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2·4분기 실적에도 KB금융지주를 앞섰다. KB금융은 2·4분기 9,911억원의 깜짝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신한금융이 간발의 차인 9,961억원으로 리딩뱅크 수성에 성공한 것이다. 과감한 인수합병(M&A)과 비은행 이익 비중 확대, 베트남 등 동남아 공략 등 조용병 회장의 전략이 먹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2·4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9% 증가한 9,96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상반기 순이익은 1조9,144억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금리 인하 등의 악조건을 감안하면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깝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이 수천억원대로 추산되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염가매수차익을 반영하지 않고도 KB금융을 앞선 것은 오렌지라이프나 아시아신탁 등 비은행 부문 M&A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59.15%에 달하는 오렌지라이프 지분 손익이 연결 손익으로 반영되면서 그룹 내 비이자이익과 비은행 부문 성장률이 각각 26.7%, 10.3%에 달했다. 글로벌 부문 역시 선제적인 동남아 진출 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베트남 ANZ은행 리테일부문 인수 등에 따른 M&A 효과가 본격화되며 전년보다 8.7% 성장한 1,783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다. 조 회장이 목표한 글로벌 순익 비중 20% 달성에 날개가 될 수 있다.
조 회장이 특별히 강조해온 투자금융(GIB) 부문도 2·4분기 51%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비은행·비이자 중심의 ‘균형 성장’ 전략을 통해 매 분기 9,000억원대 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며 “수수료 기반 확대와 성공적인 M&A 효과로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적인 은행 성장공식을 벗어났다는 게 두드러진 성과”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또 그룹의 장기 성장 프로그램인 ‘2020 스마트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더 치밀한 전략실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아시아신탁과 신한리츠운용, 그룹 GIB 사업 부문 등을 매트릭스 체제로 편입해 그룹 차원의 종합 부동산금융 서비스도 확대할 방침이다. KB금융이 강점을 보이는 부문에서 사실상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도 M&A 덕을 봤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취임 이후 현대증권·LIG손해보험 등 대어급 M&A에 잇따라 성공했고 올해 2·4분기에는 증권과 손보 실적이 개선되면서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은행 의존도가 신한금융과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대어급 생보사 인수가 지연된데다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 실패에 따른 후유증으로 글로벌 부문 수익 기여도는 여전히 미미하다.
이 때문에 승부사 기질을 타고난 윤 회장이 하반기 경영전략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는 것도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대형 M&A를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으로 예정된 생보업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사전영향평가가 올 하반기 마무리되면 자본확충 부담이 비교적 적은 생보사 위주로 M&A에 나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여전히 매각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롯데캐피탈 역시 KB금융의 인수 희망 리스트에 올라 있다.
조 회장의 M&A 전략에 윤 회장이 맞불로 응수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신한과 KB 간 리딩뱅크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전략 대결은 은행권의 최대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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