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2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부의 누진제 개편안을 반영한 전기요금 기본공급 약관 개정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사회는 김종갑 한전 사장을 포함한 7명의 상임이사와 김태유 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를 포함한 8명의 비상임이사로 구성돼 있다. 개편안은 과반수의 표를 얻어 통과됐다.
약관 개정안은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지난 18일 마련한 최종 권고안을 반영했다. 매년 7·8월에 한해 누진제 구간을 △1단계 300㎾h 이하 △2단계 301~450㎾h △3단계 450㎾h 초과로 조정, 1단계 요율 전기 사용량을 100㎾h, 2단계를 50㎾h 늘려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평년(2017년) 기준 1,541만가구 전기요금이 월평균 9,486원(17.8%), 폭염(2018년) 기준 1,629만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15.8%) 할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 이사진은 이달 21일 이사회를 열고 권고안을 수용할지 논의했으나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연간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전기요금 인하 부담을 한전이 떠안을 경우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사진이 개편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한층 진전된 대안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누진제 개편안 이외에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 안건도 함께 가결됐다. 정부가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통해 사실상 전기료를 올려 한전의 수익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보겠다는 안건은 지난 이사회 때 논의되지 않았던 건”이라며 “구속력 없는 단순 립서비스라고 판단했다면 이사진이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올해 손실분에 대해서 에너지특별회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지원 방안에도 일부 이사진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안건은 합의 형태가 아닌 투표를 통해 통과됐다. 특히 표결에 앞선 심의 과정에서 일부 이사가 고성을 지르며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등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사진도 정부가 누진제 개편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또다시 의견을 보류할 경우 벌어질 파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전체 전기요금 개편이 순탄하게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전이 약관 개정을 의결함에 따라 조만간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와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거쳐 다음달부터 새로운 누진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