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첫 출시된 ‘햇반’은 지난해까지 25억개 넘게 팔려나가며 명실상부한 ‘국민 즉석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한해 판매량만 무려 4억개로, 국민 1인당 8개 이상의 햇반을 먹은 꼴이다. 즉석밥 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그만큼 일회용기 사용량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CJ제일제당(097950)은 바로 여기에 주목했다. CJ(001040)제일제당은 2006년부터 햇반 용기를 만드는데 쓰이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아낌없는 투자를 쏟아부었다. 오랜 연구를 통해 제품을 살균하고 밀봉할 때 용기가 찌그러지지 않도록 음압구조 형태로 용기를 개발해 내구성을 강화하는 한편 햇반 내부 빈 공간도 최소화했다. 그 결과 햇반 용기의 두께는 최초 1.3㎜에서 0.7㎜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용기의 높이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CJ제일제당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금까지 햇반 용기를 포함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40%나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제조업체로서 단지 제품을 많이 파는 데만 그치지 않고 제조과정에서부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포장재를 줄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잊지 않은 덕분이다.
이러한 노력은 CJ제일제당뿐 아니라 CJ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서도 한결같이 이어지고 있다. 지속 가능한 경영의 시작은 제조단계부터 친환경 재료와 패키지를 사용하는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고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맞춰 CJ그룹은 계열사마다 각기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친화적 사업을 실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라= CJ제일제당은 ‘3R(Redesign·Recycle·Recover)’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패키징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포장재를 전문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자체 패키징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또 글로벌 선도기업 수준의 지속 가능한 포장재 개발과 활용을 위해 20명 이상의 석·박사 연구원들이 외부 학계 및 전문기관, 포장재 공급업체와 긴밀히 협력해오고 있다. 특히 포장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과다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포장재를 최소로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징 형태를 개발 중이다. 아울러 동일한 품질을 보장하면서 포장재의 소요량을 줄일 수 있는 구조와 소재를 연구 개발하는데에도 한창이다. 햇반 용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햇반 용기의 구조와 재질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용기가 줄어든다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해 할 수 있는 데다 산소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차단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유통기한이 짧아지거나 밥맛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이를 보완하는 소재와 연구 개발에 주력한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용기 두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제조 비용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다 보니 제조 비용은 더 올라갔지만 CJ제일제당은 이를 감수했다. 생산, 유통, 취식까지 포장재가 그대로 유통될 수 있도록 구조와 재질을 줄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꾀한 결과 현재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40%나 줄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올 한해에만 연간 4,000톤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호떡믹스나 브라우니믹스 등 간식용 프리믹스 제품의 지함과 규격을 최적화했다. 불필요한 여유공간을 줄여 부피를 각각 30%와 25%씩 줄인 덕분에 발생하는 폐기물 양도 줄일 수 있었다.
CJ제일제당은 다 쓰고 버려지는 포장재는 재활용되거나 자연적으로 분해되도록 만드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원활한 재활용이 가능하게끔 다양한 구성품의 포장재를 동일한 계열의 재질로 사용하거나 서로 다른 재질로 구성된 포장재의 경우 분리가 잘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한번 쓰고 버려지는 선물세트용 부직포 장바구니에 지퍼를 부착해서 접어서 보관하거나 휴대가 가능한 에코백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판매제품의 로고를 인쇄하지 않고 친환경 요소가 포함된 디자인을 적용해 고객이 들고 다니기에 유용하도록 구조를 개선했다.
포장재를 매립했을 때 땅속 미생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되도록 친환경 원료나 식물에서 유래된 원료를 사용해 포장재 폐기물에 따른 환경영향도 최소화하고 있다. 자사 식품 전용 온라인몰 CJ더마켓의 배송용 완충재는 밀가루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밀 껍질을 포장재 원료(일명 소맥피 완충재)로 사용했다. 명절 선물세트 트레이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용 용기와 온라인 배송용 제품의 완충 포장재로 사용하는 등 범위도 확대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친환경 패키징 정책(3R)에 발맞춰 원가 절감, 친환경 소재 개발,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1만1,958톤의 이산화탄소 저감과 781톤의 플라스틱 감량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오는 2020년에는 이산화탄소 1만2,458톤을 감축하고 40억원대의 원가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닐·스티로폼은 No…종이 포장재로 환경 살리자= 모든 상품이 배송 판매되는 홈쇼핑의 특성상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발생하는 포장 쓰레기는 소비자들에게 골칫거리 중 하나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지난해부터 비닐, 부직포, 스티로폼 등을 사용하지 않는 ‘3無’ 포장재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비록 친환경 포장 비용은 기존보다 20% 이상 비싸지만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좀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홈쇼핑업계를 대표해 ‘착한 포장’을 꾸준히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비닐 테이프 대신 종이 테이프로 변경 △의류 포장재(부직포)를 종이 행거박스로 대체 △에어캡(비닐 뽁뽁이)이나 스티로폼 대신 종이 완충재를 도입하는 등 업계 최초로 종이 포장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올 1월에는 스티로폼 대신 알루미늄 라미네이트 코팅 종이 박스로 바꾸고, 폴리머 냉매 대신 얼음을 사용한 친환경 보냉팩을 도입했다. 또 4월에는 조립형 구조로 테이프 등 접착물이 없는 100% 종이 소재 박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제작한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의 경우 전체 상자가 종이로 된 조립형 구조이기 때문에 박스 내·외부에 접착물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상자에 표시된 절취선을 손으로 뜯어 개봉할 수 있어 비닐 테이프를 일일이 떼어내지 않아도 되며 분리수거도 간편하다.
CJ ENM 오쇼핑부문은 친환경 종이 포장재를 자체 브랜드인 ‘셀렙샵 에디션’, ‘씨이앤’, ‘엣지’, ‘장미쉘바스키아’ 등 패션 PB상품에 우선 적용 중이며, 앞으로 매년 10%씩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CJ ENM 오쇼핑부문은 환경부와 함께 ‘유통 포장재 감량을 위한 자발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정부와도 발을 맞춰가고 있다. 앞으로도 CJ ENM 오쇼핑부문은 친환경 포장재 사용을 꾸준히 확대하는 것은 물론 환경부와 함께 자원순환사회를 실현해나가는데 적극 협조해 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 자체 개발상품을 중심으로 맞춤형 적정 포장 설계를 적용해 과대 포장 방지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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