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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갑론을박’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정부의 최종 선택은?

소비자들은 대체로 '누진제 완전 폐지' 선호

한전 주주 "적자 한전에 비용부담 말라" 요구

환경단체도 화전·원전 사용 증가 가능성에 반대

한전은 이사진 배임 가능성에도 속앓이만

정부, 7월 전 최종 결론...현재로선 1안이 유력





정부는 최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시나리오 3개를 공개했습니다. 정부가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6개월여 동안 논의한 결과 △매년 7~8월 누진구간 확대(1안) △매년 7~8월 누진 단계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2안) △누진제 완전 폐지(3안)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현 누진제는 사용량에 따라 구간을 나눈 뒤 각 구간에 요금을 차등하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1구간 0~200kWh(93원30전), 2구간 201~400kWh(187원90전), 3구간 400kWh 이상(280원60전) 등 사용량 단계가 올라갈수록 1kwh당 요금이 점증하는 형태죠.

정부가 제시한 안들은 대체로 현 누진제보다 소비자들에게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인데, 이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소비자들은 “누진제를 아예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에 비용 부담을 전가하지 말라”는 한전 주주들의 정반대 요구도 있습니다. 게다가 한전은 내부적으로 개편안을 적용하면 재무부담이 더욱 커져 이사진에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법률적 판단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환경단체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자 이산화탄소 배출 7위 국가인 한국에서 전기요금을 용도별로 나눠놓고 또다시 그 안에서 구간을 정해 요금을 깎아주겠다는 식의 정책 신호를 내놓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3가지 안을 모두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이해당사자별로 어떤 의견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정부의 최종 선택을 가늠해보겠습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서혜(왼쪽 두번째) E컨슈머 연구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소비자들은 대체로 누진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전 홈페이지에 지난 4일 마련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관련 의견수렴 게시판에는 15일 현재(오전 7시 기준) 총 1,358건의 의견이 개진됐습니다. 게시판에는 누진제를 폐지하는 3안을 지지하는 의견이 90% 이상입니다. 3안은 전기 사용량과 기간에 상관없이 연중 1kWh당 125원50전으로 요금을 통일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폭탄 요금’, ‘복불복 요금’ 등 유독 주택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3안을 적용할 경우 kWh당 사용량이 가장 적은 1구간(kWh당 93원30전) 사용자의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기존 전기요금 체계가 ‘1구간 사용자는 곧 저소득층’이라는 전제로 짜여 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소득층의 전기요금만 깎아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일 개편안에 대한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의 의견을 듣는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공청회가 열렸는데, 소비자 단체들이 정부가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1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소비자들의 눈총을 맞고 있기도 합니다. 송보경 E컨슈머 대표는 이날 공청회에서 “1안은 전기요금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현행 체제의 불안 요소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고,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도 “최대한 많은 가구에 전기요금 혜택을 주는 게 합리적”이라며 “1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한전 소액주주들이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공청회 시작 30여분 전부터 ‘한전소액주주행동’ 회원 7명은 공청회장 입구에 진을 치고 ‘한전 적자 강요하는 산업부는 무능 부처’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쳤습니다. 패널 토론 중에도 주주를 포함한 일부 참석자들이 “전기요금 인하는 포퓰리즘 정책이자 주주를 기만하는 행위”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고 있는 한전에 또다시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고함치는 바람에 공청회가 몇 차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추가 비용에 대한 논의 없이 한전이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한전이 적자를 회수하는 방안을 모색하려 해도 정부가 이를 막고 있다”며 “(한전이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하면)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소리쳤습니다.



한전은 사실 누진제 개편을 어떤 방식이든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공기업의 사회적 책무라지만 재무 부담이 법적인 문제까지 야기할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한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전이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한 결과 개편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후에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보고됐다”며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문제가 안 되지만 지난해부터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전은 지난 11일 공청회에서 그동안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를 고수해왔던 용도별 전기요금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누진제 개편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된 한전이 정부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전은 하루 만에 “용도별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한전의 번복에 정부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환경단체도 정부의 누진제 개편안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누진제 개편으로 결국 요금이 인하되면 화력발전이나 원전의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2040년까지의 에너지 정책 추진계획을 담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합리적 비용’을 강조해 놓고 여름철 전기 요금인하를 함께 추진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며 “단일 정책 신호 형성에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그 누구도 정부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사면초가’의 상황인데, 정부는 각기 다른 요구를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갈 지 지켜볼 일입니다. 현재까지 정부는 매년 7~8월 누진구간 확대하는 1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안은 현재 1단계를 적용받았던 1,416만가구의 전기요금이 오르기 때문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선택되기 어렵다”며 “1안을 적용하면 1,629만가구가 할인을 받고 요금이 오르는 가구가 없어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문제는 그 대가입니다. 별도의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할인액은 고스란히 한전에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산업부가 제시한 3가지 전기요금 할인 방안이 실현되면 한전의 부담은 최소 961억원에서 많게는 2,985억원까지 늘어납니다. 지난해 정부가 여름철 한시요금 인하로 발생한 부담액에 대해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한전의 부담액 3,600억원은 보전해주지 않았습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죠. 정부는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는 7월 이전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지켜볼 일입니다.
/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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