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006800)증권이 KCGI(강성부 펀드)가 한진칼(180640)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연장을 거부했다. KB증권 역시 담보대출 연장 불가를 검토하면서 증권사를 통한 KCGI의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KCGI에 주식담보대출 만기 연장 불가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KCGI의 자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에 지난 3월14일 주식 105만6,246주(1.79%)와 4월22일 75만1,880주(1.27%)를 담보로 총 200억원을 대출해줬다. 확보한 자금으로 KCGI는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해 한진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미래에셋대우뿐만 아니라 KB증권도 만기 연장 불가 입장을 검토하고 있어 공격력을 키워야 하는 KCGI로서는 부담이다. KCGI는 5월22일 한진칼 주식 39만주를 담보로 KB증권으로부터 100억원의 대출을 받은 바 있다. 만기는 11월18일까지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재계 14위인데 증권사들도 한진과의 거래선을 놓칠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어찌 됐건 KCGI로서는 자금 확보에 악재다”라고 해석했다. 더욱이 미래에셋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 상속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컨설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또 한진칼은 대한한공·진에어·㈜한진 등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금 중 일부를 상환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 2년 만기로 700억원가량을 조달하는 것이 목표인데 주관사에 미래에셋대우가 포함돼 있다. 증권사들로서는 한진그룹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미래에셋 등이 대출연장을 거부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KCGI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지분 15.98%를 확보해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지분율(17.84%)에 맞먹지만 특수 관계자 등의 지분율(28.94%)에는 아직 못 미친다. 한진칼에 영향력을 계속 발휘하고 이슈를 이어가려면 추가 펀딩을 통한 지분 매입이 필요하다.
KCGI는 자체 펀딩 자금뿐 아니라 주담대를 통해 한진칼 주식을 매집했다. 하지만 만기 연장 불가를 비롯해 KCGI가 주식 매집의 실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경우 한진칼의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KCGI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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