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술굴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중국의 보안업체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빅브라더’로 불리는 중국의 감시통제 산업까지 제재의 칼날이 미칠 경우 무역 갈등을 넘어 정치적으로도 양국의 관계가 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중국의 보안장비 생산 업체인 ‘하이크비전(Hikvision)’을 상무부 기술수출 제한 목록(entity list)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크비전이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업체들은 하이크비전에 부품을 수출 할 때 정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는 앞서 상무부가 중국 이동통신사인 화웨이에 가한 제재와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경제적·기술적으로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통신장비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 기업의 대한 정보수집에 나설 것으로 보고 화웨이에 제재를 가한 것처럼 곳곳에 설치된 하이크비전의 CCTV가 사생활 침해는 물론 각종 정보 유출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하이크비전은 감시 카메라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위험한 업체로 인식하고 있다.
폐쇄회로(CC)TV 업계의 최강자인 ‘하이크비전(Hikvision)’ 기존 CCTV에 인공지능(AI)과 유전자 검사 기술 등을 융합해 감시체계의 효율성을 높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당국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서북부 신장과 위그르 지역에서의 무슬림들에 대한 중국의 차별과 탄압에 하이크비전의 감시 체제가 핵심에 있다고 보고 있다.
NYT는 “미국 의회 차원에서 중국의 무슬림 탄압에 연루된 기업들을 제재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하이크비전이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면 미국이 중국 내 소수민족이나 무슬림들에 대한 탄압과 관련해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첫 사례가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은 자국 뿐 에콰도르, 짐바브웨,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아랍에메리트(UAE) 등에 자국의 감시체계를 수출하며 인권침해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은 또 중국에 의한 기술 유출 우려에 첨단 분야에서 자국 기업의 중국 인력 고용승인을 지연시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기업들이 첨단분야에 종사할 외국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미 상무부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특히 중국 인력에 대해 허가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외국 인력을 첨단 분야에 고용할 경우 관련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해 고용허가를 면밀히 심사하고 있으며 국무부나 국방부, 에너지부 등과도 공조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중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아 미국 기업들들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미 기업의 첨단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 인력 가운데 중국 인력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의 견제 강화로 중국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육군 보병학교를 찾는 등 미국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2일 인민일보는 시진핑 주석이 전날 장시성의 육군 보병학교를 찾아 강군 사상과 더불어 실전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시 주석의 행보는 애국심 고취는 물론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시위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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