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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률 -0.3%…J노믹스 사실상 좌초

10년 만에 '최악 성적표'

설비투자 10.8% 감소에

민간소비도 제자리 걸음

정책보완 목소리 커질듯





2615A03 분기별 GDP 증감률 추이


우리나라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냈다. 수출과 투자가 함께 고꾸라지고 소비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이 경제활력이 사라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과 재정투입을 양대 축으로 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선 ‘J노믹스’가 사실상 좌초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의 보완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25일 1·4분기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3%, 전년동기 대비 1.8%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성장률 -0.3%는 지난 2008년 4·4분기(-3.3%) 이후 최저치이며 2017년 4·4분기(-0.2%) 이후 5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전년동기와 비교한 1.8% 성장률도 2009년 3·4분기(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수출과 투자가 전기 대비 각각 2.6%, 2.8% 쪼그라든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10.8% 줄어 1998년 1·4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민간소비도 전기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여기에 지난해 4·4분기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기저효과’로 정부의 성장 기여도까지 떨어지면서 성장률이 고꾸라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GDP 결과가 예상을 하회했다”며 “대내외 여건이 더 악화하고 하방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을 밑도는 ‘성장률 쇼크’로 원화 값은 급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원60전 오른 달러당 1,160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160원을 돌파한 것은 2017년 1월31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지수도 2,2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1분기 -0.3% ‘성장률 쇼크’] 곳간 풀어 떠받친 ‘소주성 민낯’...올 2% 중반 성장 물건너가나

수출·투자 동반 부진에

정부 지출효과 사라지자

5분기만에 다시 ‘역성장’

“성장률 목표 달성 위해

금리인하 카드 꺼낼수도”

홍남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으로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 ‘쇼크’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0%대 초반을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과 달리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지난 2008년 4·4분기(-3.3%) 이후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포함해 2.6%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목표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재정을 풀어 떠받친 경제의 초라한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으로 수출과 투자 부진을 꼽았다. 1·4분기 수출은 -2.6%로 지난해 4·4분기(-1.5%)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이 올 2월 수출물량 측면에서는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였으나 액정표시장치(LCD) 등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투자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10.8% 감소하며 1998년 1·4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도 0.1% 감소하며 지난해 4·4분기(1.2%) 이후 1분기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출과 투자가 내리막길을 걷는데 내수를 지탱해주던 정부지출마저 감소한 것이 경제성장률 마이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2%에서 -0.7%로 떨어졌다”며 “정부소비가 지난해 4·4분기 3.0%에서 올 1·4분기 0.3%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난해 4·4분기에는 추경 효과가 수출 부진을 상쇄했다면 올해 1·4분기에는 그 효과가 사라지면서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민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는데 정부의 재정으로 경기를 끌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한은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2.5%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4분기 성장률을 0%로 가정하고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2.3%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며 “1·4분기가 -0.3%를 기록한 만큼 정부의 목표 경제성장률 달성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놓았지만 반도체 수요 회복세가 더딘데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도 제거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성장률 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다”며 “결국 반도체 시장이 회복되면서 수출이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최후의 방편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올해 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빠르면 올해 4·4분기, 늦으면 내년 1·4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1·4분기 GDP 성장률 쇼크를 고려할 때 10월 수정경제전망 발표 이후인 11월 중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간 한은이 기준금리에 대해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혀왔던 만큼 올해 금리 인하는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한은이 지난해 실물경기가 어려웠음에도 욕을 먹어가며 금리를 올렸던 이유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것”이라며 “여전히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 만큼 올해 중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내린다면 그때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한은은 올 경제성장률 2.5%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4분기에 1.2% 이상 성장하고 3·4~4·4분기에 0.8~0.9% 성장하면 2.5%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1·4분기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8년 4·4분기 -3.3%) 최저이기는 하지만 우리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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