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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믹스, 해외서 배운다] "재생에너지에 과도한 보조금 '비효율'…원전 완전배제 말아야"

<상>에너지전환 공짜는 없다…獨 에너지 전문가에게 듣다

원전·석탄발전소 배제하면 안돼

재생에너지로 점진적 대체 필요

LNG발전 확대 정책도 '미봉책'

온실가스 탓에 다시 줄여야할것

에너지원 장단점 제대로 알리고

韓 자연환경·경제성 요건 고려

당장 결정말고 장기 관점 접근을

크리스토프 슈미트 독일 국가경제자문위원장.




카렌 피텔 IFO 에너지기후자원센터장.


만프레트 피셰디크 독일 부퍼탈연구소 부소장.


한국의 ‘에너지 헌법’이라 불리는 ‘에너지기본계획’ 세 번째 버전이 지난 19일 처음 공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의 발전 비중은 대폭 높이고 안전 우려가 있는 원전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화력발전은 더 이상 짓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됐다. 논란이 많다. 곧바로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와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이 계획대로면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인지, 한국과 같은 환경에서 원전과 석탄 발전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인지 등을 두고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지는 이달 8~12일 이러한 논란을 우리보다 먼저 겪었고 한국 에너지 전환 정책의 롤모델이기도 한 국가인 독일을 찾았다. 이 기간 독일 ‘5인의 현자’로 불리는 크리스토프 슈미트 독일 국가경제자문위원장과 독일 5대 핵심 경제연구소 중 하나인 IFO의 카렌 피텔 에너지기후자원센터장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또 최근 한국을 찾은 독일의 에너지·기후변화 전문 연구기관인 부퍼탈연구소의 만프레트 피셰디크 부소장과도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원전의 장기적 퇴출 정책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그 방식과 속도·지향점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전달한 조언을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미리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또 “당장 모든 것을 결정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 “독일도 정답은 아니다. 한국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탈원전·탈석탄·재생에너지 100% 확대’를 목표로 내건 독일의 에네르기벤데(에너지 전환 정책)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슈미트 위원장은 “탈원전과 화석 연료 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야심 찬 일”이라면서도 “막대한 보조금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국민들에게 상당한 비용 부담을 줬고 온실가스의 배출량에 기초한 에너지 가격 정책을 추진하지 못해 독일은 오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피텔 센터장은 “재생에너지 지원금은 매년 25억유로(약 3조2,000억원)에 달하고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 국민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다. 한국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피텔 센터장은 “현재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해결책”이라며 “한국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면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비용은 어디서든 발생하고 누군가는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독일에서는 전기요금이 시장가로 정해지고 정부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자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전환할 때는 민주적인 절차가 필수적이라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피셰디크 부소장은 “비용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며 “에너지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면평가를 통해 국민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에너지원별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개방하고 논의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슈미트 위원장 역시 “독재 정권이라면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문제가 쉽게 풀리겠지만 이럴 경우 시민들이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대화를 하면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탄소·탈먼지 시대에 한국이 에너지 믹스 전략을 어떻게 짜는 게 좋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피텔 센터장은 한국의 경우는 원전과 석탄 발전을 아예 배제하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원전과 석탄 발전소를 돌리고 점차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이를 통해 대기오염률을 낮추고 온실가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전환 비용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슈미트 위원장은 “에너지 전환의 답은 중앙 계획보다는 시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온실가스 부담금을 높이면 가정과 기업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원을 찾게 되고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이럴 경우 소비자들이나 부담이 커지는 산업의 수용성을 반드시 확보하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역할은 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답은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피셰디크 부소장은 “LNG 발전이 미세먼지 문제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될 수 없다”며 “결국 나중에는 LNG 발전소도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텔 센터장은 “독일은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를 활용하는데 한국은 LNG를 수입해서 쓰는 것으로 안다”며 “천연가스를 액화시켜야 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결국 한국만의 자연환경과 경제성, 정치적 여건 등을 고려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피텔 센터장은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때보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점은 한국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한국은 독일과 여건이 다른 만큼 독일의 정책을 따라만 하기보다 한국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비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슈미트 위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대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전기요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경제적 측면에서 촘촘하게 정책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셰디크 부소장도 “1960년대부터 원전 반대 운동이 일어난 독일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모든 문제에는 분쟁이 있지만 그 안에 양보도 있어야 하고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센·뮌헨·서울=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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