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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우회적인 금리인하론, 洪부총리의 묘한 발언

정부 VS 한은 금리갈등 재연될까

뒷북경제




“아시다시피 금리 문제는 제가 언급하기가 적절하지 않은 사안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해 여러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지적이 많이 있다는 것을 저도 잘 파악하고 있다.”(4월29일 경제활력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금리에 대해서는 경제부총리로써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가 적절치 않다. 다만 1·4분기 지표를 보고 시장에서 그러한 요구가 있다는 걸 파악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조사단이 왔을 때 재정뿐 아니라 통화정책도 완화기조로 가야 한다는 권고는 있었다. 아세안+3 거시경제 감시기구(AMRO)에서도 보고서가 나왔는데 역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한국의 경우에는 완화적 기조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권고가 있다는 걸 말씀 드린다.”(5월2일 피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피지 난디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아세안(ASEAN)+3 재무장관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분기 역성장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에다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론이 강하게 제기됩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라고 선을 긋고 있는 와중에 홍 부총리의 최근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홍 부총리는 “적절치 않다”고 전제를 하면서도 “시장에서 지적이 많이 있다”, “IMF와 AMRO에서도 완화적 기조로 가야 한다는 권고가 있다”며 우회적으로 금리인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직접적인 의견을 제시하기에는 각종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향후 책임론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돌려 말한 것이 아닐까 해석됩니다.

실제 홍 부총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존중 차원에서 금리 관련 언급을 피해왔습니다. 이번 발언에 대해서도 기재부 관계자들은 “원론적”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아마도 지난해 11월 한은의 금리인상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금리 월권 논란을 불러온 점을 고려한 걸로 보입니다. 이 총리는 지난 9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금리 인하가 결국은 빚내서 집을 사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 문제(금리 인상)에 대해서 조금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해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지난 2014년 최경환 당시 부총리의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 발언도 문제가 됐습니다.



이번 홍 부총리의 발언에서 묘한 점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해석입니다. 지난 3월 IMF 조사단이 “재정뿐 아니라 금융 통화정책도 완화 기조로 가라”는 권고를 하자 한은에서는 지금도 충분히 ‘완화적’이라며 금리인하론에 반박했습니다. 이번 ARMO 보고서에서도 한국, 일본, 태국에 대해 ‘현재의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Maintain current expansion)’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한국의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추가 확장(Expand more)’을 의미하는 위로 향하는 화살표가 있고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양 옆으로 향하는 화살표가 권고란에 그려져 있습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보고서 설명 그대로였지만 이를 언급할 때의 상황은 ‘추가 완화를 권고’한 듯한 뉘앙스를 풍겨 속내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 만큼 한은도 금리 인하로 보조를 맞춰,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조합(폴리시믹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문으로도 분석됩니다.

경기 여건과 각종 지표를 고려하면 금리인하론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1·4분기 성장률 발표 전후로 금리인하의 전조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올 들어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둔화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금리 인상 과정부터 한은이 등 떠밀려 올렸다는 실기론을 제기합니다. 항상 뒷북이라는 비판인데요.

이번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피지 출장 중 홍 부총리와 이 총재는 공식적인 석상에서의 미팅은 없었지만 중간중간 브레이크 타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제부총리와 중앙은행 총재간 어떤 교감을 이뤘을지, 향후 정부와 한은의 금리갈등으로 번질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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