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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빛·물·노출 콘크리트...도심·숲에서 만나는 '거장의 공간'

[한국 속 안도 다다오 건축]

뮤지엄 산을 드로잉하는 안도 다다오. /사진제공=뮤지엄 산




최근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대한 영화 ‘안도 타다오’가 개봉되면서 안도와 그의 건축세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교 시절 아마추어 복서로 링에 오르기도 했지만 건축에 마음을 빼앗긴 후 세계적인 건축물을 보러 훌쩍 여행을 떠난 이야기나, 건축학과는 고사하고 대학 진학도 하지 않은 고졸 출신으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그의 인생 스토리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다.

그러나 역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그의 건축물들이다. 십자가 모양의 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강렬한 인상을 자아내는 ‘빛의 교회’를 비롯해 자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스미요시 나가야’ ‘상하이 폴리 그랜드 시어터’ 등 스크린에 담긴 그의 작품들은 한 번쯤 방문하고 싶다는 욕심을 불러일으킨다. 다행스러운 점은 안도의 작품을 보기 위해 반드시 해외로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에는 소개되지 않았어도 국내 곳곳에 그의 건축물이 있다. “타국의 문화를 풍부하게 느끼고 그곳이 아니면 안 되는 건축을 위해 씨름한다. 그렇게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한 그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한국의 도시·산하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지난 2013년 완공된 안도 다다오의 작품 ‘뮤지엄 산’ 전경.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물과 노출 콘크리트 건물, 사각형과 삼각형·원형 중정으로 들어오는 자연광 등 안도의 건축 요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제공=뮤지엄 산




뮤지엄 산 개관 5주년을 맞이해 지난해 말 개장한 명상관 내부. /사진제공=뮤지엄 산


뮤지엄 산 본관에 있는 세 개의 중정 중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삼각 코트’. /사진제공=뮤지엄 산


■안도 건축의 3요소 반영된 뮤지엄산

잔잔한 수면에 본관건물 거울처럼 투영

명상관, 햇빛따라 시시각각 모습 달라져

건축 기간 8년, 대지면적 7만1,172㎡, 전시 공간 5,445㎡, 관람 동선 2㎞. 국내 최대 미술관으로도 꼽히는 ‘뮤지엄 산’은 지난 2013년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리조트 부지 내 개관했다. 해발 275m 산꼭대기에 위치한 이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의 품속에 안긴 듯한 포근함과 고요함을 선사한다.

웰컴센터와 플라워가든·본관·워터가든·스톤가든·제임스터렐관으로 구성된 뮤지엄 산은 빛과 물, 노출 콘크리트 등 이른바 안도 건축의 3요소가 유감없이 드러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웰컴센터와 본관이 바로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한 건물이다.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웰컴센터는 원형으로 이뤄져 있다. 국내에 곡선 합판이 없어 철판으로 곡선을 구현했다고 한다. 이곳을 나와 플라워가든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본관은 파주석이라는 돌로 외벽을 둘렀다. 하지만 안쪽에는 마찬가지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숨어 있는 ‘박스 인 박스(box in box)’ 형태다. 곡선으로 이뤄진 웰컴센터와 달리 본관은 직선이 주를 이룬다. 특히 본관의 핵심 공간으로 꼽히는 중정 ‘삼각코트’는 모서리가 날카롭게 느껴질 정도로 예리하다. 본관에는 삼각형과 더불어 사각형·원형 중정이 더 있는데 사각형은 땅, 원형은 하늘, 삼각형은 그 둘을 잇는 사람을 각각 의미한다.

본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안도 건축의 또 다른 요소, 물이다. 잔잔한 수면에 하늘과 본관이 반영돼 마치 거울처럼 풍경을 찍어낸다. 물이 깊을 것 같지만 실은 20㎝ 정도로 얕다. 대신 안에 짙은 먹색의 자갈인 ‘해미석’을 깔아 깊이감을 더했다. 본관의 측면으로는 경사면을 따라 계단식으로 워터가든이 조성돼 있다.

뮤지엄 내부를 걷다 보면 인공조명이 별로 없는데도 내부가 환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본관의 경우 천장과 벽체 사이를 띄우고 곳곳에 큰 창을 내 자연광이 잘 들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엄 산에서 빛이 가장 인상적인 공간을 꼽자면 지난해 개관 5주년을 기념해 문을 연 ‘명상관’이다. 면적 40평의 돔 공간인 이곳에는 벽을 따라 포물선 모양의 얇고 긴 창이 나 있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명상관 내부를 비추는 햇빛은 다양한 모양과 빛깔로 변화하면서 사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콘서트홀과 미술관을 갖춘 JCC아트센터 전경. 누구나 아트센터 외부계단을 타고 올라와 안도 다다오의 작품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사진제공=재능교육




좁은 부지와 경사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한 JCC크리에이티브센터 전경. 안도 다다오의 다른 건축물과 달리 사선구조가 많이 사용됐다. /사진제공=재능교육




지하지만 맨 위층까지 뻥 뚫려 있어 빛이 잘 드는 JCC크리에이티브센터 중정. /사진제공=재능교육




■거장의 디테일 빛나는 재능문화센터

불리한 입지 극복위해 사선구조 적용

빨강·노랑·파랑 ‘삼각형 오브제’ 눈길

세상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진 듯한 뮤지엄 산과 달리 번잡한 도시 한가운데서 만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재능교육의 ‘재능문화센터(JCC)’다. 2015년 완공된 이곳은 현재 서울 시내에 위치한 유일한 안도의 건축물이다. 부지 면적도 넓지 않고 높이도 3~4층에 불과하지만 거장의 디테일이 곳곳에서 엿보여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JCC는 두 동의 노출 콘크리트 건물로 이뤄져 있다. 177석의 콘서트홀과 미술관으로 구성된 JCC아트센터와 연구동 및 연수원 역할을 하는 JCC크리에이티브센터다. JCC아트센터는 대지면적이 1,120.70㎡, 건축면적은 672.32㎡(203.38평) 규모다. JCC크리에이티브센터도 건축면적 1,204.11㎡(364.24평)로 아담하다. 지상층 층수도 각각 4층과 3층으로 주택가인 주변 풍경과 이질감이 없다. 재미있는 점은 두 건물 사이에 전혀 상관없는 건물이 한 동 서 있다는 것이다. 당초에는 이 부지까지 사들이려고 했지만 결국은 매입하지 못했다고 한다.

안도는 오히려 이 점을 흥미롭게 여겼다. 부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주로 사용해온 수평과 수직 대신 역동적인 사선 구조를 적극적으로 썼다. 또한 대학로와 혜화문 성곽길을 잇는 길에 위치한 JCC의 입지적 특성을 고려해 건물 내부로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옥상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건물을 길의 연장으로 보고 길에 건축물이 녹아들도록 의도한 것이다.

JCC에서도 노출 콘크리트나 지하까지 자연광을 끌어오는 안도 특유의 건축기법이 도드라진다. 여기에 더해 ‘거장의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JCC에는 세 개의 삼각형 오브제가 있다. 아트센터 외벽에 붙어 있는 두 개의 파란색 삼각형과 크리에이티브센터 벽면에 달린 노란색 삼각형, 세 개의 빨간 기둥이 모여 삼각형을 이루는 형태의 조형물이다. 안도는 건축물 이외의 오브제를 잘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JCC에서 만큼은 이례적으로 다양한 오브제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크리에이티브센터 지하에 가면 ‘안도의 의자’라고 이름 붙은 나무 의자도 만나볼 수 있다.

눈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귀로 들리는 디테일도 있다. JCC아트센터 지층에 위치한 콘서트홀은 소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음향시설을 자랑한다. 이곳의 음향은 세계적인 음향 컨설턴트 나가타어쿠스틱스(Nagata Acoustics)가 담당했다. 2016년 문을 연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을 총괄해 국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나가타어쿠스틱스는 주로 대형 프로젝트를 맡아왔지만 안도의 특별 요청으로 JCC아트센터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이외에도 제주도에는 안도 건축 투어가 가능할 만큼 작품이 여럿이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본태박물관과 휘닉스제주섭지코지 부지에 있는 유민미술관·글라스하우스 등이다. 현재 한창 건축 중인 작품도 있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에 들어서는 LG아트센터다. JCC에 이어 LG아트센터의 감리를 맡고 있는 간삼파트너스의 하광헌 이사는 “별개의 건물로 기획됐던 사이언스홀과 아트센터를 80m 길이의 긴 건물로 연결했다. 타원으로 된 터널이 두 공간을 구분 짓는 디자인으로 새로운 안도의 건축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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