법·소음진동관리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자동차와 관련된 각종 인증을 마쳐야 한다. 여기에 ‘전기차 보급 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기차의 평가항목 및 기준에 적합한 차량이면 생산 국가를 따지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이 득을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기버스의 경우 지난해 지급된 보조금 중 40% 이상이 중국에 돌아갔다. 중국에 지급되는 보조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전기버스에 그치지 않고 판매 모델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주인이 사라진 GM 군산공장에서만 수만대 수준의 전기차가 생산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한국은 중국에서 냉대=중국 업체들이 이처럼 한국 시장에서 과실을 누리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은 중국 땅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자국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어서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도 겉으로는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차와 배터리의 평가항목 및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가 매달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보조금 지급 대상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중국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중국산 배터리를 쓰지 않은 차량은 제외하는 식으로 보조금을 차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문가들은 국제법상 분명히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WTO는 ‘내국민대우’ 원칙을 통해 외국인을 자국인과 동등하게 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보조금 지급 방식 중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를 짚어야 한다. 문제는 중국이 관련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더라도 중국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는 만큼 제소하기도 쉽지 않다. 핵심 시장인 중국이 각종 비관세 장벽을 세우는 식으로 무역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겪지 않았느냐”며 “힘의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단순 항의를 넘어 법적 공방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수입차, 커지는 보조금 딜레마=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산 전기차에 지급된 보조금만도 1,108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다른 나라 업체의 배를 불리느니 아예 보조금 제도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업계는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은 필수라고 단언한다.

값비싼 배터리 가격 탓에 차 한 대를 만들 때마다 1,000만원 수준의 적자를 보고 있다. 적자 규모를 줄이려면 생산량을 대폭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데 비싼 가격 때문에 걸맞은 수요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생산능력을 확대하기까지 보조금을 통해 수요를 늘려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각 주별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외국산 차량에 대한 차별은 없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가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차도 보조금을 지급받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이슈가 있어 드러내놓고 국적을 보고 보조금을 달리 줄 수는 없다”면서도 “품질 수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형태로 한국 업체에 대한 지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이재용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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