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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정상욱 "과학영웅 시스템 밖에서 탄생…엘리트교육 하되 조바심은 毒"

재외한인 과학자들이 본 韓 기초과학

정상욱 럿거스대 교수 인터뷰

미국서 더 유명한 강대원 박사 등

연륜 있는 인재 찾아내 대우해야

정상욱 럿거스대 교수




“우리가 찾는 과학계의 ‘영웅’은 예측 가능한 시스템 속에서 길러지기보다는 다양성과 창의성이라는 토양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시대의 흐름을 바꾼 인물은 대부분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난 곳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정상욱 럿거스대 교수는 본지와의 사전 e메일 인터뷰에서 이처럼 전망했다. 미국 UCLA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AT&T벨연구소를 거쳐 현재 럿거스대 양자재료합성센터·신소재연구센터 설립이사인 그는 우리나라의 포항공대, 중국 난징대 방문교수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선진국의 과학·인재 육성 시스템뿐만 아니라 무서운 속도로 선진국을 추격 중인 중국의 행보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다. 정 교수는 서울포럼 2019 이틀째인 오는 16일 세션3에서 청중들과 만날 예정이다. ‘칸막이를 허물어라-창의와 소통’이 주제인 만큼 창의적인 인재 육성과 과학기술 발전 방안에 대한 통찰력을 나눌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과학 영웅을 만들고픈 조바심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뿐만 아니라 스카치테이프와 연필만 갖고 ‘그래핀’을 발견한 맨체스터대 연구진, 연구소 한편의 허름한 트레일러에서 ‘리눅스’ 운영체제(OS)를 개발한 리누스 토르발스가 그랬듯이 “영웅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훌륭한 과학자를 배출하려면 엘리트 교육이 필요하지만 그 시스템만으로 창조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며 “조바심을 내다 2000년대 초 벨연구소의 논문 조작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벨연구소에 소속돼 있었던 얀 헨드리크 숀은 사이언스·네이처 등 저명한 학술지에 게재한 15편의 논문이 대부분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학계에서 퇴출됐다. 특히 숀 본인뿐만 아니라 연구소 내부적으로도 성과와 유명세에 대한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됐다. 연구 자금 유치에 목을 매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과학 인재가 언젠가는 탄생하리라 믿으며 마냥 기다려야만 할까. 정 교수는 “영웅을 만들 수는 없지만 이미 존재하는 영웅을 대접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촉발한 금속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OSFET)를 처음 발견한 이가 바로 한국인 과학자인 강대원 박사다. 역시 벨연구소 출신인 강 박사는 이미 1992년 작고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선 스튜어트 밸런틴 상을 수상하고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 업적을 기리는 분위기다. 정 교수는 “우리에게 이미 있는 영웅들을 잘 찾아내 대우할 수 있을 때 다음 영웅이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미국 등 선진국에 이어 새로운 ‘인재 블랙홀’로 떠오른 중국에 대응할 방안도 제시했다. 중국은 해외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천인계획’ 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실시해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비슷한 문화권이기 때문에 서양 선진국들보다 더 많은 인재가 중국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게 학계·산업계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정 교수는 “잠재적 인재 블랙홀인 중국과 여전히 우리보다 앞선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과학계 허브의 역할이라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중일 3국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국제 학술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지리적 이점 등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독일 알프스의 성을 개조해 학술 행사에 활용되는 슐로스 링베르크, 전원이 가득한 휴양지 같은 느낌을 주는 미국 애스펀센터 등을 예로 들며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는 제주도, 평화적인 올림픽 개최지로 각인된 평창 등에 국제 학술교류센터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장소 자체의 의미와 이야기가 있는 장소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약력 △1957년 △서울대 수학과 졸업 △캘리포니아주립대 물리학 박사 △1989~2001년 AT&T 벨 연구소 연구원 △1997년 럿거스대 물리학과 교수 △2005 럿거스대 신물질 연구센터 이사 △2007년 호암상 수상 △2010년 제임스 C.맥그로디 신소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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