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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과잉성취보다 호기심 좇아야 창의성 발휘…질문하는 학생 돼라"

■라운드테이블-'제2 스티븐 호킹' 카를로 로벨리 교수

철학·문학·경제학 등 다방면 교육일수록 바람직

창의성 자극하려면 他문화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

15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9 라운드테이블에서 카를로 로벨리(앞줄 왼쪽 네번째)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가 정부 출연 연구기관장들과 박수를 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




“아인슈타인은 학교를 자퇴한 뒤 호기심에 대학 강의를 듣거나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고, 물리학을 공부한 뒤에도 일개 회사의 사무직원으로 일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망스러운 과거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아인슈타인이 된 것이 아니라 그런 과거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열심히 일해서 과잉성취하는 모델보다는 자신의 호기심에 따라 결과에 다다르는 모델을 제시한다면 더 많은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카를로 로벨리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는 15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서울포럼 2019’ 개막에 앞서 열린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 학생들의 창의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호기심을 좇는 학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를로 로벨리와 함께하는 지식의 성찬’을 주제로 열린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기관장, 항공·우주 관련 연구진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교육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눴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로벨리 교수는 평소 한국 과학·기술계에 가졌던 질문을 참석자들에게 던지기도 하면서 활발하게 토론을 이끌었다.

참석자들의 관심사는 기초과학에서 어떻게 로벨리 교수와 같은 성취를 이룰 수 있느냐에 쏠렸다. 로벨리 교수는 학생이나 연구자들로부터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아인슈타인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아인슈타인은 그저 호기심이 많았을 뿐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걸으며 경쟁하거나 어떤 분야의 최고가 되려 하지 않았다”며 “한 분야에서 전문화된 교육보다는 철학·문학·생물학·경제학 등 광범위한 교육일수록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로벨리 교수가 특히 강조한 것은 질문의 중요성이었다. 그는 “창의성을 직접 가르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질문을 잘하는 학생들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한국 학생들이 질문을 안 한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이에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원장은 “몇 년 전 MIT를 방문했을 때 ‘한국 학생들이 똑똑하고 성적이 좋지만 질문할 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답은 내가 가진 지식으로 하는 것이지만 질문은 미래를 생각하고 예측해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 교수도 “유교적 교육의 특성이 작용하다 보니 교수 등 윗사람이 말할 때 반론을 제기하기보다는 어떻게 이를 잘 따를까에 치중한 게 사실”이라며 “교수가 오른쪽으로 가라지만 왼쪽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라고 교육하는 등 동료들과 좋은 씨앗을 뿌리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성공이 오히려 한국인이 가진 강점과 연결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프란체스카 비도토 웨스턴온타리오대 교수는 “아인슈타인이 성공한 비결은 열정과 실패한 뒤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근성 또는 회복력이었다”면서 “한국 학생들에게서 이 두 가지가 엿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로벨리 교수 또한 “개인적인 관계나 자유를 포기하면서까지 무언가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은 그 열정 때문에 성공하고는 한다”며 “아인슈타인이야말로 정말 많은 실패를 했고 그 실패를 바탕으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동의했다.

로벨리 교수는 창의성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럽의 문화적 강점과 경쟁력도 타 문화에 대한 수용에서 나온다는 게 로벨리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서구의 강점 중 하나는 미국이나 아시아·중동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경우 문화의 개성이 상당히 강한데도 미국 문화 등 다른 문화를 받아들일 때 열린 마음을 갖고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15세기부터 아시아에 문호를 개방하는 등 열린 문화를 가졌다”면서 “사회가 개방될수록 성공을 거둘 확률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소 유지를, 독일은 탈원전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로벨리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 원자력발전소가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 편의성 때문에 기후변화 위험성 또한 현실적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원자력발전과 화석연료발전을 주장하는 측에서 각자 합리적인 이유들이 있는데 단순히 ‘원자력은 나쁘니 끝내야 한다’고 결론 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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