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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위기 자초" 비판에 한발 물러서

■현대차 노조 '강성' 기류 바뀌나

여론악화에 8년만에 조항 수정

임단협서 우위선점 위한 카드인듯





불과 2년 전만 해도 현대자동차 노조는 단체협약상 ‘유일교섭단체’ 조항을 없애는 데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지난 2017년 3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개시를 앞두고 현대차 노조는 “시정 명령을 받은 단협 조항은 올해 임단협에서 절대로 논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올해 임단협에 앞서 현대차 노조가 단협에서 유일교섭단체 조항을 삭제하기로 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은 현대차 노조가 그동안 부정적으로 비춰졌던 ‘강성’ 이미지를 벗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실제 현대차는 이 조항 외에도 올해 개정 단협안에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조항도 없앴다.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현대차 노조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한국 자동차 생산은 95만7,000대로 4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6위인 멕시코와의 생산량 격차도 지난해 연간 6만9,000대에서 올해 1·4분기 7만2,000대로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자동차 노조의 장기 파업과 한국GM 노조의 연구개발법인 분리를 두고 격심해진 갈등 등으로 자동차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미지 개선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임단협을 앞두고 실익이 없는 것은 양보하는 대신 더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단체협약상 ‘유일교섭단체’ 조항은 복수노조가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사실상 효력을 잃어버렸다. 단체협약은 노사 간 자치규약이지만 상위에 있는 법이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교섭권의 독점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복수노조제도에서도 다수 노조에 대표교섭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군소 노조의 교섭권을 대신하는 형태다. 회사가 직군이나 업무환경·임금체계가 다른 군소 노조와 교섭을 할 필요가 있다면 개별교섭도 진행할 수 있다. 예컨대 대한항공의 경우 현재 4개의 노조가 있고 이 중 조종사 노조와 일반 노조 2곳이 회사와 교섭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조종사 새 노조는 조종사 노조의 교섭 결과를 따른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 올해 임단협 개시를 위한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하고 상견례를 요구한 상황이다. 요구안을 살펴보면 사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현대차 노조는 ‘회사는 차세대 차종 개발 후 생산공장 배치는 시장환경·수익성·생산성 등을 고려해 결정하되 국내 공장에 최대한 우선 배치 생산한다’는 단협 조항에서 ‘최대한’이라는 단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차세대 차종은 국내 공장에서 의무적으로 먼저 생산해야 한다. 아울러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을 없애는 대신 산재사망에 따른 유가족 우선 채용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 위법으로 판결된 내용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인원충원·정년연장 등을 올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핵심 쟁점으로 내세우면서 노조원의 결집을 이끌어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만 해도 이미 2심까지 패소한 사안으로 승산이 많지 않다”며 “협상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현재 현대차 사업장에는 다양한 소규모 제조직들이 있지만 이들이 현 노조를 대신할 조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제조직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노조를 대신하려고 하는 등의 시도가 없었다”며 “사측이 개별교섭을 허용한다면 달라지겠지만 유일교섭단체 조항이 삭제되더라도 대표교섭은 다수 노조인 현 노조와 할 것인 만큼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앞으로는 다양한 입장의 조직이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의 통상임금 합의 과정에서도 젊은 직원과 고참 직원의 입장이 달랐듯 정치적·경제적으로 다양한 견해차가 존재한다”며 “지금보다 강성인 입장의 다른 노조가 등장해 다수가 될 수도 있고 반대 성향이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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