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지방도시들이 잇따라 일본 교류방문을 중단하거나 취소하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도시들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교류를 계기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한일관계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지방자치단체 간 경제·문화 등의 교류가 일단 끊기면 다시 잇기가 힘들어 무조건 차단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30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일본이 핵심첨단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자 대다수 지방도시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시민을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이 일어나자 지자체들이 국민 정서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일본 방문 중단이나 취소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일본 전범기업과 수의계약을 제한하자는 발언까지 나왔다.
울산 울주군이 대표적이다. 울주군은 우호협력도시로 그동안 연을 맺은 쓰시마시 이즈하라 축제에 불참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의 외교관계가 정상화할 때까지 일본 지자체와 주기적으로 갖던 교류행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는데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교류행사 취소 조치는 울산지역 다른 구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대전 역시 청소년 교류단의 일본 오다시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의정부시와 체육회도 니가타현 시바타시 방문을 철회하고 올해 하반기 채용박람회에 설치하려던 일본 부스를 취소했다. 동두천시는 오는 10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우호도시인 시즈오카현 시마다시를 초청했으나 최근 구두로 방한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류중단이 능사는 아니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지자체들도 적지 않다. 대구는 시 차원에서 일본 방문 중단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피해기업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지원 확대, 대체소재에 대한 검·인증 지원 등에 나섰다. 최근에는 한일 갈등 속에 자매도시로 22년째 인연을 맺은 히로시마 청소년들이 방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울산시는 사안별로 연기나 보류 등의 조치를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경남도도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오카야마와 공무원과 민간 공연단이 방문할 우호 교류 행사 진행 여부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29일 일본 오카야마현 청소년들이 경남을 방문한 교류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과 일본 청소년이 격년제로 상호 방문해 역사문화체험 등을 하는 교류행사를 취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평택·시흥·군포·오산 등 5개 도시도 일본의 행보를 예의주시한 채 아직 ‘교류 취소’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다. 이들 도시는 앞으로 일본의 대응수위를 주시한 뒤 상황이 악화하면 대응 단계를 격상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오산시는 9월 열리는 시민의 날 행사에 자매도시인 시즈오카현의 후지에다시를 초청했으나 광복절까지 상황을 주시한 후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도는 가나가와현, 아이치현과 각각 자매, 우호 관계를 맺고 있으나 아직은 교류중단 등 관계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23일 ‘대일(對日) 교류사업 전면재검토’라는 강경 입장을 밝혔던 부산시도 최근 입장을 바꿨다. ‘행정 부문 잠정 교류중단’으로 수위를 낮춘 것이다. 한일 긴장관계의 핵심이 아베 신조 정부의 잘못된 정책적 결정이라는 인식 속에 양국 국민들의 발전적 관계는 지속해야 한다는 인식이 뒤늦게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호범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행태를 보면 감정이 격해질 수 있지만 양국 교류를 무조건 차단하고 나면 나중에 상호 신뢰 부분에서 복원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전국종합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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