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하수 시스템과 산업화 영향에 최악의 수질 오염으로 악명이 높았던 프랑스 파리의 센강이 100여 년 만에 공공 수영 공간으로 개방됐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달 5일(현지시간) 개장 첫날을 맞은 센강 공공 수영장에서 파리 시민 수십 명이 안전요원의 감독 아래에 수영을 즐겼다.
센강은 파리의 오래된 합류식 하수관 때문에 비가 오면 빗물과 생활하수가 함께 유입돼 오염이 심했다. 하수처리장 용량이 넘치면 미처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센강으로 직접 유입돼 대장균 등 세균 수치가 기준치를 자주 초과하는 등 문제가 있어왔다. 이 때문에 파리시는 1923년부터 공식적으로 센강에서의 수영 등을 금지했다.
파리시는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총 14억 유로(약 2조 2500억 원)를 투입해 센강 정화에 집중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계기로 대대적인 정화 작업이 진행됐다. 하수 처리시설을 현대화하고 오염물질 실시간 모니터링에 나섰다. 폭우 시 오염수를 임시 저장할 수 있는 대형 지하 저장 탱크 등도 건설하는 등 산업·생활하수의 강 유입을 차단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올림픽 기간 중 센강에서는 일부 우려의 시선에도 철인 3종 경기와 오픈워터 수영 경기가 열렸었다. 하지만 센강 수질 문제로 연습 경기가 몇 차례 취소되고 센강에서 수영한 일부 선수가 배탈이나 설사 등의 문제를 겪기도 했다.
파리시에 따르면 올림픽 이후에도 꾸준히 정화 사업을 벌여 대장균 등 유해 미생물과 중금속 오염이 크게 줄었고, 생태계도 점차 회복 중이다.
이런 노력 끝에 이날 센강에서 수영장이 100여 년만에 개장하게 됐다. 개장 전날 시의 수질 검사 결과는 ‘우수’로 나타났다.
이번에 센강에 문을 연 곳은 모두 세 곳의 야외 수영 구역이다. 탈의실, 샤워실 등이 갖춰졌고 안전요원도 상주한다. 구역마다 최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내달 31일까지 무료 개방된다.
파리시는 국가 기관, 지역 보건청과 함께 수영 구역의 수질을 매일 점검해 수영장 운영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센강 정화는 단지 올림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속 가능한 도시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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