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선원 2명을 태우고 항해하다 북에 나포된 러시아 어선이 28일 무사 귀환했다. 지난 17일 동해상 북측 수역에서 나포된 지 11일 만이다.
통일부는 러시아 어선 ‘샹 하이린(Xiang Hai Lin) 8호’가 이날 1시께 한국인 2명, 러시아인 15명 등 선원 17명 전원을 태우고 속초항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나포 당시 엔진 고장 상태였던 선박은 임시 수리 조치를 완료하고 27일 오후7시께 북한 원산항을 출발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 선원 2명은 원산에 위치한 호텔에서 머물며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승선한 선원 전원이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샹 하이린 8호는 러시아 국적의 300톤급 홍게잡이 어선으로 16일 오후 속초항을 출발했다. 하지만 러시아 자루비노항으로 향하던 중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17일 동해상 북측 수역에 넘어갔다가 단속에 걸려 북한 원산항으로 인도됐다. 당시 배에는 러시아 선사와 기술지도 계약을 맺고 어업지도 및 감독관 자격으로 한국인 50대·60대 남성이 승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통일부는 18일 상황을 인지하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대북 통지문을 전달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북측에 회신을 요청했다. 하지만 송환 결정이 났을 때까지도 별다른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남측 선박이 아닌 러시아 선사에 고용된 한국인들인데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당국과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송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러시아 당국과는 선원들의 송환 문제 등을 논의해왔다. 이에 정부도 외교 채널을 통해 러시아 당국과 협조해왔다.
앞서 2010년 8월 ‘대승호’와 2017년 10월 ‘홍진호’가 각각 북측 수역을 침범했다가 나포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외국 국적 선박에 한국인이 승선했다가 북측 수역에서 단속돼 조사를 받은 뒤 귀환한 사례를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승호의 경우 31일, 홍진호 선원들은 귀환까지 7일가량이 소요됐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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