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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외특허 놓쳐 '3조 시장' 날렸다

우물정 # 눌러 방송사에 정답 응모
인포뱅크 '단문 메시지 통합 서비스'
전세계 이용 불구…사용료 못받아

  • 양종곤 기자
  • 2019-06-04 17:58:12
  • 기획·연재
[단독] 해외특허 놓쳐 '3조 시장' 날렸다

‘정답을 아시는 분은 우물정(#)과 XXXX(전화번호)를 눌러 (방송사로) 보내주세요.’

TV를 보거나 라디오 방송을 듣던 중 한 번쯤 접했던 멘트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게 한 기술을 국내 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인포뱅크는 지난 1998년 ‘단문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한 통합 메일 서비스’라는 특허를 냈다. 반응은 뜨거웠다. 인포뱅크의 한 관계자는 “2011년 SBS ‘생방송 1억 퀴즈쇼’에서 활용됐는데 그해에만 2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전 세계 주요 방송가에서 활용되면서 약 3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기술특허 출원을 하지 않은 탓에 기술 사용료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 로열티는 매출의 평균 3%선에서 정해진다. 박태형 대표는 “연간 3조원 규모의 시장에서 900억원의 로열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해외에) 직접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투표와 퀴즈·방송 사용자 수십억명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4일 특허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신규 출원의 해외 출원율은 2014년(12.2%)보다 떨어진 11.7%에 그쳤고, 중소기업의 해외 출원율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3%에 머물렀다. 더 큰 문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융합이 가속화하면서 더욱 촘촘한 기술보호 장치가 필요하지만 해외 특허를 제대로 갖춘 곳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금융회사(NPE)가 갈수록 공습의 강도를 높여가면서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2018 지식재산권(IP) 트렌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국내 기업과 NPE 간 분쟁 건수는 132건으로 전년 대비 23%나 늘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일어난 국내 기업의 전체 특허분쟁은 284건으로 2017년 대비 약 57% 증가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해외 현지에 특허를 출원하지 않으면 해당 국가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며 “중소기업이 특허 보호를 받으면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종곤·심우일기자 ggm11@sedaily.com

기업 10%만 해외 동시특허...“이대론 中에 신남방 영토 내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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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 출원 활용하면 더 절약 가능

특허성패 좌우하는 번역도 중요



[단독] 해외특허 놓쳐 '3조 시장' 날렸다

국내 기업의 해외 특허 확보를 위한 준비는 ‘낙제점’에 가깝다. 국내 기업(공공 부문 포함) 가운데 국내 특허와 해외 특허를 동시에 출원한 곳은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특허 고갈’은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허에서 미국·일본에 뒤진 우리나라는 한때 앞서 있다고 자신하던 중국에도 ‘해외 특허 영토’를 내줄 판이다.

◇“中企 해외 출원율 5%도 안 돼”=한국 특허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물 안 개구리’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 신규 출원은 16만,1698건으로 2011년 14만1,116건 이후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출원의 해외 출원율은 10.4%에서 2014년 12.2%까지 오르더니 다시 11.7%로 내려와 5년 연속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가장 심각한 곳은 중소기업이다. 2011년 3.8%에서 2015년 4.3%까지 평균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중소기업의 국내 신규 출원은 4만4,258건으로 대기업(3만5,893건)을 넘어섰지만 해외에 출원된 국내 출원은 1,900건으로 대기업(1만3,216건)의 5분의1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과 협력사 관계로 묶이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특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부품업체는 해외에서 부품이 특허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 대기업으로부터 특허 출원을 권유받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했다. 최근 한류로 각광 받는 분야인 기능성 화장품에 뛰어든 중소기업들도 비슷한 처지다. 이 산업이 속한 음식료, 직접 소비재 분야의 해외 출원율은 1.6%로 평균치를 한참 밑돌았다.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일수록 특허 소송에서 버틸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공공 파트의 해외 출원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허 출원 주체 중에서 정부의 경우 국내 출원의 해외 출원 건수는 2011년 9건, 2012년 3건, 2013~2014년 6건이다. 2015년에도 10건에 머물렀다. 5년간 연 평균 417건의 국내 출원을 하고도 해외 출원율은 평균 1.6%에 불과하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해외 출원율도 평균 5%를 넘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활발했던 연구기관(2015년 12.3%)마저 해외 출원 수가 2012년 1,480건에서 2015년 929건으로 500건 넘게 줄었다.

◇해외 출원 美 편중…아세안서 中에 ‘추월’=이 같은 ‘해외 특허 고갈현상’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특허·산업경쟁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5개 특허선진국(미국, 일본, 유럽연합(EU·대표 국가 독일), 중국, 한국) 내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밀려났다.

특허청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5개 특허선진국’ 가운데 미국과 인도·베트남 등 7개 주요 신흥국에 출원한 비율은 한국이 5.6%로 꼴찌다. 한국은 1위인 미국(16.6%)과 출원율이 3배 넘는 차이로 뒤졌다. 출원 수는 10배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해외 출원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시장으로 다변화하는 데 소홀했던 측면이 크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출원한 비율은 52.9%로 4개국 중 가장 높다.

수출 1억달러당 현지 특허 출원 건수 추이를 보면 한국의 특허 경쟁력 약화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러시아로 출원한 건수는 미국(56.1건)이 1위를 차지했으며 우리나라는 4.6건으로 일본(24.2건)에 이어 3위다. 인도에서도 11.1건으로 일본(50.7건), 미국(40.1건)과 비교해 크게 저조한 형편이다.

아세안 최대 제조국으로 평가받는 태국을 비롯해 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6개 국가의 출원 건수(2010~2017년) 역시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태국의 경우 2017년 기준 일본(3,371건)과 한국(176건)의 차이는 약 20배에 달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최대 시장으로 여겨지는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은 386개로 일본(2,407개), 미국(1,579개)과 큰 격차가 벌어졌다.

6개 국가에서 중국에 우위를 점하던 한국은 2017년 들어서는 한국의 제3위 수출시장인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만 근소한 차이로 중국을 앞서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국가에서는 중국에 특허 출원 건수를 모두 추월당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베트남과 필리핀에서도 중국에 뒤지는 게 시간문제라는 공통된 견해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베트남 특허가 2015년 527개에서 2017년 697개로 32% 증가하는 사이에 중국은 257개에서 535개로 108%나 껑충 뛰었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특허 보유 정책을 밀고 있다. 연간 자국 특허 출원 건수가 138만여건으로 부동의 세계 1위다. 반면 우리나라는 특허 선점 전략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신남방·신북방 등 수출시장 다변화, 디지털을 통한 통상 등 ‘무역정책’에 치우쳤다는 분석이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중국과 같은 기존 중심으로만 출원해왔다”며 “주요 아세안 국가에서 중국보다 특허출원이 적어 신남방 시장에서의 전망이 어둡다”고 우려했다. 임효정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박사는 “미국은 2007년부터 산업 평균 이상의 특허 건수를 지닌 산업을 ‘지식재산집약 제조업’으로 정의하고 선행 연구를 진행했다”며 “우리나라는 2014년 설정한 분류기준을 재정립해 관련 연구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 특허, 비용과 번역이 문제”=‘해외 특허 고갈’에 대해 기업만 탓할 수 없는 것은 ‘현실적인 벽’ 때문이다. 특허청이 올 4월 대기업, 스타트업, 대학 관계자 등을 한데 모아 비공개로 실시한 간담회에서는 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공통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고비용과 번역 부담에 대한 것이다. “기계 번역을 통해 번역비를 절감하거나 해외 번역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점은 특허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해외 특허 제반 비용은 평균 약 1,000만~1,200만원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설립 후 3~4년의 데스밸리를 벗어나야 하는 입장에서 자금 일부를 1,000만원이 훌쩍 넘는 해외 출원 비용으로 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항변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대기업은 기술 개발 단계에서부터 수출시장으로 삼을 해외 출원 국가를 정한다”며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국내 특허를 낸 뒤 해외 특허를 고려하기 때문에 특허가 사전 투자가 아니라 추가 비용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나 서비스 등이 국경이 없어진 만큼 초기 비용이 어느 정도 들더라도 제대로 된 특허를 취득해야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특허 침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20년 해외특허비 1,000만원이지만...잠재 손실 고려땐 투자대비 효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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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성패 좌우하는 번역도 중요


[단독] 해외특허 놓쳐 '3조 시장' 날렸다

국내 기업이 해외 특허 출원을 꺼리는 주된 이유는 비용이다. 하지만 특허를 통해 얻는 실익과 특허 분쟁으로 인한 잠재적인 손실을 고려한다면 비용이 과도한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해외 특허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비용뿐만 아니라 번역도 시급하게 개선돼야 한다.

4일 특허청에 따르면 해외 특허 출원 평균 비용은 대략 1,000만~1,200만원선이다. 이 비용(유지비 제외)을 내고 특허로 인정받으면 20년간 자사 기술의 보호벽이 세워진다. 해외 특허 출원 비용은 크게 대리인 수수료, 번역료, 기본출원료 등이 포함된 출원 비용과 심사·등록 비용으로 나뉜다. 각각 681만원, 581만원이다.

하지만 해외 특허 출원 비용은 국가와 방식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유럽의 경우 변리업체 비용은 956만원이다. 반면 동남아의 경우 469만원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특허협력조약(PCT) 국제특허출원을 활용하면 이 비용을 더 아낄 수 있다. PCT 출원 전체 비용은 946만원으로 1,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PCT 출원은 정부가 장려하는 제도다. 약 300만원의 비용으로 국문 PCT 출원 절차를 마치면 1년까지 특허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후 30개월에 달하는 검토 기간 동안 원하는 국가에 특허 출원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과 시간 모두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외 특허 출원을 결심한 기업들이 비용 못지않게 우려하는 점은 번역이다. 번역은 해외 특허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기계적으로 번역한 특허의 경우 상용화 단계에서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번역을 통해 특허 범위를 설정해야 하지만 번역은 민간 영역이라는 딜레마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혹여 정부가 번역에 개입해 해외 특허를 받을 경우 ‘심판(정부)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여기에다 민간 시장이 제대로 된 특허를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또 특허 출원의 역할은 변리사만 담당해야 하지만 비(非)변리사도 컨설팅 업무에 뛰어들었다. 이는 지적재산권 생태계를 양적으로 키우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특허의 질이 함께 나아지는 결과를 낳을지 미지수다.

이제 특허 분쟁은 기업의 명운까지 결정할 정도로 파급력이 막강해졌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과학 분야에서 신기술이 쏟아지면서 ‘분쟁 뇌관’이 급증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세기의 소송이라고 불렸던 애플과 퀄컴의 특허 소송 금액은 무려 30조원에 달했다. 인포뱅크도 국내 기업과 2년간 특허 소송을 벌인 끝에 승소했다. 인포뱅크의 한 관계자는 “해외 특허를 출원했더라면 세계적으로 우리 특허가 인정받아 소송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은 “기업은 사업을 시작할 단계부터 해외 사업을 염두에 둔 해외 특허 투자가 필요하다”며 “번역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국내 특허 출원서를 충실하게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특허 무효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은 특허 출원이 빈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은) 특허에 대한 투자를 좀 더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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