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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 매출 팹리스 20개뿐…자금지원 나눠먹기할 땐 '공멸'

업계 "생태계 강화 도움되지만

펀드 등 성과 위주 지원 필요"

국내 팹리스와 협력 많이 하는

중견 파운드리사엔 금융 지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서울경제DB




정부가 30일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에 세제혜택을 주기로 가닥을 잡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세액혜택을 축소해왔던 흐름을 거스르는 결정이다. 그만큼 경기침체가 심각하고 미래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앞으로 10년간 133조원 투자를 약속한 삼성에 대한 화답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국내 파운드리 기업은 삼성을 비롯해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시스템아이씨, DB하이텍, 매그나칩 등 4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시스템아이씨는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매그나칩은 시장에 매물로 나와 투자가 어렵다. 수혜 기업은 삼성전자와 DB하이텍 정도라는 얘기다. 삼성의 경우 파운드리 투자 규모가 연간 5조원 안팎일 것으로 관측된다. 올 1·4분기 시설투자(4조5,000억원)를 통해 연간 투자 규모를 단순계산해 이 중 30%를 파운드리 투자라고 가정하면 그렇다. 여기에 R&D 투자까지 합치면 세금 혜택 규모는 최소 수천억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된다”면서도 “대기업 지원에 공감하고 있어 이번 대책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DB하이텍 등 파운드리 중견 업체를 겨냥한 대책도 나왔다. 대규모 R&D 및 시설투자가 쉽지 않은 파운드리 기업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의 사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시설투자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삼성의 파운드리는 5나노·7나노 중심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을 위한 것이어서 중소 팹리스와의 상생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 팹리스에 적합한 기술을 보유하고 기존 협력관계도 있는 곳이 지원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보면 생태계 강화 방안이 눈에 띈다. 팹리스와 수요 기업 간 ‘얼라이언스 2.0 구성’, 팹리스 전용 펀드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실행지침 등을 잘 짜야 한다는 고언이 적지 않다. 1,000억원을 조성한다는 팹리스 전용 펀드만 해도 골격만 나왔을 뿐이다. 세금이나 다름없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출자로 메울 것인지, 아니면 민간자금을 일정 부분 유치할 것인지, 펀드 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세부지침이 필요하다. 업계의 한 실무자는 “칩 개발 수요가 5세대(5G)·인공지능(AI) 등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팹리스 투자 펀드 조성은 업계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팹리스 투자의 속성상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벤처캐피털에서 운용하고 있는 숱한 펀드와 차별화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얼라이언스 2.0을 구성한 것도 눈에 띈다. 정부, 팹리스 업체, 파운드리 업체 등 25개 기관을 넣었다. 가령 자동차 분야에서는 넥스트칩·텔레칩스 등 팹리스와 현대모비스 등 수요 기업이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측면에서 얼라이언스가 얼마나 유익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번 얼라이언스는 정부가 다 짜서 업계에 통보했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새 파트너를 만들 때 얼라이언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굳이 이런 식의 틀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임원은 “연간 매출이 수백억원 이상이 되는 팹리스 업체는 고작 20개”라며 “펀드 운용이나 기업 지원 등에 있어 나눠 먹기가 아닌 성과 위주로 가야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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