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어김없이 민물낚시를 즐기는 낚시 마니아 김세진(39)씨는 평소 산에 자주 가지 않지만 유독 등산복이 많다. 등산복 특유의 방수·방풍기능은 물론 주머니가 많이 달려있어 낚시할 때 입기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웃도어 매장에는 김씨처럼 등산복을 가리키며 “낚시할 때도 입을 수 있느냐”고 묻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아웃도어업계는 올 봄·여름시즌 낚시 전문 라인을 대대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2010년 등산복 열풍 이후 줄곧 하락세를 걷고 있는 아웃도어업계가 낚시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한 셈이다.
2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크리FnC부문은 낚시 등 수상스포츠 전문 라인 ‘웨더 몬스터’를 오는 5월부터 전국 매장에서 본격 판매한다. 안전을 위해 부력제를 넣은 ‘플로팅 베스트(Floating Vest)’와 밤이면 빛을 내는 ‘구명 보조복(Life Vest)’, 건조가 빠른 상하의 속옷 등이다. 또 수면에서 다양한 각도로 반사되는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모자 등도 선보인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등산복을 입고 일상생활을 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며 정통 아웃도어 제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면서 “등산에만 국한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수상레저 활동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상품을 처음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업계의 ‘외도’는 등산복 시장의 불황과 연결된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아웃도어시장은 지난 2014년 6조8,43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7년에는 약 4조8,000억원까지 줄어들며 정체기에 다다랐다. 낚시나 스쿠버다이빙과 같은 수상레저와 골프 등이 새로운 취미로 떠오르면서 등산복 위주의 아웃도어시장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황기만 해도 결혼식장에 등산복을 입고 갈 정도로 TPO(시간·장소·상황)에 상관없이 등산복을 착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일상복으로 입기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생기고 다양한 기능성 의류가 생겨나면서 비정상적으로 팽창됐던 등산복 시장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낚시는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면서 젊은 층으로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낚시 인구는 767만명에 달한다. 이에 아웃도어업계는 기존 등산복이 가진 기능성을 활용한 피싱웨어에 눈을 돌렸다. 방수와 방풍기능은 유지하되 가슴운동 등 낚시할 때의 움직임을 고려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 낚시는 정적인 운동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움직임이 많은 야외 활동이다. 물고기가 미끼를 건드릴 때 낚싯대를 살짝 들어 올리는 챔질에서부터는 낚싯대를 멀리 던지는 캐스팅까지 역동적인 움직임이 많다. 지난 3월 밀레가 출시한 반팔 셔츠 3종도 신축성이 뛰어난 폴리 스판 소재를 사용해 활동 시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유통업계도 낚시 마니아 잡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낚시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에 등장하는 낚시복을 한 데 모은 전문 매장 ‘도시어부 스토어’를 열었다. 청량리·광복점의 도시어부 매출 달성률은 현재까지 1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도어브랜드 K2가 이달 초 처음 출시한 낚시웨어 ‘피싱라인’은 방수 재킷과 경량 바람막이 재킷 등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