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격이 15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업체 넥슨의 매각 본입찰이 전격 연기됐다. 적격 예비후보(쇼트리스트·shortlist)에 이름을 올린 인수 후보 중 한 곳이 자금을 지원할 금융사의 투자확약서(LOC)를 확보하지 못하자 매각주관사에 입찰 연기를 요청했던 게 원인으로 알려졌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매각주관사인 도이체방크·모건스탠리는 넥슨 매각 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15일(한국 현지시간)로 예정됐던 본입찰을 오는 24일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넥슨 매각주관사는 지난 3월 예비입찰을 통해 전략적 투자자(SI)인 카카오와 텐센트 컨소시엄을 비롯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베인캐피털 등 5곳으로 후보군을 좁힌 바 있다.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5곳 외에도 디즈니 등 해외 유명 기업 여러 곳에 인수 참여 초청장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후보가 금융사로부터 조달해야 할 인수금융의 LOC를 제때 제출하지 못하면서 본입찰이 연기된 것이다.
이번 인수전에 정통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딜 사이즈가 16조원 정도도 덩치가 큰데 일부 인수 후보가 금융사로부터 LOC를 받는 게 늦어지면서 본입찰도 연기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회장은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 NXC는 일본에 상장된 넥슨을 비롯해 10여 개 업체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거래의 핵심은 일본에 상장된 넥슨이다. 시가총액만 1조4000억엔(약 15조원)에 달한다. NXC(지분율 28.3%)와 벨기에 투자법인(18.7%)의 지분 시가만 7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얹을 경우 전체 매각가격은 1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10위권(매출 2조5,784억원)의 게임업체인 넥슨은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를 바뀌는 인수·합병(M&A) 거래다. 한국 기업의 M&A 거래로도 역대 최대 규모라 매각이 공식화한 당시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일부 인수 후보가 LOC 확보에 실패한 것을 두고 넥슨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게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던전앤파이터’를 제외하면 뚜렷한 캐시카우가 없는 게 넥슨의 현실인 만큼 15조원 안팎의 금액을 쏟아붓는 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24일 진행되는 본입찰이 예상과 달리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윤희·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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