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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미래를 그린다 -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실질적 재계 원투펀치

스마트 모빌리티

혁신을 설계한다

2019년 1월 2일 신년사를 하고 있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9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신화에 가려 스포트라이트가 비교적 덜한 편이지만 현대차그룹은 명실상부한 재계 2위다. 그러나 겉으로 보여지는 현대차그룹의 이미지는 투박하고 거칠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삼성보다 덜 세련됐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은 ‘여우’, 현대차그룹은 ‘곰’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현대차그룹을 오랫동안 지켜본 경영학자나 취재 기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약삭빠른 여우’에 가깝다는 것이다. 모든 스포트라이트(이건 공격을 위한 조명탄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가 삼성을 향할 때, 현대차그룹은 얼굴에 퍼지는 미소를 애써 지우며 내실을 다져 나갔다. 삼성이라는 방어막 뒤에서 현대차는 덜 얻어 맞을 수 있었다.

제품군에 SUV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현대차는 슬쩍 제품들을 내놓았다. 그리고 나선 공격적으로 시장을 집어 삼켰다. 하이브리드 차가 도요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을 때도 현대차는 금세 따라붙었다. 그러면서 뒤에선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 3세 승계도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매끄럽게 알렸다. 놀랍게도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가면서 말이다.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하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입사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책임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내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공유경제,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요약되는 미래산업 전환기에서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시대가 왔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 볼 때가 온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를 맞았다. 3월 22일 현대자동차는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에 입사한 지 20년 만에 이뤄진 ‘사건’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같은 날 열린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도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서 지난 3월 15일 열린 기아자동차 주주총회에

서는 비상근이사에서 사내이사로 직급이 변경됐다(정 수석부회장은 2005~2009년까지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뒤,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9년간은 기아차 이사회에서 비상근인 기타비상무이사 역할만을 해왔다).

2010년 이후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등재됐다는 건 사실상 그룹 총수 지위에 올랐음을 뜻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책임경영’ 체제를 완성해 그룹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그룹 내 계열사 대표이사 직함을 두 개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은 정몽구 회장이 유일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가 되자 재계 안팎에선 사실상 정의선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3세 경영을 입에 올리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다. 다른 기업에 비해 상명하복 문화가 살아 있는 현대차그룹 조직문화가 이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현대차에서 근무했던 A씨는 말한다. “정몽구 회장은 현장 경영을 바탕으로 세세한 것까지 직접 챙기는 스타일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투박한 이미지와 달리 꼼꼼해요. 게다가 정몽구 회장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조직 장악력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룹 안에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조차 2인자라는 표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정몽구 회장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차 정관에는 ‘명예회장’직이 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에겐 ‘아직 이른’ 타이틀이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73세 때인 1987년 ‘명예’ 타이틀을 단 것과 비교된다.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꽁꽁 닫아두었던 정의선 시대의 문을 이제 열어젖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이고 착실하게 경영 수업도 쌓아왔다. ‘정의선’ 이외 다른 후계 구도를 가정할 여지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사실 2009년 8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부회장 승진 이후 ‘포스트 정몽구’ 체제는 가동되고 있었다. 다만 그 속도가 늦고 점진적인 것이어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 승진 직후인 2009년 12월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원로급 임원인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 김치웅 현대위아 부회장, 팽정국 현대차 사장 등이 퇴진했고 226명에 달하는 젊은 임원들이 대거 등용됨으로써 포스트 정몽구 시대를 예고한 바 있다. 아들 정의선을 위해 아버지 정몽구가 젊은 피를 공급해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때부터 ‘정의선 체제’의 기반은 마련되어 오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삼성전자만큼이나 한국인에게 친숙한 기업이다.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생애 첫 차로 현대차나 기아차를 산 국민들이 대다수였다.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차나 기아차에 대해 이런 저런 품평을 쏟아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현대차그룹과 오너 경영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이들에 대한 정보는 차단되어 있다. 대중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단편적 이야기들의 파편을 끼워 맞춘 이야기를 접할 뿐이었다. 하지만 정의선 시대에는 달라질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사인들이 나오고 있다.



▶능력 있는 ‘오너 3세’의 등장

3월 22일 열린 현대모비스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과 브라이언 존스 사외이사(오른쪽). 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연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내부 소통을 위해 직접 동영상에 출연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15일부터 2월 1일까지 제주도에서 진행된 ‘현대기아차 신임과장 및 책임연구원 세미나’에서 셀프카메라로 찍은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 영상 속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캐주얼 차림으로 수소전기차 넥쏘 운전석에 앉아 자율 주행을 직접 시연했다. 그는 “여러분 반갑습니다. 갑자기 제가 나와서 조금 놀라셨나요? 이렇게라도 여러분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라고 유쾌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동영상 메시지로 회사 경영 방침과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의 시승 소감을 진솔하게 전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화성 남양연구소 내부 과속방지턱을 알아서 넘어가는 넥쏘의 자율주행 성능에 대해 “이런 좋은 차 누가 만들었나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1년과 2012년 신입사원 연수회 때 만난 직원들이 과장으로 승진해 감회가 새롭다고 밝히며 친한 회사 선배로서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다소 무거워질 수도 있는 주제를 진솔한 동영상 메시지로 전달한 것은 혁신과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정 수석부회장 경영색깔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덕분에 다소 보수적이었던 현대차그룹 조직 문화도 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현대차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셀프카메라 영상을 찍어 메시지를 전달한 게 신선해 보였어요. 소탈하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유연함을 읽을 수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회사가 젊어졌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는 2015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누가 중심이 돼 생산의 세계화 작업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정몽구 회장 리더십이 굉장히 좋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20년 이상 걸리는 (세계화)작업을 해야 한다면 조직적으로 해야 한다. 강력한 리더들이 이끌면 한국 기업은 굉장히 강해진다. 하지만 그 다음 세대에 걸쳐 이런 일을 하려면 ‘조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일본 기업은 원래 강한 리더가 없기 때문에 ‘조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많다. 일본 경영자는 6~10년 이상 계속하는 사람이 없다. 한국의 경우 굉장한 리더가 있으면 20~30년을 잘 해나갈 수 있지만 지금은 이런 시기가 끝나가고 있다. 다음 세대에도 굉장한 리더가 나올 수 있을까 이게 문제다.”

2014년 현대차그룹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했다. 오너 정몽구 회장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77세였던 정몽구 회장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외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위한 경영권 승계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그래야 현대차그룹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펼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2014년 4월 중순,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한 임직원들을 불러 “다들 고생이 많았다”고 치하했다. 그는 “100년을 내다보고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10조5,500억 원에 달한 인수금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금액이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러나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라 (인수금액을)결정하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말했다.

이 말에 모든 답이 들어 있다. 안정적인 3세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 이후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포스트 정몽구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아직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건재하고 경영 전반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끌어 갈 ‘삼성동 시대’를 준비 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정몽구 회장은 세계 5위 자동차 회사의 위상에 맞는 현대차그룹 본사를 만드는 게 숙원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양재동 본사와 계동 사옥을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사무공간이 부족하다. 새로운 현대차그룹 건물은 2023년 완공될 예정이다. 그때 정몽구 회장의 나이는 86세가 된다. 그때가 되면 누가 뭐라고 해도 ‘완전한’ 정의선의 시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삼성동 본사는 사실상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마련한 최고의 선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몽구 회장에게 한전부지 인수는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현대기아차는 오너 경영의 장점이 실현됐다는 평이 있다. 자동차 기술 개발에는 수년 이상의 시간과 수천 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전문 경영인의 임기는 길어야 수년에 불과하다. 경영인은 자신의 임기 동안 가능한 이익을 많이 남겨서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주려고 애쓰게 된다. 자신의 성과급도 덩달아 올라간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말한다. “위기 상황에선 자신의 결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오너 경영이 빛을 발하게 됩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단기 성과에 집착해온 경영 방식이 불러온 인재일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아요. 2009년 도요타가 50년 만에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건 전문경영인의 경영 실수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무리한 사업 확장 탓이라고 하죠. 지금 도요타의 회장은 창업주의 손자인 도요타 아키오입니다.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도요타 만이 아니다.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포르쉐와 폭스바겐도 오너 경영 회사다. 분명한 건 자동차 기업은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는 순간 주저앉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무한경쟁 펼쳐질 자동차 업계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2012년 선임)의 사내이사로 등재되어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는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동생인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을 앞세워 1967년 창업했다. 현대차는 1998년 말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그로부터 약 21년이 흘렀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끄는 동안 자동차 산업은 그 업의 속성이 바뀌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를 본격적인 가전제품으로 보고 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는 자동차들이 대거 참가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임박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기업 경영은 여전히 주주보다는 오너의 의중에 더 의존한다. 대차대조표에선 분명 손해가 나더라도 장기적인 성과를 보고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선택을 하는게 아직은 가능하단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말한다. “부품 사업에서든 완성차 사업에서든 아직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주주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보단 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현대기아차라는 개별 기업 입장에선 물론이고 국가 차원에서 미래차 성장 동력 개발을 위한 대대적인 전략수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015년 1월 6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전시장을 찾았다. 정 수석부회장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삼성전자 부스였다. 그는 이곳에서 삼성전자와 BMW가 함께 개발한 자동 주차 시스템을 살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S’로 BMW 전기차 i3를 자동으로 주차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또 삼성전자의 가상현실(VR) 헤드셋 ‘기어VR’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 부스를 나온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CES에 참가한 주요 자동차 업체 부스를 돌아보며 경쟁업체들의 스마트카 준비 현황을 들어봤다. 그는 전시장에 도착한 지 30여 분이 지나서야 현대자동차 부스를 찾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삼성전자 부스를 가장 먼저 방문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동차와 ICT’의 융합은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의 융합은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자동차에 접목시키려는 것과 자율주행차 개발에 독자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통해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5년 3월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도 애플과 구글이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을 제치고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은 “애플과 자동차 제조기업이 협업하면 애플 제품을 많이 사용한 아이폰 세대인 젊은 소비자를 자동차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어떻게 협력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지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또한 “만약 애플과 구글이 단독으로 전기차를 만들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더 빨리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타이탄(Titan)’으로 이름 지은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애플이 2020년경이면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애플이 이전부터 순수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는 예측을 제기해왔다. 해당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지난 2017년 팀 쿡 애플 CEO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발 상황을 인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애플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시스템은) 우리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핵심 기술이며 가장 어려운 AI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지난 2016년에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당시 애플은 “머신러닝과 자동화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또 “향후 운송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자동화 시스템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고 말해 자율주행차 사업 진출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높였다. 구글은 2014년 12월 구글카로 이름 붙인 무인자동차 시제품을 공개했다. 구글은 일반 승용차를 무인차로 개조해 고속도로에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미 자동차는 전자제품이 되어가고 있다. 자동차부품 가운데 가격 기준으로 35% 정도를 전장부품이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2020년경이면 이 수치가 70%가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카에선 전장부품 비중이 50%를 넘어섰기 때문에 전자제품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아니 다. ‘자동차는 전자제품’이라는 의미는 자동차를 제어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들이 대량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은 ICT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차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도요타, 폭스바겐 등 지금껏 경쟁해온 기업뿐만 아니라 애플과 구글과도 경쟁해야 하는 형국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머릿속에 있는 라이벌은 도요타가 아닌 구글과 애플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미 삼성전자도 염두에 두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김필수 교수가 말한다. “그래서 현대자동차의 경쟁상대는 삼성전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돌고 있는거죠.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삼성의 자동차 사업 재진출 여부와 상관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관계로 돌입할 것입니다. 전기차의 전장부품 비중이 배터리를 포함해 최고 70%에 이릅니다. 어차피 삼성은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을 키우겠다고 선언한 상태니까요.”

2018년 CES에 참석한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의 도전과제 ‘미래차’

한때 일본 내에서 영웅으로 불렸던 닛산르노 얼라이언스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수년 전부터 일본내에서 비판을 받았다. 비용 절감에는 성공했지만 도요타 보다 앞서 있던 미래차 부문에 대한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아 닛산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거센 공격을 받았다. 결국 카를로스 곤은 일본에서 경영비리 혐의로 수감되는 수모까지 겪고 있다. 앞으로 5년, 10년 뒤 현대차그룹을 생각할 때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더욱 절실해 보인다.

올해 1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으로 취임했다. 수소위원회는 수소기술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2017년 다포스포럼 기간에 출범한 최초의 글로벌 CEO 협의체다. 출범 당시 13개 기업만 참여했지만 현재는 현대차를 비롯해 도요타, BMW, 에어리퀴드, 다임러, 로열더치셸 등 28개 완성차, 에너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공동회장 취임사에서 “개별 기업이나 국가 차원의 노력으로는 수소경제 사회 실현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등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하자”고 제안했다.

“전기차냐 수소연료전지차냐.” 최근 미래 친환경차 자동차 이슈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제기되는 물음이다.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배터리를 사용하는 순수전기차와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 두 축으로 나뉘어 발전하고 있다. 현대차와 도요타, 혼다 등 세 회사는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을 갖고 있지만,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둘 다’ 개발하고 있다. 어떤 기술이 나은지 따져 한 쪽을 택하는 이분법이 잘못된 접근방식이라는 것이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는 말한다. “다양한 친환경차 기술과 정책이 앞다투어 제시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확실성이 매우 큰 것이 사실입니다. 특정 기술에 선택과 집중하기 보다는 불확실성에 대비한 균형잡힌 R&D 투자가 필요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하나를 선택해 ‘올 인’하는 게 아니라, 둘 다 철저하게 준비해 앞으로의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죠.”

최근 현대기아차는 미래차 기술 개발을 위해 올해부터 5년간 14조7,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각 부문별로는 스마트 모빌리티 6조4,000억 원, 차량 전동화 3조3,000억 원, 자율주행?커넥티비티 기술 2조5,000억 원, 선행개발과 연구개발 지원 2조5,000억 원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룹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인공지능(AI)을 전담하 는 조직인 에어랩을 별도로 신설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17년 2월 자율주행차 개발을 전담하는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만들었다. 지능형안전기술센터는 연구개발본부 내 자율주행 개발 조직과 인력을 하나로 통합, 확대한 조직으로 자율주행과 관련한 기초 선행부터 시험 평가 그리고 본격적인 양산차 적용까지 자율주행기술과 관련한 전 과정 연구를 담당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AI 기반 자율주행 핵심 기술 우위 확보는 물론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해 글로벌 표준화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2016년 4월부터 커넥티드카 개발전략, 시스코와 협업, 운영체제 개발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와 자동차, 자동차와 모든 주변 환경이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현대차는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기업 시스코와 차량 내 네트워크 플랫폼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배충식 교수가 설명한다. “차량 내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커넥티드카 기술을 구현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1초에 1기가비트(1000Mbps 이상의 속도를 가지는 네트워크로 이론상 1초에 약 125MB의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보안성을 강화한 현대차의 차량 내 네트워크 플랫폼은 미래 현대차의 혈맥이 될 전망이죠.” 이 밖에 현대차는 아마존과 함께 안면 인식 기술, 능동 보행자 경고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현대차는 전 세계 5곳에 미래차 기술 R&D를 전담할 ‘개방형 혁신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기존에 있던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텔아비브 외에 한국, 중국 베이징, 독일 베를린 거점을 추가해 이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을 ‘저인망’식으로 훑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모델을 2025년까지 38종으로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2018년부터 매년 1차종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2025년까지 14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제네시스 론칭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의 ‘훈장’

2005년 UBS증권은 “기아차 주가가 정몽구 현대차그룹 장남인 정의선 부사장의 후광을 입고 급등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는 “지난 4년간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밀어주기로 성장했던 것처럼 기아차 역시 정의선 부사장 때문에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전략적으로 현대모비스를 경쟁력 있고 내실 있는 부품업체로 키우는 데 힘을 쏟았기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차 수익률을 압도적으로 앞서왔다”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초점이 기아차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에 선임된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는 큰 숙제가 있었다. 현대차는 1998년 부도로 쓰러졌던 기아차를 1999년 인수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뒤 두 회사는 플랫폼(차대)과 엔진, 변속기 등을 공유하며 효율성을 높였다. 경쟁력이 높아지자 기아차는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기아차만의 차별성이 부족했다. 경기침체로 국내 레저용 차량 시장이 위축되었고, 환율 하락이 겹치자 다시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단기적인 해법을 넘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꺼낸 카드는 ‘디자인 경영’이었다. 그는 기아차가 현대차와 차급도, 성능도 비슷하다면 ‘디자인’에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해외 모터쇼와 포럼을 돌며 긴 시간 고민해 내린 결론이었다. 이를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알려진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려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유럽까지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그를 디자인 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단행했다.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K시리즈’를 만들어 낸 것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최고 성공으로 손꼽힌다. 그동안 기아차는 디자인 측면레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디자인 경영을 통해 기아차의 성장을 이끌었다. 2009년 열린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기아차 ‘쏘울’이 국내 최초로 수상하며 ‘디자인 기아차’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 기아’를 그려 나갔다.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기아차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차량 라인업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세계 무대에서 기아차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갈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기아차 디자인 부문의 독립성을 강화해 나갔다. 김필수 교수가 말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생산라인이 디자인을 쫒아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했고, 그렇게 만들어낸 ‘디자인 기아차’를 판매로 연결시켰습니다. 판매 부문에서 성공을 거두자 ‘그런 디자인은 돈이 많이든다’는 재정 부문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이런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성공에는 전권을 그에게 맡긴 정몽구 회장의 지원도 큰 힘을 발휘했다고 봐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해외에서도 디자인 거점을 구축하며 해외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기아차 디자인 완성에 힘썼다. 200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디자인센터를 준공했고, 2008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통합 디자인센터에서 기아차를 분리해 디자인센터를 설립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7년 21.4%에서 2009 년 29.4%로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세계 시장 점유율도 1.8%에서 2.6%로 올랐다. 김기찬 교수가 말한다. “어쨌거나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를 쫒아가는 기아차’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현대차와 차별화된 기아차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개발에 성공했어요. 3세 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혀 나간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월 22일 열린 현대차 주주총회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쉽지 않을 정의선의 길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970년 서울에서 정몽구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94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자재부에 입사했다. 자재부는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부품 조달과 자재관리 및 협력업체 관리 등을 담당하는 자동차 회사의 가장 기초적인 부서이다. 부품과 원자재 분야에서 ‘밑바닥 경영 수업’은 현대가의 전통이기도 하다. 자동차 회사를 제대로 알려면 수만 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경영수업 방식이었다. 김기찬 교수는 “차를 제대로 알려면 작은 볼트와 너트까지 다루는 자재 부문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가문의 전통 때문” 이라면서 “정주영 명예회장도 정몽구 회장에게 같은 코스를 밟게 했다”고 말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나사 하나, 케이블 하나까지 자동차 부품을 죄다 외울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그것은 현대차에서 부품과장, 자재부장을 거쳐, 임원으로 승진했던 아버지 정몽구가 걸었던 과정이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길지 않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글로벌 커리어를 쌓기 위해 현대정공 입사 1년 만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한 뒤 그는 곧장 귀국하지 않고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2년간 근무했다. 다른 나라 회사에서 근무하며 보다 넓은 세계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유창한 영어실력과 외국 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이때 다져진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999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대자동차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2001년 초 상무로 승진해 구매실장을 맡았다. 2002년에는 전무로 승진해 국내 영업본부 영업담당과 기획총괄본부 기획담당으로 재직했다. 같은해 하반기부터는 현대캐피탈 전무를 겸임하며 금융분야까지 발을 넓혔다. 2003년엔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2004년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착공이 토지매입 문제로 차일피일 미루어졌던 문제를 직접 현장을 찾아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협상을 벌여 문제를 해결했다. 어려웠던 해외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면서 그가 리더로서의 잠재능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2005년에는 기아차 사

장, 현대자동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을 겸임했고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장손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대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애정은 각별했다고 전해진다. 말년에 와병 중이던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 수석부회장을 매일같이 서울 청운동 본가로 불렀던 일화는 유명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 그와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인간적인 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대체로 “재벌 3세답지 않게 예의 바르고 합리적 인물”, “과묵하면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평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17년 취임 후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을 기아차 사장으로 임명하고 그 룹 차원에서 지원해 기아차를 회생시켰다. 정의선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거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 458만6,775대, 기아차 281만 2,200대 등 총 739만 8,975대를 판매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 5위 업체 자리를 지켰다. 글로벌 판매 1위 기업은 1,083만대를 판매한 폭스바겐그룹이 차지했다. 2위는 1,076만대를 판매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3위는 1,059만대를 판매한 도요타, 4위는 840만대(잠정집계)를 판매한 GM이었다.

1999년 세계 판매 순위 10위였던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며 세계 5위 수준의 자동차 메이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갈 리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숙제를 안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재 글로벌 5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인 현대차그룹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 글로벌 1,000만대 생산 판매 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브랜드가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필수 교수가 말한다. “그동안 현대차가 보급형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인식됐다면 고급차와 고성능차도 잘 만들어 ‘갖고 싶은 차’를 만드는 브랜드로 한 단계 올라서야 합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일차와 일본차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죠. 또 국내 시장의 높아가는 수입차 선호현상 속에서 현대차에 대한 뿌리깊은 ‘안티 소비자’들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기아차에서 풀었던 숙제보다 훨씬 어렵고 단기간에 풀 수 있는 과제도 아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 같은 과제를 풀지 못하면 현재와 같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는 엄혹한 현실이 놓여 있는 셈이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에 필요한 것은 주주들에게 지배구조재편안을 기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끌어가게 될 회사가 어떤 회사가 될 것이며,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다.

3세 시대를 준비하는 현대차그룹이 당당하게 승계를 표방하면서 우리 시대에 통용되는 보편적인 윤리의식과 공정함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잘 인식해야 한다. 주주와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하면 앞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깔끔한 경영권 승계는 지분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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