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실적이 줄줄이 어닝 쇼크로 확인되면서 증권가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결과가 더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추천 업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권업계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국내 경기악화 등을 감안하면 상장사의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거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25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상장사의 투자의견을 낮춘 증권사 보고서는 3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투자의견을 높인 것은 9개에 불과했다. 기존 매수 의견을 중립으로 낮추거나 중립 의견에서 비중 축소로 변경하며 사실상 매도 의견을 제시한 곳도 크게 늘었다.
특히 2·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22일부터 전망치를 낮춘 보고서가 속출하고 있다. 목표주가를 낮추는 경우도 급증했다. 24일에만 27건의 보고서가 기업들의 적정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조정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이미 상당수 기업에서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이 확인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올해 2·4분기 3,6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하반기에도 영업손실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POLED 부문에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적잖이 남아 있고 LCD TV 패널 가격도 다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며 “최악을 지났을 것이라는 점에서 단기 트레이딩은 몰라도 매수하라고 추천하기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줄어든 삼성전기(009150)도 하반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업황 회복이 요원해 보인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가파른 MLCC 가격 하락으로 타 정보기술(IT) 기업들과 달리 상저하고(上低下高) 계절성이 불확실하다”며 목표주가를 8% 낮춘 11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바이오·기계·전기장비 등 분야의 주요 기업들에도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유안타증권이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대신증권이 47만원에서 40만원으로 낮추는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렸다. 키움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검찰 조사 이슈 등으로 3공장 수주 속도가 둔화됐고 사실상 경영이 마비돼 4공장 건설 검토가 불가능한 상황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대건설기계(267270)도 중국의 경기 부진 속에 인도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모멘텀에 확신이 부족하고 현재 건설장비 업황은 미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기댈 만한 곳은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이다. SK하이닉스(000660)는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1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재고 감소에 따른 반도체 가격 인상 전망으로 증권사의 추천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도 이달 들어서만 13% 넘게 올랐다.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인 현대차(005380)는 주요 신차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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