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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산단 수출 16% 추락…금융위기보다 줄었다

최저임금 후폭풍에 반도체 부진

1분기 수출실적 역대 최대 낙폭

생산실적도 7.4%나 줄어

영세기업 가동률 10%P↓





# 20일 인천 남동공단. 한층 한산해진 공단 곳곳에서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영세 입주업체들의 부진이 느껴진다. 비철금속 제련 업체를 운영하는 김성식(가명) 대표는 “매출이 지난해 대비 20~30% 줄었고, 특히 수출이 절반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단 전반적으로 매출이 20% 정도 줄었고 수출 부진도 겹쳤다”면서 “공단을 빠져나갈 방법은 없고 손해만 보니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전국 산업단지의 올해 1·4분기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19년 만에 최대 감소율이다. 국내 주력산업이 침체된 가운데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산업의 부진이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을 둘러싼 각종 대외 여건도 불리해 전국 산업단지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1·4분기 전국 산업단지 1,206곳의 전체 수출실적(누계 기준)은 85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4분기의 -15.4%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당시는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일시적 수출 하락이었지만 이번에는 주력업종 침체와 불경기, 최저임금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수출과 산업단지의 성적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인 생산실적도 241조8,450억원으로 지난해 1·4분기 대비 7.4%나 줄었다. 반면 입주업체는 10만1,850곳으로 5.4% 늘고 가동업체는 9만2,560곳으로 5.1% 증가했다. 산업단지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악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종곤·심우일기자 ggm11@sedaily.com



“최악 불황인데 비용만 더 올라...산단은 더 이상 못 버틸 판”

반도체 수출비중 20% 차지 화성·청주단지 직격탄

원가상승에 경쟁력 악화 해외이전·휴폐업도 한몫

“제조업 저성장 단계 진입 속 하반기 전망도 비관적”



인천 남동공단의 공장들이 한산한 모습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환경 변화, 주력산업 부진, 대외여건 악화 등이 겹쳐 전국 산단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서울경제DB


“최악의 불황인데 최저임금이 상승하고 임대료까지 올랐어요. 공단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한 자동차부품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주력 산업 부진으로 일감이 줄었는데 각종 비용은 더 올랐다”면서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998년 창업한 주방설비업체 대표 박민수(가명)씨도 “인건비와 물가는 오르는데 제품 가격은 15년 동안 그대로였다”며 “해외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오래전부터 품었지만 중소기업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1·4분기 산업단지 수출쇼크는 한국 산업단지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악화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수출의 마이너스 행진이 지난해 2·4분기부터 4분기 연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3분기 연속 수출실적이 역성장한 시기는 2000년 2·4분기~2001년 1·4분기, 2009년, 2015년 2·4분기~2016년 1·4분기 등 네 차례에 불과하다. 산업단지공단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실적은 전체 산업단지 실적의 약 20%를 차지한다”며 “반도체 대기업이 몰려 있는 화성과 청주단지의 수출실적이 상대적으로 악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원가 상승에 수출경쟁력 약화”=산업계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환경이 불리해진 것만으로 이 같은 수출 부진을 설명할 수는 없고 불황과 노동환경 변화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남동공단에서 만난 한 사업주는 “임금 인상은 곧장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수출경쟁력 약화로 귀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수출 부진의 원인은 국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단지의 노후화와 산단 입주업체의 영세성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노후 산업단지는 2017년 50곳에서 지난해 83곳으로 늘었다. 오는 2022년에는 236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산업단지 전체 가동률은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80%대를 유지했지만 같은 기간 50인 미만 영세기업의 가동률은 75%에서 10%포인트나 떨어졌다.



◇“제조업 저성장 단계 진입”=이런 가운데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올해 2월 발표한 ‘산업위기지역 내 기업실태와 지원과제’ 보고서는 국내 제조업에 대해 ‘저성장 단계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이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해 산단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부흥과 쇠퇴는 2012년 전후로 구분된다. 자동차·조선·철강·일반기계·반도체 등 ‘12개 주력 제조업’은 2000~2012년 연평균 10% 성장했다. 그런데 2012~2016년 전체 제조업 생산이 연평균 1.6% 감소했고 특히 12대 주력 제조업은 3.1% 줄었다. 업종별로는 조선은 수주가 급감했고 자동차는 글로벌 수요 감소에 직면했다. 철강은 공급 과잉에 빠졌다. 반도체만이 2000년부터 지속적인 수출 성장을 이끌었지만 믿었던 반도체마저 실적이 나빠지면서 1·4분기 역대 최대폭으로 수출 실적이 하락했다. 반도체는 전체 산업단지의 수출 실적 20%가량을 책임진다.

제조업의 침체는 관련 산업단지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역 경제에 이어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2013년과 비교해 2017년 울산·군산·대불·옥포·죽도 국가산업단지 실적은 생산과 수출이 모두 26%가량 하락했다. 울산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고 군산은 현대중공업 폐쇄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GM대우 군산공장 사태가 겹쳤다. 이곳의 지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아졌다.

◇해외이전, 휴·폐업도 한몫=업체들의 해외 이전과 휴·폐업 증가도 산업단지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12대 주력 제조업’으로의 외국인 투자 유입은 연평균 약 19% 감소했다. 국내 제조업의 임금 상승, 불안한 노사관계, 투자 대비 낮은 성과 등이 외국인의 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단지 내 개별 기업의 상황도 열악하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문제다. 올해 중소기업 수출 실적은 지난해 보였던 성장세를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5월 누계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428억달러를 기록했다. 4월과 5월 각각 2.4%, 0.7% 증가했지만 2월(-3.8%)과 3월(-8.5%)의 감소분을 메우기에는 부족하다.

◇“하반기 전망도 어두워”=문제는 하반기다. 하반기 수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드물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4~5월 실적은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라면서도 “글로벌 경기둔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무역 여건이 불확실해 하반기 수출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경펠로인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가뜩이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불황 사이클에 접어든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며 화웨이의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더구나 반도체 경기 사이클 반등 시점이 예상보다 점점 늦어지고 있어 한동안은 침체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양종곤·심우일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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