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악기 유통 업체인 노나카 보에키(Nonaka Boeki·野中貿易)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악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노나카 보에키는 프랑스 관악기 브랜드 셀마(Selmar)를 비롯한 각종 유명 악기 브랜드를 유통하는 관악기유통전문회사로 업계에선 ‘베일에 싸인 강자’로 통한다.
24일 악기업계에 따르면 노나카 보에키는 지난주 국내 주요 악기 업체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오는 9월 우리나라에 ‘노나카 뮤직하우스 코리아’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한다는 내용이었다.
노나카 보에키는 1917년 고(故) 유조 노나카가 일본 요코하마에 문을 연 관악기·타악기 유통업체로 셀마, 반도렌, 빈센트 바흐, 홀튼, 르블랑, 미야자와 플루트, 루트비히 등 유명 브랜드를 취급해오고 있다. 현재는 3세 경영인인 존 노나카 대표가 경영하고 있다.
노나카 보에키가 공문에 명시한 법인 설립 명분은 ‘한국 내 관악기 A/S 서비스 강화’다. 그러나 업계에선 노나카 보에키가 직접 국내에서 악기 유통에 나서기 위해 법인을 세운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악기제조업체 A사의 관계자는 “노나카 보에키가 A/S만 하려고 굳이 법인 설립까지 추진한 건 아닐 것”이라며 “관악기 액세서리는 물론이고 관악기 본체까지 모두 판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나카 보에키가 한국 법인 설립에 나선 건 국내 관악기 시장이 호황을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선 ‘액티브 시니어’를 중심으로 색소폰 동호회가 활황을 띠며 관악기 시장이 흥행하고 있다. 관악기 시장 규모는 약 700억~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을 또 다른 수익처로 확보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차원에서 법인 설립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셀마 유통 채널을 단순화하고자 법인을 세우는 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노나카 보에키는 우리나라와 일본 지역에서 셀마 브랜드 악기의 총판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법인이 없어 여러 유통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만큼 마진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악기업체 B사의 한 관계자는 “법인 설립을 통해 유통 마진 확보에 나선 거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나카 보에키가 국내에서 적극적인 영업 행보에 나설 경우 한국 관악기 시장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는 야마하·셀마·자일러·해슬러 등이 관악기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 셀마가 외연을 넓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셀마는 국내 관악기 시장에서 10%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관악기 부속품으로 유명한 ‘반도렌’을 비롯해 노나카 보에키가 취급하는 라인업이 워낙 다양하다. 국내 악기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거란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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