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일본 스미토모화학 반도체 에폭시수지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세계 물량의 60%를 생산하던 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자 국내 반도체사들은 재고가 2개월치밖에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 업체로의 다변화에 성공했고 스미토모화학은 이후 공장 가동에 들어갔으나 구매선 이탈로 결국 대만 회사에 매각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처럼 일본의 수출규제가 역으로 일본 소재기업과 정보기술(IT) 업체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재근(사진)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7일 과총·과기한림원·공학한림원이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대응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와 다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사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일본 IT 업계의 반도체 칩과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으로 IT 분야의 세계 밸류체인이 붕괴했을 때를 참고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당시 일본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를 절반 이상 수입하던 한국 회사들이 초기에 큰 충격을 받자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 됐었다”며 “재고에다 수입 다변화로 급한 불을 끄고 이후 일본에서의 공급이 정상화되자 국산화가 더는 추진되지 않고 ‘가마우지 경제’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대기업이 같이 소재·부품·장비를 국산화해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일본의 경제도발로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중국의 반도체굴기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중국은 2015년 ‘제조 2025’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따라 15%에 불과한 반도체와 소재·부품·장비의 7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중 한 곳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업계의 발전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있으나 중국이 국산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한국 등 해외 장비·소재·부품 회사를 인수해 돌파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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