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가 지역의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지난해 9개월에 걸쳐 지역 주민·전문가와 함께 수립한 4년짜리 중기계획에는 이 사업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포퓰리즘’을 견제하고자 올해부터 지자체의 복지사업 신설 협의 때 중장기계획에 반영된 사업인지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지만 막상 안산시 사례가 나오자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라며 제지를 꺼리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의 현금 복지 포퓰리즘을 조정해야 할 정부가 스스로 방향키를 놓아버린 셈이다.
26일 보건복지부와 안산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시행되는 안산시의 ‘제4기(2019~2022년) 지역사회보장계획’에는 지난 17일 윤화섭 안산시장이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대학생 반값 등록금 제도’가 포함되지 않았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3월에 공고된 2019년 시행계획에도 해당 사업은 없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2007년부터 지자체가 4년 단위로 지역 주민의 욕구와 자원 등을 고려해 지자체 실정에 맞게 만드는 중장기 복지계획이다. 안산시는 2017년 12월 첫 ‘수립추진체계 구성회의’를 연 뒤 주민 심층조사, 전문가 회의, 공청회 등을 거쳐 만든 계획을 지난해 9월 복지부에 제출했다. 국책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4년 단위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수립 시점에 새 지자체장이 공약사업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 계획에도 없다면 급조된 사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이 계획을 보면 ‘반값 등록금’ 사업계획은커녕 대학생 등록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민의 수요나 전문가 의견이 조사된 적도 없다.
지자체가 계획에도 없는 복지사업은 하지 못하도록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던 복지부와 사회보장위원회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지자체의 현금 복지 남발이 심화하자 1월 총리실 산하 사보위와 복지부는 “지자체가 계획성 없이 복지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때 지역사회보장계획 반영 여부를 협의 기준으로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안산시 사례가 발생하자 “지역사회보장계획 반영 여부가 결정적인 기준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지역사회보장계획은 복지사업의 당사자들이 참여해 지역 실정에 맞는 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들라는 취지인데 정부가 오히려 중기계획의 힘을 빼놓고 있다”며 “포퓰리즘에 지자체들이 갈 길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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