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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중동 리스크, 무역전쟁보다 덜 무서워…유가 충격도 제한적

■美-이란 갈등에도 유가 답보

유가 올초 66~75弗로 올랐지만

G2 협상 막판 불발 후 내리막길

오만·걸프海 유조선 잇단 피격에

美-이란 극한대립으로 치달아도

배럴당 50~60弗선에서 맴돌아

베네수엘라·브라질 등 증산 집착

전기차·태양광에 수요하락 겹쳐

BP "55~65弗서 거래 이뤄질 것"





중동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걸프해협에서 잇따라 유조선이 피격되는 등 중동 리스크가 격화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오만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태를 두고 미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국을 배후로 지목하며 미국의 핵 합의 탈퇴로 본격화한 양국 갈등은 중동 정세에 짙은 암운을 드리웠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전통적 ‘뇌관’인 중동 상황이 악화하는 와중에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 배럴당 50~ 60달러대에서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미국이 벌여놓은 또 다른 전선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아이러니하게도 국제유가의 저항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이란산 원유 제재 당시 일각에서 제기됐던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 가능성은 무색해진 지 오래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는 유가를 둘러싼 공급과 수요 환경이 모두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측면이 강해 미·이란 간 무력충돌이 전격 발발하지 않는 한 쉽사리 유가에 불이 붙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무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브리핑을 통해 “이란이 이번 공격(오만해상 유조선 피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밝혔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이란과 갈등수위 높이는 美, 2차 유조선 피격도 배후 지목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만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2척의 피격 사건과 관련해 “이란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이란과 그 대리인들이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상대로 일으킨 일련의 공격 중 가장 최근의 것”이라며 “이란은 우리의 최대 압박작전을 해제하기를 원하지만 어떤 경제제재도 이란이 무고한 민간인을 공격하고 세계 석유시장을 교란하며 핵 협박에 가담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트윗에서 “개인적으로 이란과의 협상에 대해 생각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느낀다”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날 미 군당국은 이란의 경비정이 선체부착 폭탄을 제거하는 장면이라며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계속돼왔지만 최근 두드러지게 격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 4월 말에는 한국과 일본 등 예외를 인정하던 국가들에 대해서도 이란산 원유의 완전봉쇄를 선언했다.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지난달 걸프해협에서 유조선 4척이 피격된 데 이어 또다시 대형유조선 2척선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공격을 당하자 상황은 걷잡을 수없이 악화하고 있다. 앞선 피격 때도 미국 등이 배후로 지목했던 이란은 “중동의 불안을 일으키려는 정치공작”이라면서 사실상 ‘미국이 친 덫’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트위터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과 모사드가 걸프해역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수출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용의자”라고 지목했다.





◇무역전쟁에 발목 잡힌 유가, 중동 리스크 격화에도 상승 제한적=그런데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세계 원유의 핵심 수송로에 긴장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유가 움직임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장중 4%대까지 치솟았던 브렌트유는 배럴당 2.2% 오른 61.3달러에 마감됐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2% 오른 5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중동에서 원유 공급을 위협하는 대형사고가 터졌는데도 전날 4% 넘게 떨어졌던 낙폭조차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앞서 4월 하순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차단할 당시만 해도 유가는 급격히 치솟았다. 올 초 배럴당 50달러 초반에 머물던 브렌트유가 4월24일 75달러선까지 올랐고 미 WTI 역시 연초 대비 배럴당 20달러 상승한 66달러까지 뛰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원유 공급이 위축되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유가는 5월 들어 트럼프의 또 다른 전쟁이 격화하며 속절없이 추락했다. 미중 고위급 셔틀 협상으로 타결을 눈앞에 뒀던 무역전쟁이 다시 확전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무역전쟁 장기화가 글로벌 경기둔화를 가속시키며 원유 수요 증가세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이날 유조선 피격에도 유가 상승폭이 제한된 것은 이 때문이다. 유조선 공격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운항 감소로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가격이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시장에는 그보다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 우려가 우세하다.

실제 태양광·전기차 등이 기술 발전으로 원유 수요를 한층 제약하는데 공급은 곳곳에 증가 요인이 넘쳐난다. 셰일혁명으로 지난해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에 오른 미국은 유가와 상관없이 증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댄 브룰렛 미 에너지부 부장관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셰일가스 및 오일 개발이 급증하며 미 원유 생산이 하루 1,200만배럴에서 1,300만배럴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은 이달 말까지 하루 120만배럴 감산을 시행하며 유가를 떠받치고 있지만 이를 연말까지 연장하려는 시도는 러시아 등의 반대에 부딪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경제난에 빠진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등도 증산을 위해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석유메이저인 BP의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CEO)는 “국지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한 WTI와 브렌트유 기준으로 원유 수급을 고려할 때 배럴당 평균 55~65달러에서 국제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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