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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US]FORTUNE 500 / 공해(公海) 상의 모험

ADVENTURE ON THE HIGH SEAS

기업명: 레이도스(Leidos), 500대 기업 순위: 311위, 매출 102억 달러, 영업이익 5억 8,100만 달러, 직원 수 3만 2,000명, 총 주주수익률(2008~2018 연평균) 5.5%

무인잠수함 시헌터 Sea Hunter는 승무원 대신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초의 전함이다. 방산기업 레이도스 Leidos가 작은 무인선을 통해 해상전투 모습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바꿔나가는지 살펴보자. By Aaron Pressman

디젤 동력 미 군함 시헌터의 엔진 두개 중 하나가 북태평양 한 복판에서 고장 났을 때, 커다란 물결이 9피트(약 2.7미터)까지 치솟았다. 40미터 길이의 이 함정은 본 기지 샌디에이고에서 약 1,50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10노트로 순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를 살피러 승무원을 보낼 순 없었다. 무인함정이었기 때문이다.

좁은 선체와 두 개의 현외장치를 갖춘 시헌터는 날렵한 거미를 닮았다. 미 해군이 보유한 신형 무인군함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이 군함의 통제 및 항법 시스템은 버지니아 레스턴 Reston 소재 방산기업 레이도스 홀딩스가 설계했고, 제작에만 7년이 걸렸다. 또 진주만 해상기지까지 왕복한 4,000마일(약 6,440km) 이상의 첫 항해를 통해, 처음으로 제품 성능을 검증했다.

이는 전례 없는 시도였다. 레이도스가 홍보한 것처럼, 인공지능 시스템이 함정의 항로 이탈이나 다른 선박들과의 충돌을 막아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 체계에 단 하나의 결함만 있어도 전체 항해를 망칠 위험성이 있었다. 테크 신봉자들에겐,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평범한 기계적 결함이 프로젝트 전체를 망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 계기가 됐다.

이 함정을 따르던 호위함의 요원 14명이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레이도스의 시스템 엔지니어 키스 크랩트리 Keith Crabtree와 다른 직원들이 고속단정에 올라타 시헌터로 빠르게 접근했다. 샌디에이고 만의 차분한 해역으로 무인함정을 유도한 크랩트리는 큰 물결을 넘어 시헌터 쪽으로 접근했다. 그는 “파고가 높았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시험 함정의 삼중선체 디자인은 폴리네시아 마오리족의 전투카누 와카 waka에서 영감을 받았다. 따라서 이리저리 흔들렸던 호위함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항해했다.

시헌터는 적 잠수함을 추적하고 기뢰를 제거한다. 항구에 기항하지 않고 바다에서 몇 주를 보낼 수 있다. 사진=포춘US




크랩트리는 ”우리가 타고 온 호위함보다 훨씬 더 편안했다”고 회상한다. 문제는 단순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해결됐다. 시헌터가 진주만에 정박하면서, 10일 간의 왕복 항해를 무사히 마쳤다.

주목할만한 점은 시헌터가 해양을 건넌 최초의 자율주행 선박이자, 처음부터 레이도스가 설계한 최초의 해군 함정이라는 사실이다.

레이도스는 대정부 계약업계 외부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다. 50년 전 로버트 베이스터 Robert Beyster가 사이언스 애플리케이션 인터내셔널 코프(Science Applications International CorpㆍSAIC)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에서 수소 폭탄을 제조했던 명석하고, 사업수완이 뛰어난 물리학자였다. 베이스터는 요트를 열렬히 즐겼고, 요트 레이싱 팀의 리더 데니스 코너 Dennis Conner와도 친했다. 그는 SAIC가 선체 디자인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했다. 코너가 이끄는 팀이 1983년 아메리카스 컵 요트 경기에서 앨런 본드 Alan Bond가 이끄는 호주 팀에 패배한 이후였다. 132년 대회 역사상 미국 팀의 첫 패배였다. 하지만 이듬해 코너는 다시 우승컵을 되찾았다.

이런 전문성은 향후 해군과의 사업에서 유용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그 유용성이 드러난 것은 2012년이었다. 레이도스는 당시 해당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5,900만 달러 규모의 무인함정 개발사업을 수주했다. 회사는 조금이나마 관련 있는 여러 사업들로부터 얻은 전문성을 시헌터에 적용했다. 맡았던 사업들 중에는 해군용 수중센서 개발, 국립 해양기상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을 위한 해안선 측량, 위성영상 처리를 위한 인공지능 활용 등이 있었다.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기술적 역량은 레이도스의 강점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방부 주요 계약업체로서 지난 50년 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레이도스는 지난 해 10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9년 포춘 500대 기업 중 311위에 이름을 올렸다. 3년 연속 순위에 진입한 것이다.

국방 및 정보 관련 사업이 매출의 거의 절반을 창출하지만, 레이도스는 미 정부의 기술, 물류 관련 업무의 사실상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 기업은 ▲미국 프레더릭 국립 암 연구소(Frederick National Laboratory for Cancer Research)를 운영하고 ▲군용차량이 급조폭발물(IED)을 탐지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웨이브 시스템을 설계하고 ▲국방부를 위해 디지털 의료기록 시스템을 제작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회사 매출이 올해 5% 증가해 107억 달러, 수익은 8% 늘어 6억 2,7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당장 시헌터는 월가의 눈에 띄지 않지만, 레이도스가 앞으로 10여 척의 무인군함 추가 도입 사업을 따낸다면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그러나 변수가 많다. 레이도스가 시헌터의 시제품을 설계했다고 해도, 수십억 달러의 계약 수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치열한 방산계약 시장에서 소송과 시위는 흔하다. 회사는 지난해 20억 달러 규모의 법무부 IT 계약 입찰경쟁에서 탈락했다. 경쟁사가 레이도스의 가격 책정 스프레드시트에 빈 공간이 몇 개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이후였다. 시헌터의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 루스 쿡 Rus Cook은 “누군가가 우리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밤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것이야말로 엄청나게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개발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레이도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어떤 기업도 비슷한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공개적으로 선보인 적은 없다. 허드슨 연구소 해군력 센터(Hudson Institute Center for American Seapower)의 부소장 브라이언 맥그래스 Bryan McGrath는 “레이도스는 수중과 해상에서 모두 작동하는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미래가 상당히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21년 간 해군에서 복무한 후 전역했다.

공학도이자 컴퓨터 광인 CEO 크론은 IBM 펀치 카드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사진=포춘US


대정부 계약업체로 오랜 명성을 유지해 온 레이도스의 전신 SAIC는 2004년 기업공개를 반대한 창업자 겸 CEO 베이스터를 축출했다. 이후 거의 10년 간이나 여러 문제를 겪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는 방위예산 감축으로 매출 타격을 입었고, 회사 역사상 최초의 영업손실도 기록했다. 가장 치명적인 사건은 뉴욕 시 급여 사업과 관련된 대규모 스캔들이었다. 결국 두 명의 임원이 수감됐고, 총 5억 달러가 넘는 벌금과 배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 연방 정부는 이해관계 상충에 관한 법률을 강화했고, 노스럽 그러먼 Northrop Grumman과 록히드 마틴 같은 대기업들은 서비스 부문을 분리해야 했다.

그래서 레이도스도 2012년 회사를 두 개로 분리하면서 규모를 축소했다. 군용 차량 개량이나 비행 시뮬레이터 조립 등 기술 서비스 부문은 SAIC 이름으로 분사했다. 규모가 좀 더 큰 정보기술 및 과학 부문은 레이도스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다. 만화경이라는 뜻의 ‘칼레이도스코프 kaleidoscope’에서 앞뒤 글자를 떼내고 만든 회사명이다.

레이도스는 새로운 사업체 경영을 위해, 로저 크론 Roger Krone(62)을 CEO로 영입했다. 조지아 공대에서 우주항공공학을 전공한 그는 하버드 MBA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레이도스에 합류하기 전 그는 보잉, 맥도널 더글러스 및 제너럴 다이내믹스에서 재무 및 사업관리 임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크론은 잘 맞춘 남색양복과 트레이드 마크인 보라색(레이도스의 CI 색깔이기도 하다) 타이 차림에 은발이 한 눈에 확 들어온다. 따라서 어떤 청문회에서도 상원의원들과 로비스트들 사이에서 쉽게 어울릴 듯하다. 그러나 뼛속부터 컴퓨터 광인 그는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를 하던 젊은 시절 얘기를 꺼냈다. 크론은 신시내티에서 TRS-80 가정용 컴퓨터와 함께 성장했다. 그는 근처 그자비에 Xavier 대학에서 IBM 360 본체 컴퓨터용 프로그램을 천공카드에 제작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급 7달러를 받았다. 그 전엔 신시내티 피자 밥스 Pizza Bob’s 주방에서 일했는데, 그의 프로그래밍 교사가 능력을 좀 더 나은 곳에 쓰도록 설득해 옮긴 것이다. 하지만 오류를 발견하고 코드를 다시 쓰는 작업 역시 그에게 만족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주항공 공학 쪽으로 눈을 돌려 결국 항공기와 헬리콥터, 우주선 설계를 돕게 됐다.

CEO 취임 1년 후, 크론은 뜻밖의 ‘횡재’를 만났다. 방산 대기업 록히드 마틴이 90억 달러에 시코르스키 항공을 인수했는데, 그 중 IT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 시코르스키 IT 부문의 총 매출은 약 50억 달러로 다양한 부서들이 결합돼 있었다. 크론은 46억 달러(대부분 주식으로 지급했다)에 그 사업부를 사들였다. 그 중에는 차세대 항공교통 통제 시스템 설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회보장국 IT 프로그램, 그리고 다수의 군사 프로젝트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 거래는 2016년 여름 최종 성사됐고, 이후 레이도스의 매출은 거의 두 배가 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방위 지출이 대폭 증가한 시기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 및 러시아의 소규모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방위비 지출을 늘린 것이다.

해당 사업부를 성공적으로 통합한 레이도스는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작년 매출은 인수 전 12개월간 매출(51억 달러)에서 두 배나 증가했다. 올 1분기 레이도스의 수주잔고는 사상 최고치(215억 달러)를 찍었다. 특히 최장 10년간 나사의 IT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30억 달러 규모의 계약 수주가 큰 역할을 했다. 회사 주가는 크론이 2014년 7월 취임한 이후 207% 급등, 최근 75달러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 평균 60%, 다우존스 선정 우주항공 및 방위 지수(Dow Jones U.S. Select Aerospace and Defense index) 평균상승률 106%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률이다.

^방위 및 정보 부문 외에도, 레이도스는 암과 백신의 광범위한 중요 연구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아울러 미 정부의 남극 맥머도 관측기지(McMurdo Station)를 위해, 공급 및 물류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여름엔 1,000명이 넘는 남극 거주민들을 위해, 미국 본토에서 물자와 사람들을 보내고 이동을 돕는다. 크론은 2017년 추수감사절 기간에 이 기지에서 발이 묶인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 이 기지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몸소 실감했다.

예상보다 길어졌던 남극 체류는 수백 장의 바다표범 사진들을 기념으로 남겼다. 그 사진 중 하나가 그의 집무실 책상 맞은 편 벽에 붙어있다. 다소 어수선한 바로 옆 책장에는 그가 설계를 도운 항공기와 록히드 마틴과의 거래를 기념하는 모형들이 놓여 있다. 아울러 지금은 다 자란 자녀들의 어린 시절 미술 작품들도 있다.



2016년 처음 진수(進水)한 시헌터는 날렵한 회색의 맹수 같았다. 사나워 보였고, 의도적으로 타기 어렵게 설계돼 있었다. 침실, 주방, 화장실처럼 승무원들을 위한 내부 시설뿐만 아니라, 측면 핸드레일, 갑판 미끄럼 방지를 위한 표면 처리 등도 부족했다. 해군이 원했던 것은 어쨌든 적 잠수함을 추적하고, 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무인함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도스의 시험 담당자들이 오리건 주 컬럼비아 강을 따라 첫 항해를 시작했을 때, 이들은 좀 더 안전한 승선을 위해 핸드레일, 미끄럼 방지용 갑판 코팅은 확실히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배 내부엔 작지만 튼튼한 선실 및 장비 연결을 위한 일부 금속 레일도 있었다.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 쿡은 추가된 몇몇 설비를 보면 민망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그는 “마치 코르베트 Corvette 함 /*역주: 다른 배들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소형 호위함/ 지붕 위에 짐칸을 덧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추가 장비가 없었다면, 2년 후 성난 파도로 흔들리는 배 위에 엔지니어들이 승선해 엔진을 고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시 크랩트리와 해군 엔지니어들은 한 시간도 채 안돼 배를 다시 출발시켰다. 비교적 조작이 간단한 소프트웨어 설정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한 덕분이었다.

군대에서 흔히 사용하는 항공 드론들은 원격 조종장치로 움직인다. 일부 무인잠수정은 컴퓨터 통제 충돌방지 프로그램들을 사용하지만, 시헌터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가통제 능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자율주행차 설계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와 비슷하다. 물론 해상 교통량은 고속도로에 비해 미미한 편이나, 오류 발생 시 피해는 훨씬 크다. 바다에는 도로표지판도, 차선도, 소프트웨어가 추적할 수 있는 분리선도 없다. 자칭 “자율 신봉자”인 쿡은 “(자율주행)차가 훨씬 쉬운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레이도스는 일반 선박이 서로 맞닥뜨렸을 때 따르는 기본규칙을 시헌터 역시 준수하도록 설계했다. 그 규칙에 따르면, 선박은 형상과 기능에 따라 다른 절차를 취해야 한다. 한 배는 항로에 남아 있고, 다른 배가 양보해야 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 우선순위는 그 배가 요트인지 모터보트인지에 따라, 바람 방향에 따라, 그리고 여러 많은 기준에 의해 달라진다. 시헌터는 카메라와 레이더의 센서 데이터를 활용, 마주치는 다른 함정들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옳은 행동을 적절히 선택한다.

‘사람 조종 없이’ 대양을 건너는 대규모 시험을 기획한 주인공은 해군이었다. 무인함정 개념을 더 본격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 있음을 입증하려는 구상이었다. 시헌터가 화려한 성적으로 시험을 통과하자, 미 해군성은 지난 4월 (최대 90m 길이의) 중대형 전투 무인함정 설계를 발주했다. 해군 수상전을 총괄하는 로널드 복설 Ronald Boxall 소장은 “비용 대비 가장 강력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조합의 선박들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무인 함정과 관련해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있으나 준비됐다고 판단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운영조달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무인함정은 팽창하는 러시아와 중국 해군력에 대처하기 위한 미 해군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은 태평양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수상정과 잠수정을 건조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은 그만큼의 자원은 없지만 좀 더 은밀하고 효율적인 잠수함대를 건조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몰래 드나들며, 재래식 무기나 핵 무기를 이동하려는 목적이다. 무기를 전혀 탑재하지 않은 시헌터는 이 함대들을 감시하기 위해 탄생했다. 물론 기뢰를 제거하고, 미 해군의 대형 전함들을 위해 안정적으로 통신을 중계하는 일도 한다.

2017년 12월, 해군은 레이도스에 두 번째 시헌터를 주문했다. 현재 이 함정은 미시시피 주 걸프포트 Gulfport에서 건조되고 있다. 회사는 2020년 중대형 무인선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경쟁에 참여할 계획이다.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헌팅턴 잉걸스 Huntington Ingalls 등 조선 분야 전문성을 가진 다른 업체들과 협업할 수도 있다. 다른 기업들이 만든 항공기 및 순항미사일 유도 시스템을 위해, 영상처리 및 센서 장비를 제작하는 것과 유사한 파트너십이 될 전망이다.

일단 보잉과 록히드 마틴은 무인 잠수정에 집중하며, 해상에서 다른 선박들과 경쟁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을 피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홀딩스는 2017년 시헌터와 유사한 무인선박을 운행한 사실을 강조하지만, 배를 건조한 적은 없다. 노르웨이의 콩스버그 그루펜 ASA Kongsberg Gruppen ASA에 상업용 선박사업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콩스버그는 현재까지는 민수용 무인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가 새롭게 선보인 무인선은 핀란드 투르쿠 Turku 군도 주변에서 수 마일을 운항한 적이 있다. 또한 바드 홀딩스 Vard Holdings라는 조선업체와 협업을 통해, 대형 자율 컨테이너 선을 건조하고 있다. 이 배는 내년에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율운행 선박들은 해군의 예산 절감에도 상당히 기여할 전망이다. 초기 무인선박 사업을 관장한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ㆍDARPA)의 연구에 따르면, 시헌터에 드는 비용은 하루 2만 달러 정도다. 하지만 선원을 전원 배치해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구축함은 하루에 70만 달러가 든다. 또한 작전 시 위험에 처하게 될 선원이 없다. 따라서 무인 함대는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해상 체스 게임에서 ‘졸(卒)’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잠수함을 추적하고, 기뢰를 제거하고, 통신을 중계한다. 그 사이 유인 함정들은 해군이 벌이는 대규모 해상전투에서 계속 ‘왕’이나 ‘여왕’ 역할을 할 수 있다.

레이도스가 운영하는 국립 저온 전자 현미경 시설에 설치되어 있는 700만 달러 상당의 현미경. 사진=포춘US


해군 무인사업과 관련, 레이도스 엔지니어들은 좀 더 일반적인 단일/이중 선체 디자인과 일부 잠수정 기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주 선체에 두 개의 현외장치가 있는 것이 유지보수 관점에선 좀 더 안정적이고 빠르고 저렴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크론은 “우리는 조선업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굉장히 새로운 시각으로 시헌터에 접근했다”고 설명한다.

레이도스의 3개 사업부문 모두 상태가 좋다. 올해 1분기 방위 부문 매출은 꽤 견실한 7%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민수 부문 성장률도 2%였다. 헬스케어 부문은 9%로 가장 크게 성장했다.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하는 이 사업부문은 메디케어 /*역주: 65세 이상 노인 의료보험제도/ 사기를 표적으로 삼고 있고, 장애 검사도 실시한다. 하지만 사업의 핵심은 바로 메릴랜드에 위치한 국립 프레더릭 암 연구소이며, 연간 예산은 무려 5억 4,000만 달러에 이른다.

캐톡틴 마운틴 Catoctin Mountains?워싱턴 D.C.에서 북쪽으로 45마일 떨어졌다?의 평온한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이 국립연구소는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1972년 포트 디트릭 Fort Detrick에서 닉슨 대통령이 분리시킨 이 연구소는 미국 생물무기연구의 본거지다. 또한 암과 에이즈, 민간부문에선 수익이 불확실하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레이도스는 2008년 연구소 운영을 맡는 5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냈고, 2015년 15억 달러를 투자해 증축했다

33만 평방피트(약 9,270평) 면적의 시설 깊은 곳에 자리잡은 어두운 실험실에서는, 고성능 현미경의 레이저 광선이 ‘토미의 춤추는 분자들(Tommy’s dancing molecules)’을 재빨리 제거한다. 검은 디스플레이 위에 지그재그 모양의 점들처럼 보이는 이 분자들은 암세포 속 RAS 단백질이다. 모든 암의 원인 중 30%는 단백질을 만들라는 지시를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변이에서 비롯된다. ‘토미’는 과학자 토미 터비빌 Tommy Turbyville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레이도스 소속의 그는 변이 단백질을 직접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변이 단백질이 췌장암, 대장암, 폐암 등을 비롯한 치명적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RAS 억제 약물을 발견하면, 수백만 명의 삶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30년간의 노력에도 성과가 없자, 민간부문은 대부분 자체 연구를 포기했다.

짧게 다듬은 흰색 수염과 선글라스 차림에, 실험실 코트 안에 청바지를 입은 터비빌은 활기가 넘쳤다. 그는 실험실 전체를 분주하게 오가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춤추는 분자를 추적하고, 분자 속도를 측정하고, 움직이는 방식을 위한 컴퓨터 모델들을 개발함으로써, 약물로 치료 가능한 변이 RAS의 새 취약점을 발견하려 하고 있다.” 실험실의 또 다른 한쪽에선 100만 달러를 호가하는 로봇이 다른 복합물을 RAS 단백질이 담긴 실험 접시에 주입하고 있다.

레이도스 과학자들은 700만 달러 상당의 극저온 전자 현미경도 운영한다. 전국의 암 연구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다. 아울러 회사는 또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HPV 백신 투여 시 필수 복용량 및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레이도스의 생의학 연구 자회사에서 수석 과학자로 활동하는 렌 프리드먼 Len Freedman은 “국가 연구소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며 “RAS는 아주 흔한 암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노력에도 우리는 치료제 개발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연구소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연구에 돌입, RAS 관련 암을 치료하기 위해 가능성이 있는 몇몇 약품을 실험할 계획이다. 물론 이 시도의 성공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시 샌디에이고로 돌아가보자. 시헌터는 대부분의 시간을 부두에서 보낸다. 다만 한 달에 한번씩, 변경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기 위해 운항한다. 실물로 보면 이 배는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크다(축구장 길이의 약 절반 정도다). 아울러 두 개의 뾰족한 현외장치와 날렵한 뱃머리가 더 큰 위용을 자랑한다. 조종석에는 ‘행운’을 기원하며 훌라 춤을 추는 플라스틱 소녀상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거의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았다. 허가 받지 않은 방문객들은 갑판 아래쪽을 볼 수 없으나, 분명 선원들의 숙소는 아니다. CEO 크론은 나중에 “바로 상상 속의 타임머신이 있는 곳”이라고 농담했다.

요즘 시헌터의 최대 위협은 바다사자다. 이따금씩 어슬렁거리는 바다사자들이 현외장치 위로 올라와 도무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쿡은 캘리포니아의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내려올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며 미소를 짓는다. 그 사이 대형 구축함과 화물선들이 푸른 만을 왕래하고, 크루즈 선은 근처 명소인 포인트 로마 등대(Point Loma Lighthouse)를 지나친다.

◆무인 갑판: 미 해군의 시헌터 사양과 선박을 둘러싼 기대

-132 피트(길이): 이 배는 중형 크기의 선박들이 수행하는 다양한 범위의 임무들을 시험하기 위해 설계됐다. 견인 센서 배열로 잠수함을 추적하고, 긴 안테나를 갖춘 통신중계 역할을 하는 임무가 대표적이다.

-27 노트(최고 속력): 해군의 최신 유인함정보다 빠르진 않지만, 잠수함을 따라잡을 수는 있다. 기뢰 제거 등의 일부 임무를 수행할 땐, 배의 속력보다 무인함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1만 해리(작전 범위): 무인함정은 장기간 임무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예산이 크게 절감된다. 시헌터는 기지로 복귀하지 않고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까지 거의 두 번 왕복 운항이 가능할 정도로, 바다에 수 주간 머무를 수 있다.

-135톤(중량): 섬유유리 선체의 배가 최전선 전투용으로 제작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소재와 임무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미래 무인함의 시제품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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