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 1위 기업인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가격을 다음달부터 인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지방 소주사들도 가격 인상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29일 소주업계에 따르면 지방 소주사 선두주자인 무학, 대선주조, 금복주 등은 하이트진로 소주 가격 인상에도 아직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대선주조와 무학 등은 2015년 하이트진로와 함께 소주 가격을 인상한 이후 지금까지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지방 소주사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소주에 첨가하는 원재료를 고급화하면서 제조원가가 크게 올라 가격 인상요인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여론에 민감한 지방 소주회사 입장에서 앞장서 가격을 올리기는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다른 소주사 관계자는 “2015년 가격 인상 이후 최저시급 등 인건비가 올랐고 원재료 가격도 많이 올라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충청권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는 ‘이젠우리’의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맥키스컴퍼니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과 물가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소주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방 소주사들이 가격 인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소주가 갖고 있는 ‘서민의 술’ 이미지 탓이다. 이번 인상이 이루어지고 나면 술집에서 판매되는 소주의 가격은 5,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여 가격 인상에 따라 악화한 여론이 주류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 지방 소주사 관계자는 “소주 가격이 오르면 유통마진과 업주 마진은 가격 인상 폭보다 훨씬 많이 오르지만, 결국 비난은 소주 제조사가 다 받게 된다”며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이 부분이 제일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고민에도 불구하고 주류업계는 지방 소주사 역시 시간 문제일 뿐 결국은 시차를 두고 모두 소주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2015년 소주 가격 인상 때에도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제일 먼저 올리고 한두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지방 소주사들이 동시에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당시 한 지방 소주사는 다른 지방사들이 가격을 인상할 때 동참하지 않고 가격을 동결했으나 이 회사도 결국 8개월 뒤에 가격을 올렸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업체 수익성도 보장하는 선에서 인상률과 시기를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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