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가 최근 자사 신제품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만 11살 여아 모델을 ‘성 상품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모델 엘라 그로스의 어머니가 2일 반박 글을 올렸다.
앞서 배스킨라빈스는 지난달 28일 자사 아이스크림 신제품 ‘핑크스타’ 출시와 함께 유명 여아 모델 엘라 그로스를 출연시킨 광고 영상을 선보였다. 영상은 공개 직후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동을 성적 대상화했다, 롤리타 컴플렉스(미성년 여성에 성적으로 집착하는 정신병)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해당 영상에서 엘라 그로스는 분홍색 민소매 옷과 진한 핑크 메이크업 차림으로 나타나 아이스크림의 맛을 음미한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델의 진한 분홍색 입술이 클로즈업으로 강조되기도 했다.
논란이 인지 하루 만에 배스킨라빈스는 “영상 속 모델의 이미지에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며 광고 노출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스킨라빈스는 2일 인스타그램에서 사과문이 삭제,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방문자들은 “사과문 보러 왔는데 사과문이 없다”, “사과문 내리고 제품 사진으로 덮었네”, “시대 역행의 아이콘이 되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아동 모델의 성 상품화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래된 이슈다. 지난 2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청원 글도 등장했다. ‘아동 속옷 모델 관련하여 처벌규정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라는 글에서 청원인은 “아동의 전신을 성상품화 한 사진들이 있다”며 “제대로 된 성인지 교육과 신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해당 청원은 4만459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20만 명 이상’ 동의 기준에는 미달해 정부 관계자의 답변은 받지 못했다.
지난 2017년 중국에서는 한 대형 쇼핑몰에서 4~6세 아동들이 짙은 화장을 하고 꽃, 날개 등으로 장식된 속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비난을 받았다. 2011년 영국에서는 당시 만 16살이었던 배우 다코타 패닝이 나온 향수 광고에 대해 “지나치게 성적인 대상으로 표현했다”며 게재 금지령을 내렸다. 다코타 패닝은 사실 대학생이었지만 영국 광고심의위원회는 “미성년자처럼 표현돼 실제보다 훨씬 어리게 보여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 2010년 프랑스에서는 한 패션잡지에 10살 모델이 진한 화장과 하이힐을 신고 등장했다가 비판받았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에게 어른의 이미지를 투영한 패션산업은 아직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에게 그릇된 미적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95년 미국에서도 미성년자가 포함된 패션 광고가 나오자 FBI가 ‘아동 포르노법 위반’ 혐의를 들어 조사를 벌였고, 광고를 내린 바 있다.
한편 엘라 그로스의 엄마는 이날 딸의 SNS를 통해 “배스킨라빈스 광고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이것은 ‘엘라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걸 당장 멈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라의 엄마는 “새로운 아이스크림 맛을 위한 재미있는 광고가 되려고 했던 것이 한국 특정 대중들에게는 역겹고 끔찍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슬프다”라며 “사람들이 부주의하고 전투적인 방법으로 맹렬히 비난하는 것이 나를 괴롭힌다”고 말했다. 이어 “엘라는 상처입히고 부정적인 반응에 분노하는 많은 강하고 힘있는 여성들에 둘러싸여 있다”며 “친절한 몇 마디가 천 마디 증오의 말보다 훨씬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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