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180640) 주가가 급락하면서 한진(002320)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일부 펀드가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많게는 원금의 34%의 평가 손실을 기록했다. KCGI는 델타항공을 등에 업은 조원태 회장과 경쟁하기 위해 추가로 한진칼 지분을 사야 하는 상황이지만 주가 급락에 펀드 출자자 간 갈등설까지 나오면서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진칼 주가는 28일 전일 대비 0.84% 오른 3만원에 마감했다. 전일 2만9,750원을 기록하며 3만원 벽이 무너졌다 소폭 반등하며 장을 마쳤다. 한진칼 주식 종가가 3만원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 4월7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21일 이후 한진칼 주가는 일주일 새 25% 가까이 급락했고 KCGI의 상황도 난감해졌다. 일부 투자 펀드가 손실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KCGI는 총 5개(그레이스·엠마·디니즈·캐롤·베티)의 사모투자합자회사를 갖고 있다. 이 중 베티홀딩스는 이미 34%의 손실을 보고 있다. 베티는 5월24일 한진칼 주식 39만2,333주를 4만5,786원에 사들였다. 3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평가손실률은 34.4%다.
4월18~19일 지분을 매입한 캐롤라인홀딩스도 다르지 않다. 총 21만6,107주를 평균 3만7,826원에 사들였다. 26%가량 평가 손실이 난 셈이다.
그나마 디니즈홀딩스나 엠마홀딩스·그레이스홀딩스 등의 사정은 좀 나은 편이다. 디니즈의 평균 매입가는 2만8,035원, 엠마는 2만7,422원이다. 주가가 더 하락하면 손실 구간에 진입한다. 그레이스홀딩스는 매수단가를 공개하지 않은 지분(4.97%)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의 평균 매입가가 3만3,999원이다. 손실 구간이다. 여기에 주식담보대출로 비용이 발생하면서 이익을 갉아먹었다. 매수단가를 밝히지 않은 지분의 매입가격이 2만4,000원 전후라면 마냥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펀드 출자자들도 동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KCGI는 투자 펀드별로 출자자가 다르다. 손실 구간에 아직 진입하지 않은 출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아 평가 차액을 실현하자는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당초 밝힌 운용기간이 10~15년인 점에서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투자자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상황도 KCGI에 녹록하지 않다는 평가다. 한진칼 지분 4.3%를 보유한 델타항공은 향후 지분율을 10%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대주주와 경쟁을 이어가려면 현재 15.91%인 한진칼 지분을 늘려야 하지만 뾰족한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 업계에서는 추가 주담대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KCGI 일부 펀드는 주담대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 주가가 내릴 경우 연쇄적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KCGI가 추가로 펀딩을 해 지분 매입이 가능한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