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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뒷담화] 金→木→水→火…영화 개봉일의 경제학

'스파이더맨' 화요일 0시 개봉에 논란 가중

"배급사 고유 권한" vs "시장질서 교란 행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금요일에 개봉

2014년 '문화가 있는 날' 도입 후 수요일까지

현재 대부분 영화는 수요일 또는 목요일 개봉

개봉시기는 영화 흥행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포스터.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내주 개봉하는 가운데 이 작품의 개봉 일자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급사인 소니픽쳐스가 보통 수요일 또는 목요일에 첫선을 보이는 국내 극장가의 관례를 깨고 개봉 날짜를 내달 2일, 그러니까 화요일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첫 상영 시간은 2일 0시인 탓에 “사실상 월요일 개봉”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의 2~3일 상영 시간표를 보면 25시 30분, 26시, 26시 15분 등 ‘파 프롬 홈’에는 낮 시간대는 물론 새벽까지 상영 스케줄이 배당돼 있습니다. 물론 같은 새벽 시간대에 ‘파 프롬 홈’이 아닌 다른 영화들이 상영되는 관은 없습니다. 소니픽쳐스가 배급사의 고유 권한인 개봉 일자를 극장 측에 통보하고, 극장은 극장 나름대로 이 영화의 흥행 잠재력을 고려해 상영관을 대폭 배정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 행위”라고 비판하는 반면 소니픽쳐스는 “북미 개봉에 맞춰 날짜를 결정한 것뿐”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소니픽쳐스는 또 “한국영화인 ‘범죄도시’나 ‘독전’도 화요일에 개봉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지만 이들 영화는 개천절이나 석가탄신일과 같은 공휴일에 맞춰 극장에 처음 내걸렸다는 점에서 ‘파 프롬 홈’의 사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파 프롬 홈’이 화요일에 개봉하면 앞으로는 다른 블록버스터들도 줄줄이 주초에 극장에 걸리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전주 목요일에 개봉한 중급 규모의 영화는 불과 며칠 만에 대형 블록버스터와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루 이틀 차이가 얼마나 극장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기에 이렇게 갑론을박이 오가는 것일까요. 사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부분의 상업영화는 금요일에 개봉했습니다. 주말이 시작되는 ‘불금’부터 관객을 끌어모아 입소문을 퍼뜨린 다음 개봉 첫 주말에 기선제압을 한다는 전략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목요일에 개봉하는 작품들이 하나둘씩 늘었고 급기야 2014년 1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 콘텐츠의 관람료를 할인해주는 ‘문화가 있는 날’을 로 지정하면서 수요일까지 개봉 날짜가 앞당겨졌습니다. 현재는 금요일에 개봉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상당수 작품이 수요일 또는 목요일에 관객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영화 ‘알라딘’의 스틸컷.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스틸컷.


영화 ‘비스트’의 스틸컷.


영화 배급사가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일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요소가 바로 개봉 시기입니다. 어떤 경쟁작들이 출격하는 어떤 시기에 작품을 내놓아야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것이지요. 개봉 시기와 흥행 성적의 상관관계는 결과가 모두 나온 다음 사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에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신하균·이광수 주연의 ‘나의 특별한 형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보다 딱 한주 늦은 5월1일에 개봉했습니다. ‘엔드게임’의 광풍에 휩쓸려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줄 알았던 이 작품은 오히려 5월 ‘가정의 달’에 따뜻한 가족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의 수요를 적절히 충족하면서 ‘147만’이라는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반면 각각 지난 19일, 26일 극장가를 찾은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과 ‘비스트’는 ‘알라딘’ ‘토이 스토리 4’ ‘존 윅3: 파라벨룸’은 물론 개봉 한 달이 지난 ‘기생충’에게도 밀리면서 강력한 경쟁작들의 무덤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다음 주 출격하는 ‘파 프롬 홈’도 ‘화요일 개봉’의 덕을 얼마나 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봉일 선정이 아무리 배급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극장 생태계를 이끌어온 관례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과 존중은 필요해 보입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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