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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제로 개발한 기술도 사업 못해"...규제에 우는 미래기술

원격의료·AI·빅데이터·드론 등

4차 산업분야 후진국에도 뒤처져





국내 유명 A대학병원은 얼마 전 토종 로봇기업 B사와 ‘원격협진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병원 내 인파와 장애물을 피해 자율이동하면서 병상에 다가가 현장의 의료진, 환자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또 다른 의료진을 화상통신 등으로 연결해 병증 진단과 치료 방향을 실시간으로 의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원래 정부 과제사업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인데 정작 국내에서는 도입이 되지 않고 베트남에 적용됐다. 한국에서는 원격의료 규제로 인해 관련 기술을 개발해도 상용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중국·동남아 등 신흥국의 경우 원격의료 도입이 활발해 관련 기술과 데이터 축적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급성장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미 원격의료가 이미 허용되고 있다”며 “우리의 의료 역량과 정보기술(IT)은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 수준이지만 의료 업계 내부의 이해충돌에 정부가 휘둘리면서 원격의료 규제를 선진적으로 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장벽에 막힌 것은 원격의료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드론, 로봇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주력 분야에 모두 규제 사슬이 묶여 있다. 정부와 국회가 급변하는 기술 수준과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과거의 규제를 답습하는 사이에 선진국은 물론 후진국에도 추월당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C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C사는 약 8년 전 군 작전용 드론을 개발했지만 이후 드론 사업에서 철수했다. 정부가 드론 관련 연구개발(R&D) 과제나 조달사업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C사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이 드론 기술 중 몇 가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해도 이를 실용화하려면 종합적인 체계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판로도 개척해야 하는데, 이것을 제일 잘할 수 있는 곳이 대기업”이라면서 “그런데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할 산업생태계를 정밀하게 설계하기보다는 단순히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하면 중소기업이 클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아직 상용 드론시장이 초창기였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들이 집중 투자했다면 충분히 중국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규제로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국내 대기업 대다수가 드론 산업 개척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력운용 규제도 한국의 신기술·신서비스 개발을 저해하는 악재로 꼽힌다. 특히 R&D 인재와 산업 현장 인력 운용에 대한 정부의 포퓰리즘식 정책이 산업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국방부가 산업기능요원을 전면 폐지하고 전문연구요원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병역대체복무제도 개편을 모색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인력난과 기술개발능력 저하가 한층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본격화된 주 52시간제 도입도 기업 연구소들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중견업체 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임원은 “R&D는 업무 특성상 매일 일정 시간 동일 업무를 반복하는 생산직이나 일반 서비스직과 다르다. 새 프로젝트가 잡히면 몇 주, 몇 달씩 밤샘 연구를 하다가 프로젝트가 끝나면 업무가 비교적 한가해진다”며 “이런 연구원들을 주 52시간, 일률적으로 일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 52시간제에 맞추기 위해 R&D 인력을 더 뽑아도 창의력과 지적 통찰력이 연구원마다 일률적이지 않기 때문에 보충된 인원이 기존 인력의 업무를 온전히 대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R&D 업무는 주 52시간 특례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관련 업계는 호소하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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