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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디지털세 부과 합의했는데…韓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글로벌 IT기업에 부가세 부과 등

소소한 과세 움직임 시작됐지만

망사용료·'구글세' 여전히 안갯속

해외 기업들 손대기 부담된다면

차라리 국내사업자 족쇄 풀어줘야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7개국(G7) 국가들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에서도 ICT 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들은 이달부터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 대기업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는 등 소소한 움직임이 시작됐으나 핵심인 ‘망 이용대가’와 ‘구글세’로 불리는 적정 과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평가했다. 넷플릭스가 1년 새 덩치를 세 배로 키우고 유튜브의 검색 시장 장악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에 손을 대지 못한다면 차라리 국내 기업의 족쇄를 풀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IT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T 기업에 부가세가 부과되며 국내 사업자들은 그나마 험난한 경쟁 속에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다. 지난달까지는 해외 디지털기업의 인터넷 광고와 클라우드컴퓨팅, 공유경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등에 일절 부가세가 없었다. 클라우드의 경우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구글 등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데다 부가세에 해당하는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져 네이버나 KT 등 국내 사업자들은 불리한 경쟁을 펼쳤다.

이달부터 글로벌 IT의 소비자요금과 광고비에 일제히 10% 인상 요인이 발생하며 국내 사업자들은 역차별이 해소됐다는 반응이다. 지난 3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요 글로벌 IT 기업에 반드시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물을 근거를 마련했고 올해 전기통신사업자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계획에는 대상에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이 추가됐다.

정부는 이 기세를 몰아 연내 ‘망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다국적 IT 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응해 과세하는 ‘구글세’의 국제 논의에 참여하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다만 실제 역차별의 핵심인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먼저 ‘망 이용대가’ 산정은 국내외 사업자 간 차별 논란에 통신사업자들이 또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다 기본적인 시장 논리에 역행할 우려가 제기된다.

콘텐츠사업자(CP)는 이용자들이 자사 서비스를 빠른 속도로 원활하게 즐기도록 국내 통신사업자에 ‘캐시 서버’라는 별도의 네트워크 시설을 둔다. 예를 들어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사업자가 외국 서버에서 국내 이용자에 콘텐츠를 공급하면 거리상 제약으로 끊김 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캐시 서버를 구축해 원활한 속도를 보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사업자가 국내 업체들에 비해 훨씬 낮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현실이다. 망 이용대가는 업체 간 계약으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글로벌 사업자들이 내는 돈은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2016년 국회에 망 사용료로 700억원가량을 지불한다고 공개했는데 이처럼 국내 CP만 연간 수백억원의 사용료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세기의 재판’이라 부른 페이스북과 방통위 간의 소송 역시 망 이용대가에서 출발했다. 페이스북은 망 사용료에 대한 논의를 하던 중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 경로를 임의로 바꿨고, 해당 가입자의 이용 속도가 느려지자 민원은 모두 통신사업자로 쏠렸다. 결국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체 비용을 들여 서버를 증축했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지난해 3월 이용자 이익 저해를 이유로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페이스북은 두 달 뒤 이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서 방통위 과징금이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페이스북 등 CP들은 통신망 품질관리 책임을 안게 돼 글로벌 CP와 국내 통신사 간 망 이용대가 산정 시 통신사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방통위가 패소할 경우 다른 글로벌 CP들도 이용자를 볼모로 잡아 망 이용대가를 낮추는 시도를 할 수 있다.



CP만 따지면 망 이용대가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표 사례지만 통신사들은 한 발짝 물러서 있다. 국내 CP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원활히 구동하기 위해 통신사와 합당한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계약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네이버 등 국내 사업자는 한국 시장이 절대적이지만 구글 등 글로벌 사업자는 전체 시장의 일부여서 그만큼 망 품질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아 국내외 사업자 간 같은 대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통신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아쉬운 쪽이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는 시장 논리가 작동하는 셈인데 억지로 국내 CP 이용료를 낮추거나 해외 CP만 올리기 힘들다는 얘기다. 가이드라인의 강제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기울어진 운동장 ‘구글세’ 역시 산 넘어 산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구글은 한국에서 최대 4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법인세는 온라인 광고사업 수익 일부에 대해 약 2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비슷한 매출을 올린 네이버가 낸 세금의 20분의1 수준이다. 고정사업장을 국내에 두지 않고 미국이나 조세회피처에 둔 글로벌 IT 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각국은 글로벌 IT에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국제적 공조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데다 미국의 어깃장도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최근 영국과 프랑스가 2~3% 세율의 디지털세를 추진하고 G7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내년까지 구체적인 과세 기준을 만들려는 움직임에 한국도 동참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이유다. 당장 3% 세율의 구글세를 추진한 프랑스만 보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산 와인에 관세부과 계획을 암시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무역전쟁에 돌입했고 최근 러시아나 중국과 영공 진입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미국과 ‘구글세’ 논란을 일으키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 등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상황을 고칠 수 없다면 차라리 국내 사업자들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 국내 사업자의 망 사용료를 낮추면 국내 통신사들이 피해를 떠안게 되고, 과세 역시 국내 다른 업종들과 형평성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의 발만 묶으면 큰 먹거리를 놓칠 수 있다”며 “동등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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