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2년 어느 날부터 어떤 음식을 먹든 토해버리게 됐다. 온갖 좋은 음식과 약을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원인은 ‘장협착증’. 장의 통로가 좁아져 음식을 소화할 수 없게 되자 날이 갈수록 기력이 쇠해졌다. 어려운 형편에 수술도 했지만 음식을 먹는 것은 여전히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면을 먹으면 속이 풀린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라면을 먹자 거짓말처럼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꼈다.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자 포만감도 따라왔다. 48년째 삼시 세끼 라면을 드시는 박병구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농심(004370)은 1994년 박 할아버지의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후 26년째 안성탕면을 무상 제공해왔다. 어버이날을 앞둔 3일에는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박 할아버지 댁을 방문해 건강을 기원하는 선물을 전했다. 박 할아버지는 올해로 91세(망백)다. 이날 할아버지 댁을 찾은 정효진 농심 춘천지점장은 “박 할아버지가 안성탕면을 드시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할아버지께 안성탕면을 제공해드리고 자주 찾아뵐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성탕면으로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박 할아버지는 한때 소고기라면만 고집했다. 여느 라면과 달리 소고기라면은 박 할아버지의 속을 편하게 달래줬다. 이후 그는 ‘해피라면’에 이어 안성탕면을 주식으로 삼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안성탕면을 언제부터 드셨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시지만 안성탕면이 1983년 출시됐고 해피라면이 1990년대 초반 단종됐다는 점에 미뤄볼 때 적어도 30년 이상 안성탕면만 드신 것으로 추정된다”며 “된장으로 맛을 낸 안성탕면의 구수한 국물이 박 할아버지가 부담 없이 드실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농심이 박 할아버지에게 제공한 안성탕면은 총 900여박스로 개수로는 3만6,000여개다. 화천 지역을 담당하는 농심 영업사원은 3개월에 한 번씩 박 할아버지 댁을 방문해 안성탕면 9박스를 전달하고 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