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가 너무 길어서 무릎에 오는 기장으로 자르되 스퀘어넥 디자인은 그대로 살리고 싶어요.”
지난 8일 방문한 서울 동대문 롯데피트인 2층의 개인맞춤형 의류생산 시범매장 ‘위드인24(Within 24)’. 이곳에서 기자의 주문을 받은 것은 수선사가 아닌 ‘디자인 커스텀 키오스크’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산업협회·KT 등이 업무협약을 맺고 올 4월에 문을 연 이곳에서는 16개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출시한 다양한 옷을 취향대로 변형해 주문할 수 있다. 단추의 크기에서부터 기장·색상 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실제 제작 가능한 옷의 가짓수는 매장에 진열된 100여벌을 훌쩍 뛰어넘는다.
키오스크의 사용방법은 간단했다. 상의·하의·원피스·아우터 등의 아이템 중 한 가지를 선택하자 각양각색의 디자인을 모아놓은 ‘룩북’이 화면에 나타났다. 무더운 여름철, 통풍이 잘 되는 원피스를 구입하기로 결심하고 룩북을 살펴봤다. 여성복 브랜드 ‘BLANK’의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다만 미술학원에서 입을 듯한 긴 기장과 다소 칙칙해 보이는 검은 색상이 마음에 걸렸다.
맞춤형 디자인을 보여주는 아이콘을 누르자 금세 고민이 해결됐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원피스의 길이는 무릎까지 줄일 수 있었고 색상은 베이지·초록색 등으로 다양했다. 기본 디자인인 스퀘어넥 외에 둥그런 넥라인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베이지 색상의 원피스를 가상으로라도 착용해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안고 기장을 줄인 검은색 원피스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주문을 완료하면 패턴 입고에서부터 원부자재 입고, 의상 생산, 판매 준비 순으로 진행 상황도 확인할 수 있다.
맞춤생산이 가능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의 폭도 넓어진다. 남성복 브랜드 ‘제로드콘두잇’의 제품을 사려는 여성 고객들의 경우 디자인 커스텀 키오스크와 매장 내 직원의 도움을 받아 허리 사이즈 등을 줄여 본인에게 딱 맞는 옷으로 맞춘다는 설명이다. 위드인24의 한 관계자는 “성별의 경계가 무너지는 젠더리스 패션 트렌드와 오버핏을 선호하는 여성 고객이 늘면서 남성복 브랜드를 여성용으로 주문 제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체가 불편하거나 특수 사이즈가 필요한 경우에도 맞춤형 옷은 유용하다. 실제로 한 고객은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양복을 맞추기 위해 이곳을 찾은 뒤 단골이 됐다. 또 다른 고객은 허리 사이즈를 99까지 늘린 투피스 원피스를 구입할 수 있었다. 위드인24 관계자는 “허리 사이즈 55부터 시작해 5㎝씩 늘려가면서 고객의 신체 사이즈에 맞는 옷을 디자인했다”면서 “고객이 의상을 입었을 때 어떤 느낌인지 미리 살펴보기 위해 아바타에 옷을 입히는 ‘클로(3D 가상의상 제작)’ 작업도 내부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24시간 내 배송이다. 디자이너의 작업실과 패턴실·샘플실이 모두 동대문 인근에 모여 있어 가능한 구조다. 기자가 8일 오후5시께 주문한 옷은 24시간 만인 다음날 오후6시에 매장에서 자택으로 배달됐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길이 그대로 제작돼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위드인24 관계자는 “하루 30여명이 방문해 10여건의 실구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팝업스토어 오픈 제의가 왔던 몇몇 백화점과 함께 매장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네 백화점에서도 언제든지 내 취향과 체형에 꼭 맞는 맞춤형 의상을 살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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