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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3不 사회 '소확행'이 답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지난주 말에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라는 도발적인 제목이 달린 책을 읽었다. 저자인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를 ‘불신’ ‘불만’ ‘불안’의 ‘3불(3不)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3불의 근본 원인을 추적해보고 시사점을 찾아보자.

첫째, 불신은 현재 한국의 제도와 시스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을 제외하고 회사는 물론 지역사회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구 지하철 사고와 세월호 참사를 경험하면서 불신은 더욱 강화됐다. 마지막 보루인 가족조차도 고령화와 양극화, 불황으로 남녀노소 갈등이 커지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불신이 커지는 양상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어 혼자 사는 사회, ‘초(超)솔로(solo)’ 사회로 가는 것은 아닐까.

둘째, 불만은 높아진 기대 수준을 현실이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데 나온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디지털 정보로 한국인의 눈높이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저성장 경제에 진입해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40세 이하인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역대급 입시 전쟁과 취업 전쟁을 치렀지만 승진과 가처분소득·구매력이라는 성적표에서는 선배 세대에 비해 형편없이 저조하다. 이들의 입장에서 한국은 ‘헬 조선’이 확실하다.



셋째, 불안은 이미 디지털 혁명,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세계가 ‘위험사회’로 변한 이유도 있지만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한국 시니어 세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은퇴 후 20, 30년을 버티기에는 개인과 정부 모두 준비가 너무 허술하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라는 산 정상에 올라왔지만 막상 정상에는 오아시스가 아닌 ‘3불’이라는 사막이 있는 꼴이다.

3불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확실한 솔루션은 ‘소확행’이라고 생각한다. 소확행은 일본의 장기 불황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든 신조어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한다. 소비시장에서 소확행을 뜻하는 용어에는 ‘작은 사치(small indulgence)’가 있다. 작은 사치를 제공하는 것이 사업 목표인 투썸플레이스의 성공 사례는 우리 기업과 국가 경영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난 2012년 신촌에 1호점을 출점한 후 6년간 1,079개의 매장을 열며 스타벅스와 더불어 디저트 카페의 최강자 자리에 오른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일부 지분만 남기고 홍콩계 사모투자회사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3불 사회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전 세대에 걸쳐 불신하고 불안해하고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3불을 잠재울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기업은 자신의 분야에서 작지만 독특하고 최고의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도 소확행을 구현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 작지만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는 소소한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 소확행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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