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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주목한 맞춤화장품 스타트업 ‘톤28’

'화장품 연구원 출신' 정마리아 대표 인터뷰

피부·기후·부위별 제품 제조해 달마다 배송

현재 130개국 기후 데이터 축적한 빅데이터로

국내외 대기업 ‘러브콜’...연내 해외 진출도

제품 원가 ‘용기90%·원료10%’ 관행 뒤집고

원료 90% 고집하며 최상급 원료 임상 그대로

마진 적은탓에 판매처 확대 어려움 겪지만

2년만에 구독자 수 5,000명·누적이용자 2만명

정마리아 ‘톤 28’ 공동대표./사진제공=톤28




“저희 ‘톤28’ 회원이 다음 달 미국으로 출장을 간다고 하면 고객의 피부 데이터를 토대로 6월 미국 기후 데이터를 적용해 그 사람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드립니다. 한국뿐 아니라 130여 개국의 기후 데이터를 축적했으며 이를 토대로 연내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뛰어드는 ‘맞춤형 화장품’ 시장 이끄는 스타트업=최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국내 1위 구독형 맞춤 화장품 업체 ‘톤28’의 정마리아(정양숙·42) 대표는 톤28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톤28은 사용자의 피부를 측정한 뒤 기후와 생활 습관 등을 반영한 ‘맞춤형 화장품’을 제작해 28일 주기로 배송해준다. 정 대표와 그의 ‘대학 후배’였던 박준수(40) 대표가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회사를 차렸다. 타깃은 구매력이 있으면서도 친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20~30대 여성들이다. 현재 매달 5,000명이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으며 누적 이용자 수는 최근 2만명을 넘겼다.

맞춤형 화장품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 ‘신생 시장’이다. 국내시장 규모가 50억원도 채 되지 않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후속 먹거리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이니스프리·라네즈 등을 통해, LG생활건강에서는 CNP를 통해 맞춤형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에서는 키엘이 최초로 맞춤형 화장품 브랜드 ‘아포테커리’를 국내에 소개했다.

선두 주자 격인 톤28은 국내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톤28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과 퓨처플레이에서 5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 스타트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외부 투자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톤28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톤 28은 여기에 최근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해외 캐피탈 벤처 3곳과 함께 35억원 규모의 2차 투자를 받았다. 정 대표는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 협업 요청을 꾸준히 받고 있다”며 “현재는 유럽 대기업과 해외 진출을 목표로 협의 중”이라고 했다.

재활용 가능한 종이패키지를 사용한 ‘톤 28’ 제품들./사진제공=톤28


◇‘수십만 원대 명품 에센스 원가=1만 원대 톤28 핸드크림 원가’=화장품 연구원 출신인 정 대표는 화장품 용기가 제품 원가의 90%를 차지하고 원료는 고작 10%에 불과한 화장품 업계의 관행이 불만이었다. 저렴한 원료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에 화학 성분 범벅인 기존 화장품을 보면서 그는 불만을 느꼈다.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가 임상실험을 할 때 넣었던 만큼 실제 제품에 담지 않습니다. 1g을 넣고 임상 실험을 해서 ‘주름 개선 기능이 있다’고 홍보를 해놓고 실제 제품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양을 넣는 식이죠.”

정 대표는 톤 28에 원료를 넣을 때 임상 실험에 쓰인 만큼 그대로를 넣는다. 그러면서도 원료도 100% 천연 성분을 고집한다. “우리 몸은 모두 자연에서 온 것인데 화학 성분이 가득한 화장품을 바르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일반 상품으로 판매되는 핸드크림의 경우 성분의 95% 이상이 유기농 원료다. 1만5,800원에 불과한 이 제품에 쓰인 원료 비용은 명품 화장품의 수십만 원대 에센스보다도 높다.

제품 가격 대비 원료에 쓰는 비용을 높게 잡은 탓에 애로사항도 있다. 판매 수수료를 30%에서 많게는 50%까지도 물리는 유통업체에 들어갈 수 있는 여유가 도저히 없었던 것. 톤28의 판매처는 자체 홈페이지 외에 아리따움·롭스 뿐이다. 여기서도 거의 ‘노마진’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입점을 결정했다.

그가 기존의 화장품 업계의 관행에 반기를 든 것은 이뿐이 아니다. 그는 “지금처럼 단계별 화장품이 출시되는 것은 피부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기 보다는 판매 경쟁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하나만 발라도 충분한 피부에 너무 과도한 화장품을 바르고 있다는 것. “대기업이 맞춤형 화장품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것도 현재 라인별로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존 브랜드와 충돌하는 ‘제살깎기’가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는 단계별이 아니라 부위별로 나눠 화장품을 발라야 한다고 제안한다. 부위별로 피부 두께, 피지 분비량 등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각 부위에 맞는 성분과 배합을 적용한 화장품을 발라야 한다는 것이다. 톤 28은 이마·볼·눈가·턱 등 최대 4개까지 부위별로 화장품을 제조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생활 패턴까지도 고려해 화장품에 담는다. 이렇게 해서 톤28이 만들어낼 수 있는 화장품의 가짓수는 기후까지 고려해 총 7,250가지다. 7,000가지가 넘는 화장품을 판매하는 정책은 지속될 수 있을까. 정 대표는 “지금처럼 완벽한 맞춤 화장품보다는 고려하는 변수를 조금씩 줄인 ‘반맞춤’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창출이 스타트업의 역할”=톤 28의 또 다른 자산은 총 20명의 ‘뷰티 지니어스’들이다. 이들은 고객과 회사 중간에서 창구 역할을 한다. 고객은 예약을 통해 뷰티 지니어스와 만나 자신의 피부 타입을 측정하고 필요한 제품을 추천받는다. 뷰티 지니어스는 결제뿐 아니라 사후 관리도 책임진다.

이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원하는 경우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다. 출근도 자유롭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이가 있는 ‘워킹맘’ 정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이 같은 근무 제도를 보고 실제 고객들이 뷰티 지니어스를 자원했다. 현재 활동 중인 뷰티 지니어스 모두가 톤 28의 실제 고객들이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10명의 뷰티 지니어스들의 이력도 화려하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디자인을 맡았던 사람도 있고 넥슨 등 IT 기업 출신과 승무원 출신 등 다양하다.

뷰티 지니어스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제품을 팔기 위해서 손님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상담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한번 상담을 나가면 백발백중이다. 정 대표는 “뷰티 지니어스들에게 고객 상담에서 ‘구매’라는 단어를 쓰지 않도록 교육하지만 실제로 미팅이 이뤄지면 10건 중 9건은 실제 구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특허 탈취 등 갖은 고생했지만 가장 큰 고비는 정부 규제“=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두 대표가 창업을 하면서 마주친 고비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렇게 좋은 성분을 넣었는데 이 가격이 말이 안 된다’며 누군가가 성남시청에 민원을 넣어 해명하려 다녀온 일은 귀여운 수준이다. 종이패키지를 개발해 특허를 등록하려고 봤더니 제조를 맡긴 공장에서 몰래 특허를 내 되찾아 온 것, 국내에서 콘셉트를 그대로 베낀 브랜드가 생겨나 판매 중지를 이끌어낸 것 등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 이같은 기술 탈취와 도용의 위험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정작 가장 무서운 것은 ‘정부의 규제’라고 말한다. 정 대표는 “중국과 미국은 금지한 것 외에 모든 것을 해도 된다는 ‘네거티브 규제’인 반면 우리나라만 아직도 ‘포지티브 규제’를 고집하고 있다”며 “맞춤화장품은 해외에서도 생소한 분야인데 우리나라가 오히려 글로벌 스탠다드보다도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전한 스타트업 소외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조만간 내년 3월에 정식 시행될 맞춤형 화장품 관련 법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된다고 하는데 업계 1위인 우리는 정부가 주최하는 정책 간담회 등에 초대받지 못하는 등 의견을 개진할 창구조차 없었다”며 “맞춤형 화장품도 공유차량처럼 규제한다면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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