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이 공익사업은 하지 않으면서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채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배 수단으로만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발표한 ‘2019년 세법 개정안’에서 계열사(동일기업) 지분을 5%를 초과 보유한 성실공익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지출제도를 자산 5억원 이상 또는 수입금액 3억원 이상 공익법인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종교법인과 공공기관, 특정 사업수행 목적으로 설립된 공익법인은 제외된다. 의무지출제도는 수익용·수익사업용 자산가액의 1~3%를 공익목적사업으로 의무 지출해야 하는 제도다. 지분율이 5~10%면 1%를, 10%를 초과하면 3%를 의무지출해야 한다. 위반할 경우 미달 지출액의 10%가 가산세로 부과된다.
기재부는 이 제도를 대폭 확대해 공익법인이 출연 재산을 단순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익 목적으로 적극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산만 보유한 채 무위험 자산 수익률 수준인 1%도 공익목적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익법인을 운영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공익법인에 5% 미만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 상속·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에 출연하고, 공익법인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형태로 편법적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계열 공익법인을 전수 조사해 실태를 파악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익법인이 배당 수익도 없는 주식을 기업지배 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재산 출연에 대한 세제 지원 취지에 위배 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공익목적 사업 지출 비율이 1%에 못 미치는 공익법인을 약 350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개정 세법은 2021년 사업연도부터 적용된다.
공시의무도 강화된다. 현재 자산 5억원 또는 수입금액 3억원 이상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외부공시 의무가 주어지지만, 이 같은 의무를 모든 공익법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영세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2023년까지는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영리법인에 적용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를 공익법인에도 적용한다. 자산 1,000억원 이상 또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인 외부감사 대상 공익법인은 일정 기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한 후 한동안은 국세청장이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예를 들어 6년간은 자유 선임하고 3년은 국세청장 지정 감사인을 선임하는 식이다. 이 역시 준비기간을 고려해 적용 시기를 2년 유예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제도 도입으로 인한 감사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 공익법인에 제도를 우선 적용하고 감사수수료 증액 한도 설정 등 세부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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