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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앱·쇼핑몰·커피숍까지 당뇨 전문 플랫폼 만들거예요”

■류연지 닥터다이어리 공동대표 인터뷰

부모님 당뇨 진단 이후 2형 당뇨병 앓는 동료와 함께 창업

당뇨 관리 앱 '닥터다이어리'에서 시작해

온라인 쇼핑몰 '닥다몰'·커피숍 '무가당' 연이어 오픈

최근 투자 유치 성공…알고리즘 도입 등 시스템 고도화할 것

류연지 닥터다이어리 공동대표.




국내 환자 수만 1,000만 명이다. 우리나라 30대 이상 성인 9명 중 1명이 걸린다. 당뇨는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됐다. 국내 사망 원인 4위가 당뇨에서 오는 합병증이지만 이 때문에 당뇨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암과는 또 다르다. 건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암 환자처럼 생명이 위급한 사람 역시 아니다. 암 투병이 다른 것을 모두 잊고 전력질주해야 하는 100m 달리기라면, 당뇨를 극복하는 과정은 꾸준히 자신을 가다듬어야 하는 마라톤이다.

류연지(27) 닥터다이어리 공동대표는 고독할 수도 있고 쉽게 포기할 수도 있는 마라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닥터다이어리’를 창업했다. 대학 시절 창업동아리에서 송제윤 공동대표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류 대표의 부모님이 당뇨병을 진단받은 직후, 중학생 때부터 2형 당뇨병을 앓고 있었던 송 대표와 의기투합해 당관리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었다.

모바일 앱 ‘닥터다이어리’ 당뇨 환자들이 식단 등 정보를 공유한다.


“부모님이 당뇨를 진단받을 당시에는 당뇨병 발병률에 비해 당뇨관리 서비스가 지나치게 부족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점들을 도와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환자들이 병원에서 진단받은 이후 질환 관리를 도와드리는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닥터다이어리의 서비스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다운로드 수 29만 건을 기록한 모바일 앱 ‘닥터다이어리’에서는 당뇨 환자 간 커뮤니티가 강점이다. ‘맛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깬 식단을 공유하고, 운동하는 모습을 찍어 올릴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남모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뇨 환자끼리의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장소다. 매일 6회 이상 점검해야 하는 혈당을 체계적으로 기록할 수 있고, 체계적인 당뇨 관련 정보도 제공한다.

당뇨 전문 e커머스 쇼핑몰 ‘닥다몰’. 당뇨 환자들을 위한 밥솥, 채혈기 뿐 아니라 간편식, 간식까지 판매한다.


당뇨 전문 쇼핑몰 ‘닥다몰’도 성황이다. 당 관리에 필요한 의료기기나 식단, 간식 등을 판매한다. 무설탕케이크 등 간식과 설탕 대용 양념, 무설탕 잼 등 당뇨 관련 식품 뿐 아니라 밥 속 탄수화물을 줄일 수 있는 ‘당뇨 특화 밥솥’, 바늘 대신 레이저로 간편하게 피를 뽑을 수 있는 채혈기까지 구매할 수 있다.

아울러 분기 별로 진행하는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초기 당뇨 환우들을 위한 질환 관리법 등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당뇨 환자들이 치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치과 의사의 강연을 진행했다.

오프라인 카페 ‘무가당’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디저트. 밀가루와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아몬드 가루 등으로 대체해 혈당 증가를 최소화했다.


서강대 인근의 커피숍 ‘무가당’은 ‘닥터다이어리’의 막내다. 지난 7월 창업한 무가당은 무밀가루·무설탕·저탄수화물 3원칙으로 제공되는 음료와 디저트를 살 수 있는 오프라인 카페다. 밀가루 대신 아몬드가루를 이용한 치즈케이크 등이 판매된다. 제품마다 첨가된 탄수화물 양을 적어놨는데, 그 수치가 50g를 넘는 게 없다. 류 대표는 “입소문이 조금씩 나며 당뇨 환자뿐 아니라 ‘저탄고지 다이어트(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는 체중감량법)’을 진행하고 계신 분들까지 찾는다”며 “조만간 대구에 2호점을 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모바일 앱부터 e커머스, 강연에 카페까지 얼핏 보면 전혀 다를 것 같은 사업을 ‘당뇨’라는 공통점으로 ‘닥터다이어리’의 12명 직원이 책임진다.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류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바로 창업했던 만큼 직원들의 고충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점이 약간 아쉬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카페 ‘무가당’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디저트. 밀가루와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아몬드 가루 등으로 대체해 혈당 증가를 최소화했다.


“솔직히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서비스를 내놓고 싶은데,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아요. 게다가 제가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던 만큼 개발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도 했고요. 그래도 3년간 좌충우돌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지금은 영양사분과 제빵사분들도 회사에 합류했어요. 제빵기를 사서 새로운 빵을 만들고 이를 주위 분들에게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한 분 한 분이 슈퍼맨 같다는 생각이에요.”

보람찬 순간도 많았다. 다운로드 29만 건을 달성했지만, 앱 후기를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류 대표는 “‘닥터다이어리 덕분에 친구가 생겼다’는 후기를 볼 때, 가장 흐뭇하다”고 강조했다. 성과도 이어졌다. 강원창조혁신센터가 주관한 ‘2019 디지털 헬스케어 아이디어 공모전’에 최종 선정됐고, 뉴플라이트와 알펜루트자산운용으로부터 9억원의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그는 “창업한 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렸는데도 어떻게 저희를 알아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이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여성 창업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여성 사장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출산과 육아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류 대표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결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솔직히 지금까지 여성이라 어려웠던 점은 별로 없었어요. 다만 결혼 이후 아이를 갖게 됐을 때 회사에서 떠나야 할 상황이 올까 걱정입니다. 다들 20대가 가장 빛나는 시절이라고 하잖아요. 전 그 20대 때 친구도 거의 못 보고 일요일도 없이 새벽까지 회사에만 매달렸어요. 닥터다이어리는 20대를 모두 바쳐 키운 자식 같은 회사인데 육아 때문에 떠나게 된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류 대표는 대신 닥터다이어리를 더욱 키울 계획이다. 기존 모바일 자가관리 시스템을 업데이트해 데이터 기반 맞춤 관리 알고리즘을 도입하는 등 고도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당뇨를 넘어 암·비만 등 또 다른 만성질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류 대표는 “당뇨병도 여러 질환이 얽혀 있는 복합질환”이라며 “보다 정확한 맞춤 관리를 위해 질환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류연지 닥터다이어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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